사람이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상품을 검색하고 거래를 승인하는 과정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업무로 바뀐다면 금융 인프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용자가 자연어로 자금 운용을 요청하면 AI가 적합한 금융상품을 찾고, 정해진 예산과 권한 안에서 거래를 실행하며, 결과를 확인하는 환경이다. 거래의 주체가 사람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되면 처리해야 할 거래량과 보안 요구도 함께 커진다.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는 이러한 변화를 ‘에이전틱 금융(Agentic Finance)’으로 정의하고 AI 에이전트가 실제 금융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서울에서 열린 ‘Sui 2026: 온체인 금융과 AI 에이전트 인프라’ 기자간담회에서 아데니이 아비오둔(Adeniyi Abiodun) 미스틴랩스(Mysten Labs) 공동창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수이를 차세대 금융을 위한 단일 엔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미스틴랩스는 수이의 초기 개발을 주도한 기술 기업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온체인 금융상품의 통합 접근, AI 에이전트의 자율 거래, 실시간 보안 체계와 함께 구글 클라우드·삼성전자·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성과가 소개됐다.
아데니이 아비오둔 미스틴랩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12일 서울에서 열린 ‘Sui 2026: 온체인 금융과 AI 에이전트 인프라’ 기자간담회에서 수이의 차세대 금융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이)
아비오둔 CPO는 앞으로 금융 서비스의 이용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용자가 여러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상품을 비교하고 거래하는 대신, AI 에이전트에게 원하는 결과와 조건을 전달하면 관련 업무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환경이다. 금융 서비스의 인터페이스가 자연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그 아래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거래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는 “AI에 자금 운용의 전권을 넘기기보다, 정해진 권한과 한도 안에서 거래를 실행하고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수이가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거래하는 금융…속도보다 중요한 권한과 보안
기존 금융 거래 시스템은 사람이 거래를 요청하고 승인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자금을 이동시키며 거래를 반복하는 환경에서는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소프트웨어가 연속적으로 거래를 실행하더라도 자금의 사용 범위와 위험 수준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비오둔 CPO는 수이가 초기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환경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에 예산과 업무 목표, 거래 규칙을 부여하면 에이전트가 허용된 범위 안에서 자금을 운용하도록 하고, 거래는 온체인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AI가 어떤 도구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얼마까지 지출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지를 금융 인프라 차원에서 관리한다.
보안도 주요 발표 내용이었다. 수이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탐지하고 검증한 뒤 확산을 차단하는 ‘탐지·검증·차단(Detect, Verify, Contain)’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소개된 ‘수이 인텔리전스(Sui Intelligence)’는 AI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환경에서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구상이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금융 거래를 실행할수록 기존의 사후 대응 방식만으로는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다. 거래가 실행되기 전후의 상태를 확인하고 허용되지 않은 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수이는 네트워크 자체의 보안 기능과 거래 권한 통제를 결합해 금융기관과 애플리케이션이 AI 기반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비한 보안 기술도 언급됐다. 아비오둔 CPO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는 보안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며, 관련 기능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AI 에이전트의 자율성과 금융 거래의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수이의 장기적인 기술 과제다.
거래 처리 성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수이는 최근 테스트 환경에서 초당 4,000만 건 수준의 거래 처리 기록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는 실제 운영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처리량과는 구분되는 성능 시험 결과다. 수이는 대규모 거래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가 발생시키는 방대한 금융 활동에 대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데니이 아비오둔 미스틴랩스 공동창립자 겸 CPO가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및 DATA 네트워크 통합 전략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이)
한 번의 연동으로 온체인 금융 이용…구글·삼성·알리바바와 협력
수이가 제시한 또 다른 방향은 기관과 애플리케이션이 여러 온체인 금융상품을 하나의 경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반 상품을 활용하려면 네트워크를 선택하고 자산을 이동시킨 뒤 개별 프로토콜과 연동해야 한다. 서비스마다 보안과 위험을 별도로 검토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한다.
수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합된 금융 엔진으로 단순화하려 한다. 기관이나 애플리케이션이 한 번의 연동으로 여러 금융상품에 접근하고, 거래 조건과 한도를 설정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RWA) 토큰화, 탈중앙화 금융상품 등을 개별적으로 연결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금융 관련 지표도 공개했다. 수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네트워크의 스테이블코인 전송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RWA 운용자산 규모는 8월 초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 딥북(DeepBook)의 누적 거래량은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최근 30일 거래량도 3억 4,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수이는 이용자가 네트워크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지 않는 가스리스(Gasless) 거래도 주요 경쟁력으로 소개했다. AI 에이전트가 작은 금액을 반복적으로 결제하거나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에서는 거래마다 발생하는 비용이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식은 소액 결제와 자동화 거래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6~8일 열린 수이 베이스캠프에서는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AI 에이전트의 활동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검증 가능한 AI 중재자(VAA)는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작업과 거래의 신뢰성을 확인해 기업과 기관이 AI 서비스를 보다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에서는 삼성 월렛을 통한 온체인 금융 접근성이 주요 내용으로 소개됐다. 이용자가 익숙한 디지털 지갑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적용 국가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아비오둔 CPO는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에서 관련 서비스가 활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와는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접근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에 블록체인 결제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직접 결제 화면에 접속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서비스를 구매하고 대금을 정산하는 환경을 겨냥한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상품도 확대하고 있다. 아비오둔 CPO는 비트코인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금융활동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기존 구조를 언급하며, 하쉬(Hashi) 프로토콜을 통해 비트코인 담보 기반의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프로그램에는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확보됐다고 소개했다.
3,000만 달러 투자로 DATA 네트워크 합류…AI 학습 데이터까지 연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AI 에이전트의 금융 거래뿐 아니라 학습 데이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신규 협력도 발표됐다. 수이 재단은 실리콘밸리 기반 AI 학습 데이터 프로토콜 DATA 네트워크에 3,000만 달러를 전략 투자하고, 네트워크의 최대 보유자로 참여한다.
DATA 네트워크는 기존 스토리 재단에서 출발한 데이터 재단(DATA Foundation)이 지원하는 AI 학습 데이터 인프라다. 데이터 재단은 지난 6월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이용 권리를 기록하는 온체인 시스템 ‘트레이스(Trace)’를 출시했다. 트레이스에는 2억 5,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 출처 증명 영수증이 등록됐으며, 하루 평균 300만 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DATA 네트워크는 기존 독립 체인에서 수이 기반 네이티브 프로토콜로 전환된다. 데이터 재단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기본 저장소로는 수이 생태계의 데이터 플랫폼 월러스(Walrus)가 채택됐다. 데이터의 출처와 이용 권리는 트레이스에 기록하고, 실제 원본 파일은 월러스에 암호화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AI 모델과 로보틱스 기술이 발전하려면 공개 웹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세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과 음성, 산업 현장의 작업 과정 등은 학습 가치가 높지만 개인정보와 저작권, 이용 동의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DATA 네트워크는 데이터 제공자의 권리를 기록하고 이용 허가를 받은 기업에 데이터를 공급하며, 제공자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를 지원한다.
수이 로고
수이의 객체 중심 블록체인 구조는 데이터셋과 라이선스, 접근 권한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월러스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용 권한을 통제하며, 트레이스는 데이터의 출처와 거래 이력을 기록한다. 이를 결합하면 AI 연구소와 기업은 학습 데이터의 이용 권한과 원본 무결성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DATA 네트워크의 초기 개발사인 PIP 랩스와 데이터 재단은 기존 보유분을 유지하며, 수이 재단은 3,000만 달러 투자를 통해 최대 보유자가 된다. DATA 네트워크의 기존 토큰인 $DATA는 수이 기반 프로토콜로 1대1 이전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전환 일정과 절차는 추후 공개된다.
이승윤 포세이돈 의장 겸 PIP 랩스 대표도 수이 재단의 전략 고문으로 합류한다. 그는 AI 학습 데이터의 중심이 공개 웹에서 개인과 기업이 보유한 현실 세계의 데이터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데이터 제공자의 동의와 출처 증명, 보상 체계를 갖춘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비오둔 CPO는 DATA 네트워크와의 협력이 수이의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 거래를 실행하는 기반에 더해 학습 데이터의 저장과 이용 권한, 대금 지급까지 하나의 생태계에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온체인 금융과 AI 에이전트의 접점으로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국내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은 금융 규제와 보안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수이가 제시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금융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역시 각국의 규제 환경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아비오둔 CPO는 한국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하면서, 현지 규제와 금융기관의 요구를 고려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기존 서비스 환경에서 온체인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대신 수행하는 시대에는 소액 거래의 빈도와 전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부담과 거래 속도, 보안, 접근 권한 관리가 금융 플랫폼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가격에 대한 질문에는 단기적인 토큰 가치보다 금융 인프라로서의 성장에 주목해 달라는 취지로 답했다.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 AI 에이전트 결제 등 실제 금융활동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이 네트워크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이가 이날 서울에서 제시한 미래 금융의 모습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고, 정해진 규칙 안에서 자금을 이동시키며, 필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이용하는 환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거래 처리뿐 아니라 권한 통제와 실시간 보안, 데이터의 신뢰성,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규제 대응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구글 클라우드와 삼성전자,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서비스 연동부터 DATA 네트워크의 학습 데이터 공급망까지 수이는 AI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금융·데이터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한다. 앞으로는 발표된 기술과 협력이 실제 금융 서비스에 얼마나 적용되고, 기관과 이용자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게 될지가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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