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사랑해서 우리나라를 선택한 청년에게 입국 후 기다리는 것은 환영이 아니라 차가운 서류였다. 비자와 등록금, 주거, 아르바이트, 은행, 병원까지 어느 것 하나 한곳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정보는 기관마다 흩어져 있고, 적지 않은 유학생이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에게 기대다 사기와 인권 침해에 노출된다.
교육부의 ‘스터디 코리아 300K’ 정책은 2025년 유학생 32만 명 시대를 예상보다 빠르게 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이 급한 대학들은 모집에는 힘을 쏟으면서도 정착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기 버겁다. ‘몇 명을 유치했는가’의 시대가 저물고, ‘얼마나 오래 함께 성장했는가’를 물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창업한 사람이 이현재 예스퓨처 대표다.
2024년 2월 설립된 예스퓨처는 AI 기반 비자 솔루션 ‘비비자(VIVISA)’를 개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비자 관리와 서류 작성 지원을 시작으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고 취업해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과정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것이 사업의 방향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B2C 서비스와 대학·기업·지자체를 위한 B2B SaaS를 함께 운영하며, 부산외국어대학교 등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B2B2C 시장도 개척했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외국인 유학생 정착 플랫폼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이현재 예스퓨처 대표. 이 대표는 파편화된 외국인 행정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인재와 지역 사회를 잇는 신뢰의 플랫폼을 다져가고 있다.
“비자는 국가 경쟁력”…외국인의 첫 관문부터 다시 설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국내 유학생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후 직접 만난 학생들에게서도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정부와 대학이 어렵게 유치한 인재가 복잡한 행정과 생활의 장벽 때문에 실망한 채 한국을 떠나는 현실에 주목하게 됐다. 유학생을 데려오는 데 집중해온 기존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입국 이후의 생활과 정착까지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이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예스퓨처가 여러 문제 가운데 비자를 가장 먼저 사업화한 것도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비비자는 복잡한 비자 행정을 디지털로 옮기고 AI를 활용해 비자 관리와 필요한 서류 작성을 지원하지만, 서비스가 다루려는 범위는 비자 발급에 한정되지 않는다. 등록금과 주거, 아르바이트, 금융, 의료를 거쳐 졸업 후 취업과 지역 정착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거쳐야 할 과정이 여러 기관과 서비스에 흩어져 있다는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
카카오·우아한형제들에서 18년간 대외협력을 맡은 경험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게 된 배경이 됐다. 정부와 대학, 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외국인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유치부터 정착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기 어렵고, 각 주체가 가진 정보와 역할을 연결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랜 실무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개인이 사용하는 비비자와 함께 대학·기관을 위한 B2B SaaS ‘비비자유니(VIVISA Uni)’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외국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학에는 학생의 비자와 학사, 취업과 정착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개인과 관리기관 양쪽에서 발생하는 행정 부담을 줄인다.
다만 기술이 모든 과정을 대신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번역이나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로 효율화할 수 있지만 어떤 비자가 적합한지, 어디에서 생활할지처럼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에는 사람의 판단과 신뢰가 개입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AI가 반복 업무를 덜어낸 만큼 사람은 판단과 관계에 더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누는 것이 예스퓨처가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스퓨처 로고 (자료 제공: 예스퓨처)
6개 대학이 함께 쓰는 플랫폼…유치에서 취업·정주까지
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산업·인재를 잇는 플랫폼으로, 정책은 중앙정부 일괄 적용에서 지역 맞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일하기 좋은 나라’와 ‘살기 좋은 나라’는 다르며, 좋은 제도도 접근하기 어려우면 없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방향은 올해 지역 단위 사업으로 이어졌다.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RISE사업단이 추진하는 ‘충청북도 유학생 취업·정주 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해 충북 지역 6개 대학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유학생의 학업과 비자부터 취업, 지역 정착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관리하는 사업이다.
플랫폼에는 유학생 정보 등록과 학사·비자 통합 관리, 대학 공지사항 AI 자동 다국어 번역, 학교와 유학생 간 메시지 발송 및 수신 확인, 유학생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이 포함된다. AI 기반 일자리 추천과 지역 기업 매칭, 취업·정주 현황을 확인하는 대시보드도 함께 구축한다. B2C 서비스 비비자와 대학·기관 대상 비비자유니를 운영하며 축적한 외국인 데이터 관리와 AI 매칭 기술을 활용해 입학 이후 비자와 학업 관리에 그치지 않고 졸업 후 지역 기업 취업과 정착까지 잇는 구조다.
여기에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대학의 학생 수 확보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이 대표의 문제의식이 담겼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한 뒤 지역을 떠난다면 대학과 지역이 안고 있는 인구·산업 문제를 함께 풀기 어렵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기업의 인력 수요와 연결해 정착까지 이어져야 유학생 유치가 대학의 생존을 넘어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충북에서 구축하는 모델도 한 지역에 한정하지 않는다. 유학생 유치부터 교육, 취업, 정착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구조를 검증한 뒤 다른 지역의 RISE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지역별 산업과 기업의 인력 수요, 대학의 교육 역량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인 외국인 정책을 지역 단위의 정착 모델로 구체화하려 한다.
‘예스퓨처’라는 이름에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자는 철학이 담겼다. 이현재 대표는 한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정착하면 그 변화는 개인을 넘어 대학, 기업,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한 사람의 성공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꿈꾼다.
브로커에 기대지 않는 인적교류…베트남까지 넓어진 연결
예스퓨처가 풀려는 문제는 한국에 입국한 이후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한국 유학과 취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정보가 여러 경로로 흩어져 있고, 공식적인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울수록 브로커나 에이전시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가 창업 과정에서 주목한 사기와 인권 침해 문제 역시 이러한 정보 비대칭에서 시작된다.
이를 해외 현지에서부터 해결하기 위한 협력도 시작했다. 올해 2월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한국·베트남 인적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학생과 노동자, 전문 인재가 보다 투명한 경로로 이동할 수 있는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돼온 양국 간 인적교류 활성화의 연장선이다.
협약에 따라 비비자 플랫폼을 활용해 베트남 유학생과 노동자에게 비자 관련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법 또는 난립 에이전시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협력한다. 유학생·취업 인력·전문 인재의 진학과 비자, 취업, 정착 전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반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해외 인재를 많이 유치하는 것만큼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고, 입국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사회에 정착하는지를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줄이고 공공기관과 대학,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과정을 연결해야 지속적인 인적교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예스퓨처는 공공 정책과 연계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인적교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비비자로 개인의 비자 문제에서 출발한 사업은 대학의 유학생 관리와 지역의 취업·정주를 거쳐 국가 간 인적교류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강조해온 ‘연결’이 실제 사업 구조로 구체화되는 과정이다.
창업자는 회사 운영자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사람
임원은 갖춰진 조직에서 방향을 고민하지만, 창업자는 맨땅에서 사람을 모으고 회사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아이디어보다 문제의 본질이 중요하고, 창업자의 역할 역시 회사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말하는 신뢰는 조직 운영을 넘어 사업 전반으로 이어진다. 외국인이 낯선 국가를 선택해 공부하고 일하려면 정부와 대학, 기업, 플랫폼을 믿을 수 있어야 하며, 비자와 취업처럼 삶을 좌우하는 정보를 다루는 예스퓨처가 기술만큼 신뢰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이 문제를 풀려 하는가’를 먼저 물으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답을 혼자 찾기보다 뛰어난 동료와 함께 문제를 풀고, 고객과 파트너가 회사를 믿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예스퓨처’라는 이름에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자는 철학이 담겼다. 한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그 변화는 개인을 넘어 대학과 기업, 지역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가 외국인 한 사람의 정착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국가가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을 선택한 사람이 복잡한 행정과 정보의 장벽을 넘어 학업과 취업을 이어가며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비비자에서 시작해 대학과 지역, 기업, 해외 공공기관까지 연결해온 예스퓨처가 풀려는 문제도 결국 ‘얼마나 많이 데려올 것인가’보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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