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에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면 주방의 모든 손이 바빠진다. 한쪽에서는 밥을 펴고 속재료를 올려 김밥을 말고, 다른 쪽에서는 떡볶이와 우동을 조리한다. 주문이 쌓일수록 직원의 숙련도가 중요해진다. 같은 재료와 레시피를 사용하더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조리 속도와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장이 늘어나면 숙련된 직원을 확보하고 교육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김유빈 삼청당 대표가 주목한 것은 김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었다. 김밥을 일정한 두께로 펴는 작업에는 기계를 도입하고, 조리 온도와 시간은 소프트웨어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았고, 식자재 발주와 정산도 디지털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직원의 손에 익어야만 가능했던 일을 장비와 운영 시스템으로 나누면서 매장마다 발생하는 품질과 생산성의 차이를 줄이려는 시도다.
김유빈 삼청당 대표가 김밥 메뉴의 차별화 전략과 주방 자동화를 통한 외식업 생산성 향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삼청당은 맞춤형 김밥과 IT 기반 운영 시스템을 앞세워 국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청당을 운영하는 헤이디쉬코리아의 김유빈 대표는 “설비 도입 이후 기존 운영 대비 최소 1~1.5명분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반복 작업을 장비가 담당하면서 직원들이 다른 조리 업무와 주문 대응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생인 김 대표는 서강대학교에서 영미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비빔밥 푸드트럭을 운영했고, 국내에서는 덮밥 브랜드 ‘뜸들이다’ 공동창업에 참여했다. 현재 KAIST IMPACT-MBA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여러 외식 사업을 거치며 메뉴의 경쟁력 못지않게 매장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가 김밥을 선택하기까지는 실패한 햄버거 사업이 있었다.
김유빈 삼청당 대표가 여러 차례 창업을 거치며 얻은 경험과 브랜드 성장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고객의 재방문을 이끄는 상품 경쟁력과 가맹점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강조했다.
낯선 햄버거 대신 익숙한 김밥…고객의 선택권을 넓히다
삼청당의 출발점은 미국식 햄버거인 ‘슬로피 조’였다. 김 대표는 패티 대신 다진 고기와 소스를 넣는 슬로피버거를 국내에 소개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인 햄버거와 다른 형태가 낯설었던 데다 약 8평 규모의 홍대 매장에서 홀과 포장, 배달 수요를 모두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던 끝에 선택한 음식이 김밥이었다. 성수동 배달 매장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홍대 매장을 김밥 전문점으로 전환했고, 매출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김 대표에게 이 경험은 새로운 음식보다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반복해서 구매할 수 있는 메뉴가 사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여러 사업을 경험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일상에서 반복해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기존 김밥을 그대로 판매해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삼청당은 속재료뿐 아니라 김밥의 바탕이 되는 재료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백미와 현미, 지단, 메밀소바, 포두부 등 다섯 가지 베이스에 다양한 속재료와 소스를 조합한다.
밥을 줄이거나 피하려는 고객은 지단이나 포두부를 선택하고, 익숙한 김밥을 원하는 고객은 백미를 고르면 된다. 하나의 메뉴에 여러 식사 목적을 반영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현재 객단가는 약 9,000~1만 2,000원으로 일반적인 김밥보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카드 결제 데이터 기준 재구매율은 40%를 웃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조합이 고객의 첫 방문을 이끌 수는 있지만 재방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맛과 양, 제공 속도, 응대의 일관성이라고 봤다.
“새로운 메뉴가 첫 방문을 만들었다면 맛과 양, 제공 속도, 응대의 일관성이 재방문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핵심 경쟁력은 메뉴와 브랜드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운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메뉴가 고객을 다시 찾게 하는 조건이라면, 그 메뉴를 어느 매장에서나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가맹점이 늘수록 김 대표의 관심도 개별 조리사의 실력보다 주방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향했다.
김유빈 삼청당 대표가 김밥 제조 자동화와 AI 기반 매장 운영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청당은 국내 100개 이상 매장 확보와 해외 8개국 이상 진출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1,570만원짜리 설비의 계산법…김밥집에서 사람의 일을 나누다
김밥은 조리법이 단순해 보여도 손이 많이 간다. 밥을 일정한 두께로 펴고, 정해진 양의 재료를 올린 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말아야 한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작은 동작 하나가 전체 조리 속도에 영향을 준다. 직원마다 숙련도가 다르면 매장별 생산량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도 어렵다.
삼청당은 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라이스 시트기와 김밥 절단기를 도입했다. 홍대본점에 설치한 장비 가격은 시트기 약 1,250만원, 절단기 약 320만원으로 총 1,570만원이다. 소규모 음식점에는 부담스러운 초기 투자지만, 김 대표는 장비 구입비와 장기간 발생하는 인건비·교육비를 함께 계산했다.
기계를 사용하면 직원이 직접 밥을 펴거나 김밥을 자르는 데 쓰던 시간을 다른 조리 업무로 돌릴 수 있고, 새로 채용한 직원이 작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김 대표가 밝힌 1~1.5명분의 인건비 절감 효과는 이런 작업 분담의 변화에서 나왔다.
김밥 제조 장비 외에 자동조리기도 연구개발해 왔다. 자체 메뉴 소프트웨어로 조리 온도와 시간, 교반 속도를 관리해 직원이 모든 레시피를 외우지 않아도 일정한 품질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해외에서는 김밥 조리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직원을 교육해야 하므로 조리 과정을 얼마나 단순화할 수 있느냐가 매장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주방 밖의 업무도 손보고 있다. 여러 공급처에 나뉘어 있던 식자재 발주와 배송, 정산은 딜리버리랩의 ‘오더히어로 OMS’로 통합했다. 주문량을 확인한 뒤 공급처마다 별도로 발주하고 납품 내역을 대조하던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하도록 바꾼 것이다.
2025년 공개한 파일럿 테스트에서는 평균 5% 이상의 비용 절감과 발주 소요시간 최대 40% 단축 효과를 확인했다. 일부 품목은 비용이 최대 28% 줄었다. 김 대표가 조리 자동화와 함께 발주 시스템에 투자하는 이유도 매장 운영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살펴보는 것은 판매 데이터와 재고의 관계다. 메뉴별 판매량에 레시피를 연결하면 어떤 재료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재고와 납품 일정을 반영해 필요한 발주량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AI를 이용한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 인력 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술은 반복적인 계산과 확인 업무를 보완할 수 있어요. 다만 재료 상태를 판단하고 예상하지 못한 주문에 대응하는 일에는 여전히 현장의 경험이 필요하죠.”
김 대표가 생각하는 자동화는 주방에서 사람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할 일과 장비에 맡길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리와 운영에 필요한 판단을 모두 기계에 넘기기보다 반복 작업에 쓰이는 시간을 줄여 직원들이 주문 대응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 마루이 백화점에 문을 연 삼청당 매장
삼청당은 현재 국내 50여 개, 해외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헤이디쉬코리아의 2025년 매출은 37억원이며, 김 대표는 2026년 매출이 곧 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에는 더인벤션랩으로부터 시드 투자도 유치했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일본 도쿄 신바시에서 배달전문매장으로 먼저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미조노구치 마루이 백화점에 입점했고, 인도네시아 발리에도 매장을 열었다. 앞으로는 현지 매장 운영과 별도로 냉동김밥의 해외 유통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오픈한 삼청당 매장과 직원들
김 대표가 제시한 향후 3~5년의 목표는 국내 매장 100개 이상, 해외 8개국 이상 진출이다. 다만 매장 수만 늘어서는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본사의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점주가 장시간 노동에 매달려야 하거나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점주에게 실제로 남는 수익과 그 수익을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노동시간이에요. 점주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본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죠.”
그가 매장 수와 매출만큼 중요하게 보는 숫자는 점주에게 남는 돈과 노동시간이다. 김밥 한 줄을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발주에 드는 수고를 덜어내려는 시도도 결국 이 두 가지를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해외 매장에서는 새로운 과제가 기다린다. 국내에서 효과를 확인한 설비와 운영 시스템이 현지의 인건비, 식자재 공급 환경, 직원 숙련도에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해야 한다. 김 대표가 국내에서 시작한 주방의 효율화 실험은 이제 서로 다른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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