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버리는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집을 고치며 나온 폐목재와 폐합성수지, 공사장에서 쏟아지는 건설폐기물도 수거 차량에 실려 현장을 떠나면 대부분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처리가 끝난 폐기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추적할 수 없는 물량으로 남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환경 문제는 다시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폐기물을 얼마나 많이 수거하고 처리하는가보다 어디에서 발생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활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28일 서울 성동구 스위트스팟에서 열린 PRM 스퀘어 미디어 허브에서는 평소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폐기물 산업의 이면이 조명됐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는 폐기물 산업 현장에서 경험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축한 자원순환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 못지않게 폐기물이 이동하는 경로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존 거래 구조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원 천일에너지 대표가 28일 열린 PRM 스퀘어 미디어 허브 산업스터디에서 폐기물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자원순환 사업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천일에너지)
발표는 최근 언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에서 출발했다. 지역과 장소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폐기물의 이동과 처리 과정을 끝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가 자리한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종류와 배출 규모에 따라 관리 체계가 달라지는데, 5톤 미만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상대적으로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5톤 미만 공사장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83만 톤에서 2020년 101만 톤으로 약 21.6% 증가했다. 2년 사이 18만 톤이 늘어난 것으로, 하루 평균 약 2,800톤에 해당한다. 여러 업체를 거쳐 이동하는 동안 관리 기록이 단절되면 최종 처리 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불법 매립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폐기물 처리 과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매립에 의존하던 물량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수거부터 선별, 재활용과 에너지화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지만, 기존 시장에는 여러 단계의 위탁과 전화·수기 중심의 거래 관행이 남아 있다. 폐기물은 계속 이동하지만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했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됐는지 일관되게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폐기물보다 어려웠던 것은 거래 구조”…수거부터 에너지화까지 연결
이러한 문제의식은 천일에너지의 사업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 포천 양문산업단지에 스팀을 공급할 발전시설을 준비해 2013년 완공했지만, 정작 연료로 사용할 폐목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설비를 짓는 일보다 폐기물을 구해 처리시설까지 운반하는 과정이 더 복잡했던 것이다.
당시 폐기물 시장은 거래 가격과 처리 이력이 불투명했다. 같은 종류의 폐목재도 가격 차이가 컸고, 기존 거래처 중심의 유통망에 구두 약속과 현금 거래까지 더해져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천일에너지가 직접 수거부터 처리, 자원화까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배경이다.
전환점은 종로구청과의 협력이었다. 가지치기와 산림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폐목재는 지자체에 처리 비용 부담을 안겼지만, 천일에너지에는 에너지 원료가 될 수 있었다. 이를 무상 수거해 연료로 전환하면서 지자체는 예산을 줄이고 기업은 원료를 확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협력 범위는 서울시 17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39개 지자체로 확대됐다.
수익원도 다변화했다. 배출자로부터 처리비를 받는 기존 방식에 더해 폐기물을 가공한 연료와 재생 자재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폐목재는 우드칩과 바이오 고형연료(Bio-SRF), 폐합성수지는 고형연료(SRF)로 전환하고, 폐콘크리트는 순환골재로 가공해 도로 기층재와 성토재 등에 활용한다.
포천 팩토리에서 생산한 연료는 양문산업단지 내 43개 열사용업체와 열병합발전소 등에 공급된다. 산림에 남겨진 벌채 부산물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전국 5개 지자체에 파쇄 장비를 보유하고 하루 1,350톤을 처리할 수 있으며,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누적 공급량은 약 44만7,000톤, 2026년 공급 계약 물량은 39만 톤에 이른다.
박 대표는 재활용 실적의 규모보다 자원이 실제로 얼마나 다시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을 활용한 전시물이나 홍보용 제품도 의미가 있지만, 연간 수십만 톤을 산업용 연료와 재생 자재로 전환하는 방식은 환경적 효과와 사업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처리 인프라는 전국 13개 팩토리와 수도권 7개 집하 허브로 확장됐다. 300대 이상의 수거 차량을 운영하며, 2026년 기준 1,000곳 이상의 사업장·건설현장과 협업해 수거부터 최종 처리까지 연결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환경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폐기물 처리 능력은 약 1,500톤, 연간 약 50만 톤 규모다. 천일에너지는 지자체의 폐기물 처리 예산 절감 효과를 연간 약 109억원으로 제시했다. 양천구에서는 연간 약 3억원의 비용 절감과 약 7,300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기대되며, 도로공사의 연간 비용 절감 효과는 약 5,000만원으로 추산했다.
버려진 폐기물의 이동 경로까지, 데이터로 증명하는 자원순환
폐기물의 이동 경로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작업도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천일에너지는 2025년 1월 전국 시공 현장의 폐기물 수거부터 처리까지 일원화하는 전담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 GPS 기반 전용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장 사진과 차량 이동 경로, 계근 중량, 선별·처리 결과를 기록하고 전자인계서와 처리확인서를 연계해 폐기물의 처리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배출 단계에서 폐기물의 종류와 상태를 등록하면 수거 차량의 GPS 이동 경로와 상차 사진이 남고, 계근 중량은 ERP 시스템에 자동 입력된다. 이후 선별·처리 결과부터 납품과 활용 내역까지 연결돼 전화와 수기 기록에 의존하던 거래를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다. 폐기물 한 건이 배출부터 최종 활용까지 거친 과정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는 처리 비용뿐 아니라 폐기물이 어디로 이동해 어떻게 처리됐는지 증명하는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재활용 실적과 처리 이력은 기업의 ESG 공시와 거래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친환경 연료 수요가 늘어날수록 폐기물의 종류와 분리·수거 역량에 따라 자원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표는 향후 5년 안에 배출자가 처리 이력을 먼저 확인하고, 재활용 실적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며, 분리·수거된 폐기물이 에너지 원료로 활용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폐기물을 처리 비용이 발생하는 대상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자원으로 바라보면서 산업의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보호라는 취지뿐 아니라 기업과 배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수거·처리 비용을 줄이고 재활용 자원을 판매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자원순환이 일회성 활동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 산업스터디에서는 폐기물 처리 기술과 함께 관행에 의존해 온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수거부터 최종 활용까지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재활용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쓰레기는 수거 차량에 실려 현장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로 이동했고 무엇으로 다시 쓰였는지 끝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원순환의 과정도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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