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상품을 찾는 방식이 검색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AI에 조건을 설명하고 추천받는 대화로 바뀌고 있다. 브랜드 웹사이트를 방문하기 전 AI 어시스턴트와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 후보까지 정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기업의 검색 전략도 키워드와 검색 순위 중심에서 AI가 이해할 수 있는 상품 정보와 질문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다만 AI가 상품을 정확하게 추천하더라도 가격과 재고, 고객 정보가 채널마다 다르면 실제 구매와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세일즈포스 ‘글로벌 커머스 트렌드 보고서’
세일즈포스는 한국을 포함한 20개국, 13개 산업의 커머스 전문가 3,450명을 조사한 ‘글로벌 커머스 트렌드 보고서(State of Commerce)’를 발표했다. 글로벌 소비자의 상품 탐색 행동과 기업의 AI 에이전트 도입 현황, 데이터·시스템 통합 수준을 분석한 보고서다.
이번 조사에는 커머스 전문가 설문과 함께 8개국 소비자 4,689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 37개국 15억명 이상의 쇼핑 행동 데이터 분석도 활용됐다. 조사는 2026년 4월10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됐다.
세일즈포스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가 쇼핑 여정의 첫 단계에서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AI 채팅에서 글로벌 커머스 사이트로 유입된 트래픽은 조사 대상 모든 분기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0~428% 늘었다.
소비자의 상품 발견 채널도 달라졌다. 2025년 8월부터 2026년 5월까지 기존 검색엔진을 통해 상품을 탐색한 소비자 비율은 15%,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을 이용한 비율은 7% 감소했다. 반면 AI 어시스턴트와 소셜미디어 AI,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채널을 이용한 비율은 38% 증가했다.
이 변화는 소비자가 브랜드 웹사이트에 들어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15만원 이하의 방수 등산화를 찾아줘”처럼 필요한 조건을 AI에 질문하면 AI가 여러 상품을 비교해 후보를 제안한다. 상품명과 가격뿐 아니라 소재와 용도, 사용 환경 등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정보까지 구조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커머스 기업도 AI 검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48%는 AI 검색 플랫폼에 상품 데이터 피드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46%는 외부 플랫폼과 채널에서 상품 및 브랜드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화형·질문형 검색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최적화한 기업은 44%였다. 상품 콘텐츠의 정확성과 품질을 개선한 기업은 39%로 조사됐다. 기존 검색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것뿐 아니라 AI가 상품의 특성과 용도를 이해하고 소비자 질문에 활용하도록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AI가 상품을 찾아도 가격·재고가 다르면 구매는 끊긴다
AI 검색을 통해 소비자를 상품 페이지로 유입시키는 것과 실제 구매로 전환하는 일 사이에는 데이터 통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고객과 상품, 가격, 프로모션, 재고 정보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으면 AI가 정확한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구매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보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데이터를 완전히 통합하지 못한 국내 커머스 기업 가운데 45%는 중복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케팅과 커머스 투자가 성과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1%, 고객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였다.
여러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상품 운영 데이터의 차이도 확인됐다. 국내 멀티채널 커머스 기업의 43%는 채널별 가격과 프로모션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채널 간 고객을 동일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40%, 실시간 재고가 모든 채널에서 동기화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9%였다.
세일즈포스는 AI 기반 상품 탐색을 구매와 주문 이행, 고객 서비스까지 연결하려면 개별 AI 기능보다 커머스 전반의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검색 플랫폼에 제공하는 상품 정보와 실제 판매 채널의 가격·재고가 일치하고, 구매 이후 고객 정보까지 연결돼야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는 “AI가 상품 탐색과 구매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되면서 소비자와의 첫 접점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국내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AI 검색 플랫폼 대응에 나선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승부는 데이터에서 갈린다”며 “흩어진 고객·상품·재고 정보를 연결해 AI가 만드는 새로운 쇼핑 경로에서도 기업이 고객과 일관되게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일즈포스는 2026년 연말 쇼핑 시즌까지 이커머스 사이트 3곳 중 1곳이 브랜드 전용 쇼핑 에이전트를 운영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검색 시대의 커머스 경쟁은 AI의 답변에 상품을 노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제안한 가격과 재고, 구매 이후 서비스까지 같은 정보로 이어지도록 커머스 운영 전체를 연결하는 역량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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