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의 조혈 기능이 떨어져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 희귀 혈액질환이다.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 공여자 확보 여부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이나 면역억제요법을 선택한다. 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과 사이클로스포린(CsA)을 병용하는 면역억제요법이 1차 치료로 활용돼 왔지만 충분한 혈액학적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면역억제요법에 트롬보포이에틴 수용체 작용제(TPO-RA)를 추가하는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일부 환자는 초기 치료 단계부터 병용요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가 연자로 나서 재생불량성 빈혈(AA) 질환 개요와 치료 미충족 수요, 로미플레이트주의 임상연구 결과 및 국내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TPO-RA 전문가 권고안을 설명하고, 이번 급여 확대의 임상적 의의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사진 제공: DKSH 코리아)
DKSH 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는 12일 ‘로미플레이트주250마이크로그램’의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경된 급여 기준과 임상적 의미를 소개했다.
로미플레이트주250마이크로그램은 로미플로스팀 성분의 TPO-RA 계열 주사제다. DKSH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TPO-RA 계열 약제 가운데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은 첫 제품이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159호에 따라 변경된 급여 기준은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기존에는 최소 6개월 이상 면역억제요법에 반응하지 않은 성인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급여가 적용됐다.
이번 변경으로 고시에서 정한 골수·말초혈액 검사 기준을 충족하는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환자 가운데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에도 급여를 적용받는다. 로미플레이트주는 ATG·CsA 병용 면역억제요법에 추가해 투여하며 급여 인정 기간은 치료당 최대 6개월이다.
투여 기간 면역억제요법과 병용했는데도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가 로미플레이트주를 2차 약제로 다시 투여할 경우에는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급여 대상과 투여 기간이 구체적으로 제한된 만큼 실제 적용 여부는 환자의 이식 가능성과 검사 결과, 치료 반응 등을 종합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17명 임상에서 27주차 혈액학적 반응률 76.5%
로미플레이트주의 1차 병용 치료 근거로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치료 경험이 없는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국가 2·3상 임상연구 ‘Study 531-003’이 제시됐다. 연구에서는 로미플레이트주를 ATG·CsA 면역억제요법과 함께 투여했다.
Blood Advances에 게재된 연구에서 27주차 혈액학적 반응률은 76.5%로, 참여 환자 17명 가운데 13명이 완전관해 또는 부분관해에 도달했다. 95% 신뢰구간은 50.1~93.2%였다. 로미플레이트주와 관련된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이나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 시작 당시 수혈이 필요했던 환자 16명 가운데 13명인 81.3%에서는 수혈 비의존 상태에 도달하거나 수혈 요구량이 감소했다. 이어진 장기 추적연구에서는 Study 531-003 참여자 15명의 최대 5년 시점 혈액학적 반응률이 86.7%로 집계됐다. 관찰 기간 새로운 염색체 이상이나 급성골수성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의 전환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1차 병용요법 연구의 참여자가 17명으로 적고 별도의 무작위 대조군보다 과거 면역억제요법 자료와 비교한 결과라는 점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기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야 한다.
지난 7월 발표된 국내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TPO-RA 전문가 권고안도 즉각적인 조혈모세포이식 대상이 되기 어려운 치료 경험 없는 환자에게 토끼 유래 ATG 기반 면역억제요법과 TPO-RA 병용을 1차 치료 전략으로 권고했다. 환자의 연령과 이식 가능성, 적합한 공여자 유무에 따라 치료 순서를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로미플레이트주는 수혈 의존성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조혈 기능을 개선해 수혈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며 “이번 급여 확대가 이식을 포함한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환자별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란 DKSH 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 대표는 “이번 급여 확대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시작하고 치료 초기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급여 확대의 핵심은 기존 면역억제요법의 실패를 확인한 뒤 로미플레이트주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일부 환자의 초기 병용 치료까지 적용 시점을 앞당긴 데 있다. 다만 대상은 이식이 어렵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성인 환자로 한정되고 급여 기간도 최대 6개월로 설정됐다. 소규모 임상에서 확인된 반응이 실제 진료 환경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재현되는지와 장기 투여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준을 어떻게 정립할지가 향후 평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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