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이오로직스 송동호 대표>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관절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절을 둘러싼 조직뿐 아니라 연골과 뼈까지 손상될 수 있다. 치료에는 염증성 물질인 TNF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이나 면역세포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JAK 억제제 등이 사용된다.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기존 약물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환자도 여전히 존재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면역세포만이 아니다. 관절 안쪽을 덮고 있는 활막에는 염증 반응을 지속시키고 주변 조직을 침범해 연골과 뼈의 손상에 관여하는 세포들이 있다. 섬유아세포양 활막세포(FLS)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이 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억제한다면 기존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질환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지바이오로직스는 이 활막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단백질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물질은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갈렉틴-9(Galectin-9)을 의약품 개발에 적합하도록 개량한 안정화 단백질 sGal-9이다. 이를 활용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GB910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신홍반루푸스(GB930)와 염증성 장질환(GB950)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송동호 대표를 만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선택한 배경과 후보물질의 개발 과정, 미국·유럽 등 해외 임상 진입을 위한 준비를 들었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에서 찾은 새로운 표적, 병적 활막세포
송동호 대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녹십자와 LG화학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바이오씨앤디 대표이사를 지내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의약품 사업화와 기업 경영을 경험했다. 2018년 지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면서 그가 주목한 분야는 기존 치료제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위한 신약 개발이었다.
여러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새로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기존 약물과 차별화된 작용기전이 필요했다. 송 대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나 면역세포를 직접 조절하는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절의 구조적 손상에 관여하는 병적 활막세포에 주목했다.
“기존 치료제는 주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나 면역 반응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환자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려면 염증을 조절하는 접근과 함께, 관절 손상에 관여하는 병적 세포 자체를 제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바이오로직스가 개발에 활용하는 갈렉틴-9은 체내의 다양한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그러나 자연형 단백질은 안정성에 한계가 있어 의약품으로 개발하려면 구조와 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회사는 설립 당시 관련 물질특허의 권리를 확보하고, 안정화된 재조합 단백질 sGal-9의 의약품 개발 가능성을 검증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완욱·유승아 교수팀과 진행한 공동연구였다. 연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활막세포 가운데 MIF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높은 세포 집단에 주목했다. MIF는 세포 표면의 CD74·CD44와 관련된 신호경로를 통해 활막세포의 생존과 증식, 이동 등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sGal-9은 활막세포의 CD44에 작용해 MIF 관련 신호를 억제하고,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활막세포의 증식과 이동, 주변 조직으로의 침윤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모델에서는 관절의 연골과 뼈 손상이 감소하는 결과도 관찰됐다. 콜라겐 유도 관절염(CIA) 모델에서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에타너셉트와 토파시티닙에 견줄 만한 관절염 완화 효과가 보고됐다. 연구 결과는 2025년 국제학술지 Molecular Therapy에 발표됐다.
“비임상 시험에서 관찰한 결과가 실제 환자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임상시험에서 검증해야 합니다. 임상에서 입증된다면 기존 치료제로 질환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실의 후보물질을 임상용 의약품으로 개발하기까지
새로운 작용기전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의약품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백질 의약품은 연구 단계에서 확인한 활성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 과정에서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거나 안정성이 떨어지면 연구에서 확인한 성능을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송 대표는 후보물질의 효능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개발과 사업화를 모두 경험한 그에게 생산공정 확보는 신약 개발의 초기부터 함께 검토해야 할 과제였다.
“우수한 후보물질이라도 안정적인 품질과 생산공정을 확보해야 실제 의약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sGal-9 역시 생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양을 확보하려면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생산 수율과 정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연구실에서 소량으로 제조하던 방식을 대량생산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생산 조건과 정제 방법을 반복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지바이오로직스는 여러 생산 파트너와 공정 개선을 진행해 2020년 sGal-9 제조공정을 확립했다. 이후 비임상 시험과 제조공정 개발을 병행했으며, 2024년에는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따른 sGal-9 생산을 완료했다. 연구실 단계의 후보물질을 임상 개발로 연결하기 위한 제조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도 생산 수율, 제형 안정성, 품질 일관성을 계속 개선할 계획입니다. 후속 임상용 제조와 기술이전 과정에서는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바이오로직스에는 송 대표를 포함해 다수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핵심 인원인 강미숙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위스콘신대학교 약리학 박사로, GSK·노바티스·GC녹십자에서 쌓은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GB910의 비임상 개발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준비를 이끈다. 조시형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재무·자금 운영을, 최태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분석과 사업개발을 담당한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전문 분야를 모두 내부 인력으로 구성하기보다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내부에서는 후보물질 개발전략과 시험 설계, 연구 결과 분석,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기전 연구와 비임상 시험, 제조 관련 업무는 대학 연구팀과 전문 위탁기관의 역량을 활용한다. 가톨릭대학교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는 GB910의 작용기전 규명에서 후속 자가면역질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11월에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정부 연구개발사업 공동 기획, 연구 인프라 활용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조와 비임상 연구에서 축적한 결과를 후속 개발 단계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이다.
독자 개발과 기술이전 사이, 해외 임상을 향한 선택
지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사업모델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제약사와 공동개발하거나 관련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 제조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후 임상개발과 글로벌 사업화 역량을 갖춘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이다.
송 대표가 경영 과정에서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는 후보물질을 어느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할 것인가였다. 신약 개발은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필요한 자금과 시간이 증가한다. 개발 초기 기술이전을 추진하면 비용과 위험을 나눌 수 있지만, 후보물질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비임상 연구와 제조·품질 자료를 더 확보하면 협상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만큼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개발 비용도 늘어난다.
“이른 시점에 협력사를 확보하면 자금과 개발 위험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임상 근거와 제조, 품질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뒤 협상하면 더 유리한 사업화 조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바이오로직스는 GB910의 기술이전 시점을 IND 제출 전후로 정했다. 송 대표는 “임상 진입 근거를 갖춘 후보물질과 그렇지 않은 후보물질 사이에 글로벌 제약사가 평가하는 가치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IND 제출까지 필요한 GMP 생산과 독성시험 비용은 회사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회사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와 민간 투자를 함께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 협력할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
회사는 개발 단계별로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023년에는 코오롱제약과 루푸스 치료제 후보물질 GB930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기회를 찾기 위해 BIO USA, BIO Europe 등 국제 바이오 파트너링 행사에도 참가했다.
2024년 이후에는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개별 협의를 진행하면서 작용기전과 효능, 제조·품질,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보강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된 단계는 아니지만, 비임상 성과와 제조 경험을 활용해 공동개발 및 사업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개발 성과를 평가받는 기회도 이어졌다. 2025년 11월에는 한국BMS제약이 서울시, 서울바이오허브와 함께 진행한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에서 우승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BMS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신약 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민간투자 연계 프로그램도 활용하고 있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 육성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2026년에는 스케일업 팁스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K-VIP 사업에 선정됐다. 이러한 지원은 임상 진입을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기회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GB910의 미국·유럽 등 해외 임상 진입이다.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계획 신청 전 사전협의(Pre-IND)를 준비하고 있으며, 규제기관과의 협의 결과를 반영해 비임상 독성시험과 임상용 제조, 품질 관련 자료를 보완할 예정이다. 2027년 4분기에는 미국 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실제 일정은 시험 결과와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단백질 의약품은 생산공정의 일관성, 제형의 안정성, 반복투여에 따른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진행 상황은 Pre-IND 미팅 완료, 반복투여 독성시험 착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여부를 기준으로 확인할 예정입니다.”
후속 후보물질도 개발을 이어간다. 전신홍반루푸스 치료제 후보물질 GB930은 글로벌 사업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GB950은 관련 지식재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단백질을 활용하되 질환별로 다른 세포를 표적으로 하고 있으며, 추가 확장 중인 적응증의 작용기전은 후속 연구로 검증하고 있다.
지바이오로직스의 장기 목표는 sGal-9을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염증성 장질환 등 여러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는 치료제로 키우는 것이다. 송 대표는 “활막세포를 직접 표적하는 새로운 기전을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에서 먼저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적응증으로 개발 범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첫 관문인 해외 임상 진입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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