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척해야 할 수요가 굉장히 큽니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는 K-뷰티의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K-뷰티를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가 훨씬 많고 기존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충분히 진출하지 못한 제품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브랜드 발굴과 기존 브랜드 성장 지원에서 목표를 달성한 아마존은 내년에는 선도 브랜드 육성과 헤어케어 등 새로운 카테고리 확대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신 대표는 27일 열린 ‘Amazon Beauty in Seoul 2026’ 행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사업 성과와 향후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K-뷰티 성장 전략의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한국 브랜드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 방식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신규 브랜드의 입점 수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실제 매출 성과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을 이끌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가 ‘Amazon Beauty in Seoul 2026’ 기자간담회에서 K-뷰티 성장 성과와 내년도 사업 전략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신규 셀러를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존 셀러 역시 모두를 평균적으로 성장시키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났다. 신 대표에 따르면 아마존에 새롭게 진입한 K-뷰티 판매자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고, 전략적으로 지원한 브랜드들의 매출도 평균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설정한 전략 계정 관련 목표 역시 달성했다.
상품 개발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가 지금까지 출시한 아마존 독점 상품은 약 80개이며, 이 가운데 23개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제품이다. 스프링 세일과 프라임데이, 10월 프라임 빅딜데이즈 등 세 차례 주요 쇼핑 행사에서도 내부적으로 설정한 프로모션 목표를 모두 달성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약속했던 과제들이 올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됐다고 평가했다. 내년도 성장 목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부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2년간 이어온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선도 브랜드 육성이다. 아마존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추진한다. 선정 기준은 현재 매출 순위가 아니라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과 제품 개발 역량, 운영 능력 등이다. 구체적인 브랜드 명단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신 대표는 한국 브랜드들이 충분한 사업 규모를 확보해야 아마존 본사 차원에서도 K-뷰티에 특화된 서비스와 정책, 물류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이 개별 기업의 매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메디큐브 등 일부 브랜드에 매출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는 입장이다. 아누아와 바이오던스, 셀리맥스 등 여러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하나의 브랜드가 시장을 이끈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현재 K-뷰티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선도 브랜드의 성공이 아직 한국 화장품을 경험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K-뷰티를 알리고, 다른 브랜드의 성장 기회까지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두피에서 모발 전체로”…헤어케어가 K-뷰티의 다음 성장 시장
아마존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하는 것은 헤어케어다. 지난해부터 두피 관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가능성을 시험해 온 아마존은 이를 모발 관리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신 대표는 최근 미국 출장에서 확인한 유통 현장의 변화를 소개했다. 글로벌 헤어케어 기업뿐 아니라 미국의 신생 브랜드들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으며, 매장 내 헤어케어 제품의 비중도 커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 (사진 제공: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눈여겨본 변화는 스킨케어에서 익숙했던 성분 중심의 접근법이 헤어케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헤어 오일이나 세럼처럼 제품의 형태와 용도를 중심으로 판매했다면, 최근에는 펩타이드와 아연, PDRN 등 함유 성분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피부 관리에 적용하던 기술과 성분을 모발 관리에 접목하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 흐름이다. 신 대표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성분 배합과 제형 개발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헤어케어에서도 충분한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두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모발 관리의 다른 영역에도 한국의 기술과 제품 개발 역량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케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헤어케어 브랜드 릴리브를 운영하는 마이클의 조용훈 대표는 자사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400% 이상 성장했다고 언급하며, 미국 오프라인 유통 현장에서도 헤어케어 제품의 진열 위치가 매장 뒤편에서 앞쪽으로 이동하고 K-뷰티 헤어케어 전용 공간이 마련되는 등 시장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헤어케어뿐 아니라 기존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분야는 모이스처라이저로, 한국 브랜드들이 마스크팩과 토너, 클렌징 오일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것과 달리 보습크림 시장은 아직 개척할 여지가 크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브랜드와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을 재출시하며 시장 가능성을 확인해 왔으며, 앞으로도 K-뷰티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부 카테고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새로운 제품군을 개척하는 것만큼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이끌어내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K-뷰티 제품의 재구매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미국 소비자 가운데 K-뷰티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은 대략 다섯 명 중 한 명 수준이다. 기존 고객의 반복 구매가 늘어나는 동시에 아직 한국 화장품을 경험하지 않은 소비자도 많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신 대표는 틱톡샵 등 새로운 커머스 채널과의 경쟁에서도 단기적인 판매 성과보다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바이럴 효과로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소비자가 브랜드를 반복해서 찾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히어로 상품 하나가 아니라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입니다. 충동적인 한 번의 구매를 반복 구매로 연결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쌓아야 합니다.”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려면 안정적인 공급망도 갖춰야 한다. 올해 K-뷰티의 가파른 성장으로 생산과 원자재 수급, 재고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더라도 미국 전역에 적절하게 배치하지 못하면 빠른 배송이 어려워져 구매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FBA를 활용한 물류 지원과 재고 운영 역량이 앞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브랜드들이 부담을 느끼는 광고비와 물류비에 대해서도 개별 비용을 줄이기보다 사업 운영 전반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고 예산을 늘리기에 앞서 상품 가격과 재고, 상세페이지, 소비자 리뷰 등을 점검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객 신뢰를 위한 가품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AI를 활용해 가품 의심 상품의 판매 목록을 삭제하고, 고유 코드로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트랜스페어런시(Transparenc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경쟁력은 미국을 넘어 다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아마존의 23개 마켓플레이스 가운데 K-뷰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미국이며, 영국을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과 일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와 중동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나면서 한국 브랜드들의 진출 기회가 넓어지고 있으며, 아마존 역시 브랜드 육성과 제품군 확대, 물류 지원을 연결해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거듭 강조된 것은 K-뷰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었다. 지난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한 아마존은 내년부터 신규 브랜드 입점 확대를 넘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헤어케어와 모이스처라이저 등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재구매와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K-뷰티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만, 아직 한국 화장품을 경험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고 충분히 개척하지 못한 제품군도 남아 있다. 아마존이 내년 브랜드 육성과 카테고리 확장, 물류 지원에 더욱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거둔 성과보다 앞으로 확보할 시장이 더 크다는 기대 속에 K-뷰티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은 한층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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