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떠나는 이유는 연봉만이 아닙니다. 감정을 토로할 수 없는 조직에서 마음이 먼저 지치죠.”
이윤정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부원장은 스타트업 대표와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들여다봐 왔다. 기업 현장 경험과 심리상담 실무를 함께 갖춘 그는 현재 전국 25개 지점을 운영하는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본사 대외협력팀장으로 기업상담 전담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상담 수퍼바이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 갈등미디에이터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조직과 대표들을 만나온 그는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으로 ‘감정의 고립’을 꼽았다. 성장과 성과는 계속 이야기되지만, 정작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상담과 조직 심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윤정 헬로스마일 부원장.
“단기 성과 압박이 강할수록 조직은 안전한 침묵에 익숙해진다”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에서 보낸 10년은 다양한 직군과 직급, 제조 현장을 포함한 조직 전반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가구 브랜드와 명상 앱 스타트업 등 여러 조직을 경험하며 조직문화와 사람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상담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조직 심리와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가장 자주 나타나는 문제로 ‘감정의 고립’을 지목했다. 투자 유치, 채용, 성장,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정작 대표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늘 강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불안을 인정하지 못할 때부터 문제가 시작돼요. 두려움을 숨긴 채 버티다 보면 통제 욕구가 커지고 예민함이 높아집니다. 결국 그 긴장감은 조직 전체로 퍼지게 되죠.”
이 부원장은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른 조직일수록 심리적 안전감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초기에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구성원들은 점점 실수를 숨기고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대표의 표정 하나가 조직 분위기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보다 경영진이 원하는 정답을 찾기 시작하면 조직은 창의성을 잃고 방어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대표들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신호도 제시했다. 회의에서 질문이 줄어들고, 직원들이 지나치게 조용해지며, 실패 사례를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조직 내부 긴장도가 이미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건강한 조직은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하게 의견 충돌이 가능한 조직이 훨씬 건강해요. ‘이 방향이 우려됩니다’, ‘지금은 너무 지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해도 관계가 끊기지 않는 조직이 진짜 건강한 조직입니다.”
이윤정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부원장과 스타트업 대표들의 감정 관리와 건강한 조직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번아웃은 피곤함이 아니라 삶의 의미가 흐려지는 상태
이 부원장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흔히 겪는 번아웃에 대해서도 기존과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번아웃을 단순히 업무 과다로 인한 피로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동기가 점점 무뎌지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표들은 대부분 몸이 무너지기 전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데 번아웃은 생각보다 조용히 찾아와요.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늘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많은 대표들이 이런 감정 자체를 비효율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성과 중심 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감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처럼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그는 감정을 무시한 의사결정은 결국 조직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대표의 감정 상태는 조직에 그대로 전염됩니다. 대표가 불안하면 조직은 단기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고, 직원들은 실수하지 않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죠. 결국 도전보다 생존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스타트업 대표들 가운데 관계 피로와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투자자와 직원, 고객, 시장 모두에게 끊임없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누적된 결과다.
그래서 그는 대표들에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으로 ‘혼자 견디기’를 꼽았다.
“대표들은 흔히 ‘내가 버텨야 회사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임감은 중요해요. 하지만 모든 감정을 혼자 처리하려 하면 결국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안전하게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윤정 부원장은 “좋은 조직은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니라 안전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 이 부원장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회복력’이다. 단기 성과를 위해 조직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기업은 많지만, 진짜 경쟁력은 어려움을 겪은 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시스템보다 사람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계와 심리적 안정감이 성과와 직결된다.
그는 “좋은 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흔들림을 이해하고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의 에너지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숫자는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관계와 소진된 마음은 생각보다 복구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회사의 성과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진정한 안정감은 결국 관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대표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회사는 성장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지는 않은가.”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의 사업이다. 투자도, 기술도, 전략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빠른 성장에만 집중하기보다 서로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 이윤정 부원장이 말하는 건강한 조직의 시작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The post “회사는 성장하는데 왜 더 외로워질까”… 이윤정 헬로스마일 부원장이 말하는 건강한 조직의 조건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