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에 라면을 추천해달라고 물었을 때 등장하는 제품이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기존 4개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아이빅스랩이 봉지라면과 컵라면, 비빔면 73개 제품의 AI 브랜드 경쟁력지수 ‘AIBIX’를 측정한 결과다. 전체 제품의 합산 점수 878.5점 가운데 4개사 제품이 856.1점을 차지해 비중이 97.5%에 달했다. 봉지라면과 컵라면은 상위 20위뿐 아니라 점수를 얻은 제품 전체가 4개사 제품으로 채워졌다. 오랜 기간 축적된 조리법과 후기, 커뮤니티 기록이 생성형 AI 답변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면서 후발 브랜드에는 유통·광고와 별개로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축적하는 일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
라면 분야 3개 카테고리 AIBIX 지수 랭킹 분석 결과 (이미지제공=AIBIX lab)
AIBIX는 챗GPT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에 동일한 소비자 질문을 반복하고 답변에 등장한 브랜드의 노출 빈도와 언급 점유율, 공식 출처 인용 현황 등을 100점 척도로 환산한 지표다.
봉지라면에서는 신라면이 51.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진라면 47.4점, 불닭볶음면 37.1점, 안성탕면 36.3점, 너구리 35.8점이 뒤를 이었다.
컵라면은 신라면컵이 47.8점으로 가장 높았고 진라면컵 40.3점, 육개장 사발면 33.5점, 불닭볶음면컵 32.2점, 참깨라면 24.0점 순이었다. 비빔면에서는 팔도비빔면이 53.4점으로 1위에 올랐으며 진비빔면 44.2점, 배홍동 43.5점, 더미식 비빔면 20.7점, 오뚜기메밀비빔면 11.0점이 상위 5개 제품에 포함됐다.
라면 4사 밖에서 점수를 얻은 제품은 더미식 비빔면과 더미식 메밀비빔면, 노브랜드 비빔면 등 3개뿐이었다. 더미식 비빔면은 비빔면 부문 4위에 올랐지만, 하림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한 장인라면은 네 개 AI 서비스의 답변에 등장하지 않았다.
실제 기업별 라면 사업 비중은 차이가 컸다. 회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한 비중은 농심 85.1%, 삼양식품 91.7%, 오뚜기 28.7%였다. 농심의 연결 매출은 3조5143억원, 삼양식품은 2조3518억원이었고 오뚜기의 라면 매출은 약 1조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답변에서는 이 같은 사업 구조의 차이가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삼양라면 31.2→2.9점…같은 이름도 봉지·컵 성적 달랐다
같은 제품명을 사용해도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AI 경쟁력은 다르게 나타났다. 삼양라면은 봉지라면에서 31.2점을 기록했지만 컵라면에서는 2.9점으로 28.3점 낮아졌다. 안성탕면은 36.3점에서 9.0점으로, 너구리는 35.8점에서 14.3점으로 내려갔다.
반대로 육개장은 봉지라면 카테고리에서 네 개 AI 모두 0점을 기록했지만 컵라면에서는 33.5점으로 3위에 올랐다. 참깨라면도 봉지라면 12.1점에서 컵라면 24.0점으로 상승했다. 신라면은 봉지 51.7점과 컵 47.8점, 진라면은 47.4점과 40.3점, 불닭볶음면은 37.1점과 32.2점으로 두 제품군에서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컵라면 1위는 AI 서비스별로도 엇갈렸다. 챗GPT와 클로드는 신라면컵을 가장 높은 순위로 제시했지만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는 육개장 사발면을 1위로 꼽았다. 육개장 사발면은 제미나이에서 50.7점을 받은 반면 클로드에서는 14.3점에 그쳤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라면은 수십년간 쌓인 조리법과 후기, 커뮤니티 기록이 생성형 AI의 참고 자료가 되는 분야”라며 “후발 브랜드는 유통망과 광고뿐 아니라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브랜드 전체보다 개별 제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제품의 점수가 높더라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 다른 제품군이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측정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AIBIX는 생성형 AI 답변에서 브랜드가 등장하고 추천·인용되는 정도를 측정한 지표로,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제품 품질 또는 전체 소비자의 선호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지난 6일 F&B·프랜차이즈 30개 카테고리의 1차 결과를 공개했으며 뷰티와 생활가전, 자동차, 금융, 교육, 보험 등도 측정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분석은 라면 브랜드 경쟁이 매대와 광고를 넘어 생성형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 축적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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