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충남 예산으로 귀농한 김동로 대표는 한우 46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와 삼성전자 등에서 자동차 카메라와 센서 기술을 개발해 온 그에게 축산업은 낯선 분야였다. 소의 행동 변화에서 건강 상태를 알아차리고, 발정과 분만 시기를 살피는 일은 자동차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과 달랐다. 특히 밤에는 가축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귀농 첫해, 그가 키우던 한우 46마리 중 23마리가 폐사했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계기로 축산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위험을 감지하듯, 축사에서도 소의 움직임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쌓은 기술을 농장에서 직접 겪은 문제에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그렇게 개발한 기술이 인공지능(AI) 기반 가축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 ‘AI CDS(Cattle abnormality Detection System)’다. 카메라로 가축의 행동과 체온을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농장주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리는 시스템이다. 소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축산농가의 관리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티테크는 AI CDS를 국내 축산농가에 보급하며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편, 축산업에서 확보한 영상 분석 기술을 보안과 산업안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아이티테크 김동로 대표>
자동차 카메라 개발 경험에서 찾은 축산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
가축 폐사를 겪은 뒤 김 대표는 수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소를 키워온 장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축산 현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소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려면 어떤 행동을 살펴야 하는지, 발정이나 분만이 가까워지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소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의 특징이었다.
분만을 앞둔 소는 꼬리를 장시간 들거나 바닥 냄새를 맡고, 발정기에는 다른 소의 등에 올라타는 승가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몸이 뒤집힌 채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이상 징후다. 농장주는 이러한 변화를 관찰해 소의 상태를 판단하지만, 사육 규모가 커질수록 모든 개체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살피기 어려워진다.
김 대표는 여기서 자동차 분야에서 개발했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영상 인식 기술을 떠올렸다. ADAS는 카메라와 센서로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차량 주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식을 축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농장주가 눈으로 확인하던 소의 행동을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법을 구상했다. 카메라가 가축의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구분할 수 있다면 농가의 관리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축산가의 고민, 가축이 잘 죽거나 번식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정보통신기술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축 폐사와 번식 문제를 기술 개발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농장에서 확인한 소의 행동 특성을 영상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가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아이티테크는 이를 위해 소의 생육과 행동에 관한 이미지 10만 장 이상을 AI 학습에 활용했다. 영상에 나타난 움직임이 일반적인 행동인지, 발정이나 분만을 알리는 신호인지 구분하도록 분석 모델을 개발했으며,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 이상 징후를 살피는 기능도 더했다. 축산 현장에서 관찰한 행동을 학습 데이터로 구축하고, 카메라가 이를 자동으로 분석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연구는 사업화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팜 빅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경기 안양에 아이티테크를 설립했다. 자동차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던 영상 인식 기술을 축사에서 소의 이상 행동을 찾아내는 데 활용하면서, 귀농 후 경험한 가축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농장주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 축산 현장에서 기술력 검증
아이티테크가 개발한 AI CDS는 촬영한 영상을 카메라 내부에서 직접 분석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을 적용했다. 촬영 데이터를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로 전송해 처리하는 일반적인 영상 관제 방식과 달리, 카메라에 탑재된 연산 장치가 가축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영상 수집부터 이상 징후 탐지까지 카메라 내부에서 수행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카메라 한 대에는 일반 영상과 열화상 영상을 수집하는 모듈, 상하좌우 회전과 확대 기능을 갖춘 PTZ 구동부, AI 연산 장치, 1TB 저장장치가 통합돼 있다. 별도의 외부 녹화기 없이 영상을 저장할 수 있으며, 인터넷 연결이 일시적으로 끊기더라도 이상 징후 탐지 기능은 유지된다. 통신이 복구되면 저장된 탐지 데이터를 농장주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축사에서 발생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가축의 몸에 센서를 부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기존 관리 방식과 구별된다. 축산농가에서는 발정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의 목이나 발목에 센서를 부착하기도 하는데, 사육 두수가 늘어나면 개체별 센서 설치와 관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티테크는 카메라로 여러 마리의 소를 동시에 관찰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회사가 제시하는 기본 설치 기준은 소 100마리를 사육하는 축사에 카메라 한 대다.
기존 CCTV를 사용하는 농가를 위해서는 ‘AI Core Link’도 개발했다. 설치된 카메라에 이 장치를 연결하면 AI 영상 분석 기능을 적용할 수 있어 농가의 설비 환경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아이티테크는 카메라 하드웨어와 펌웨어, AI 모델, 학습 데이터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제품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 CDS에 대해 “축산농가의 눈과 손이 되어 24시간 가축을 돌보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농장주가 직접 관찰해야 했던 가축의 행동을 카메라가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술 개발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의 효과는 농가 실증을 통해 확인해 왔다. 2024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기술융복합 현장적용 실증사업을 통해 충남 예산군의 한우농가에 AI CDS를 설치했다. 아이티테크에 따르면 해당 농가는 시스템 도입 후 연간 약 3,000만 원의 노동력 비용을 절감했으며, 발정 신호 탐지율은 약 95%를 기록했다. 영상 분석 기술을 실제 축산 현장에 적용해 농장 운영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한 사례다.
이후 ICT 융복합확산사업과 농촌진흥청 신기술보급사업 등을 통해 아산과 안동, 합천, 고흥, 성주, 평택, 태백, 홍천, 춘천, 충주, 장수, 상주, 제주 등으로 보급 지역을 넓혔다. 지역별 축산 환경에 시스템을 적용하며 사용 경험과 실증 결과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기능을 개선해 왔다.
대외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2025년 9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제3회 스마트축산 AI 경진대회 상용화 부문에서 대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같은 달 농식품 분야 유망 벤처기업을 선정하는 ‘이달의 A-벤처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에게 기억에 남는 성과는 농장주들의 반응이었다. 그는 2025년 11월 농민신문 인터뷰에서 “AI가 파수꾼 역할을 하니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돼 잠을 푹 잔다는 농가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도입 이후 축사를 지키는 부담을 덜었다는 농장주의 이야기가 기술 개발의 성과로 다가온 것이다.
축산농가에서 가축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밤에도 계속된다. 발정 시기를 놓치면 다음 주기를 기다려야 하고, 분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소가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늦게 발견하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AI CDS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축의 행동을 상시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농장주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농장주는 스마트폰으로 알림과 영상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 대표가 귀농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은 여러 축산농가에 보급되며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농장주의 관찰과 판단에 의존하던 가축 관리에 영상 분석 기술을 접목하면서, 농가가 개체별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농가에서 해외 축산시장으로, 기술 적용 범위 확대
국내 농가에서 실증 경험을 쌓은 아이티테크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축산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마다 축사 구조와 사육 환경, 기후 조건이 다른 만큼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 시장에서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지식재산권 확보도 병행해 국내 등록 특허 6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첫 특허인 ‘스마트 가축 관리 시스템 및 그 방법’은 2024년 일본에 이어 2026년 3월 미국, 7월 유럽에서도 등록됐다.
미국에서는 현지 법인 설립과 산학협력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한 뒤 2월에는 캘리포니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텍사스 소 사육자 협회(TSCRA) 회원 자격으로 현지 축산 박람회에 참가했으며, 7월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포모나(Cal Poly Pomon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지 축산업계 및 대학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태국을 중심으로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니가타현의 니가타국립대학, 산조시립대, 야스다목장 등에서 AI CDS 실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태국에서는 CP그룹으로부터 육계 사육 환경에 맞춘 기술 개발을 의뢰받았다. 한우를 대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젖소와 닭 등 다른 축종의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면서 축종별 행동 특성과 사육 환경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에서 현지 사육 환경에 맞는 기술 검증과 협력 관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농가에서 확보한 실증 경험을 기반으로 국가별 사육 방식과 축종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고, 현지 대학과 축산업계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대학 및 축산업계와 협력하고 일본에서 현장 실증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사업 방향에 따른 것이다.
해외 축산시장과 함께 보안과 산업안전 등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AI CD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온디바이스 영상 분석 기술이 그 기반이다.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다뤘던 카메라 기술이 축산업으로 이어졌듯, 축사에서 가축의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도 다른 산업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메라가 수집한 영상을 분석해 특정 상황을 감지한다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적용 분야에 따라 분석 대상과 필요한 기능은 달라진다.
아이티테크는 이를 ‘AI Core’라는 기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기존 카메라에 필요한 분석 기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보안과 산업안전, 교통, 스마트시티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보안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하며 금융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축사에서 소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던 영상 분석 기술을 보안 환경의 이상 상황을 탐지하는 데 적용하는 것이다.
기술의 적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국가와 산업별 환경에 맞는 기능을 구현하는 과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 축산시장에서는 사육 환경과 축종에 따른 행동 특성을 반영해야 하고, 보안과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각 현장에서 감지해야 할 대상과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아이티테크는 국내 축산농가에서 축적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시장별 요구에 맞춰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김 대표가 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축산농민의 삶의 질과 농가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농가의 노동 부담을 덜고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축산 현장에서 시작한 기술 개발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하면서, 한국의 축산 기술을 알리는 데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축산 기술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자동차 카메라 개발자에서 한우 사육 농장주로, 다시 축산 AI 기업의 창업자로 이어진 그의 이력에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충남 예산의 한우농장에서 시작한 아이티테크의 기술은 국내 축산농가를 거쳐 해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장주가 가축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개발 목적을 바탕으로 영상 분석 기술의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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