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스윙댄스를 본 적이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오프닝 장면이나 ‘스윙걸즈’의 경쾌한 무대처럼 말이다. 음악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고, 사람과 사람이 호흡을 맞추며 만들어내는 리듬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막상 스윙댄스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잘 추지 못하면 민망할 것 같고, 무엇보다 ‘나와는 조금 다른 세계’라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문화. 스윙파크 김잔디 대표는 그 간극을 줄이는 일을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좋은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현장을 운영해보니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배우는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그리고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까지 모두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녀가 만든 ‘스윙파크’라는 이름에는 휴양지 같은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머물 수 있는 곳. 김 대표는 스윙파크를 단순한 댄스 스튜디오가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를 경험하고 관계를 맺는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스윙댄스는 미국이 가장 활기차던 시절 탄생해 뮤지컬과 재즈 문화의 토대가 됐고, 이후 대중음악과 춤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이 가장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때 나오는 리듬과 동작이 담긴 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그 이유를 콘텐츠와 교육, 공간과 커뮤니티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는 사람은 많은데 해보는 사람은 적어요. 관심은 있는데 시작하기 어려운 거죠. 결국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잔디 스윙파크 대표
“수강생 숫자가 늘어나는 게 대중화는 아니다”
많은 문화 사업자들이 회원 수나 수강생 증가를 성장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생각하는 대중화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스윙댄스가 특정 동호회나 마니아들의 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진짜 대중화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공연장에서 우연히 스윙댄스를 보고, 누군가는 친구를 따라 체험 수업에 참여하고, 또 누군가는 커뮤니티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문화 안으로 들어오는 것. 그런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하나의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 잡는다고 믿는다.
“대중화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스윙댄스를 특별한 취미가 아니라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문화로 인식하게 되는 것, 그리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철학은 현장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스윙댄스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장르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인 만큼 분위기와 관계가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스윙파크는 회원들의 실력 향상보다도 즐거운 경험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은 커뮤니티, 다시 오고 싶어지는 경험. 이런 요소들이 결국 문화가 지속되는 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대상 강의와 행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윙파크는 다양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스윙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한 부가 수익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 기업 행사에서 처음 스윙댄스를 접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이후 정규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강의는 수익 사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에게 문화를 소개하는 창구이기도 해요. 스윙댄스를 전혀 몰랐던 분들이 처음 경험해보고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결국 수익과 문화 확산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설계하는 것이 스윙파크의 방식이다.
스윙파크 공연 현장. 김 대표는 스윙댄스가 특정 마니아의 취미를 넘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윙 타운,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흐름을 만든다
김 대표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스윙 타운(Swing Town)’이다. 처음 들으면 복합문화공간이나 대형 스튜디오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설명하는 스윙 타운은 조금 다르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기획자와 지역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태계에 가깝다.
“공간 자체는 수단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고 어떤 흐름이 생기느냐죠.”
김 대표는 스윙 타운을 하나의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문화적 연결망을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스윙댄스를 배우고, 누군가는 공연을 기획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역 축제와 연결한다. 이런 활동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프로젝트, 지역 문화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꿈꾸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스윙댄스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지역 관광과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지역에 문화적 이유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공연과 행사,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모델이다.
“사람들이 특정 장소를 찾는 이유는 결국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윙댄스를 매개로 지역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스윙파크의 수익 구조 역시 교육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다. 교육, 공연, 콘텐츠, 대관, 기업 협업, 지역 행사 등 여러 축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문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상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운영 구조 역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윙파크 행사 현장. 김잔디 대표는 ‘스윙 타운’을 통해 배우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이 함께 연결되는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가 지속되려면 사람도 지속돼야 한다”
김 대표의 고민은 스윙댄스 생태계를 넘어 문화예술인 전반으로 확장된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그녀는 많은 강사와 프리랜서, 문화예술인들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목격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수입도 끊기고, 보험이나 복지 혜택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늘 불안정했다.
“열정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많이 봤어요. 문화가 지속되려면 결국 그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지속 가능해야 하거든요.”
이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PBF(Provision Bridge Fund)다. 현재는 후원자와 수혜자를 연결해 선교사들의 보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인과 프리랜서, 강사 등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스윙파크와 PBF가 사실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스윙파크는 문화가 지속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고, PBF는 사람이 지속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에요.”
결국 그녀가 만들고 싶은 것은 춤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연결되고, 문화가 자라나고, 그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까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생태계다.
인터뷰 말미에 김 대표에게 스윙댄스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그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춤이 아니라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해지는 춤이에요. 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관계가 생기고 삶에 새로운 리듬이 만들어지죠.”
잠시 생각을 멈춘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에요. 사람을 살리고 문화를 지속시키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잔디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수많은 발걸음이 지나가며 비로소 넓은 공원이 된다. 김잔디 대표가 꿈꾸는 스윙파크 역시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춤이 아니라, 사람들이 연결되고 문화가 이어지며 더 오래 지속되는 세상. 그녀의 다음 스텝은 스윙댄스를 넘어 사람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을 향하고 있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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