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회의실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잠시 웃음이 터졌다. 기업의 대표에게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타이디비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표와 구성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 장종화 대표 역시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요.”
AI 브랜딩 플랫폼 ‘요비(Yo-B)’를 만드는 타이디비는 언뜻 보면 AI 스타트업이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오히려 ‘사람을 성장시키는 회사’에 더 가까워 보였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지 않고, 개발자는 개발만 하지 않는다. 고객을 만나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브랜드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장종화 대표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모두의 창업’ 멘토로 활동하며 창업가들에게 전하는 조언과도 닮아 있었다.
창업가들에게 “직접 고객을 만나보라”고 말하는 그는 회사 안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직급이나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고,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는 철학이다. 그래서 타이디비에서는 신입 구성원의 의견도 서비스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디자이너가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타이디비(Tidy-B) 김소현, 이제이 디자이너, 장종화 대표
“브랜드는 결국 고객이 결정합니다”
타이디비는 요비를 만들기 전부터 다양한 스타트업과 기관, 미디어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벤처 생태계 대표 미디어인 벤처스퀘어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단순히 로고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벤처스퀘어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장 대표는 브랜딩을 “예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본질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브랜딩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략에 가까워요. 고객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입니다.”
실제로 타이디비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고객 인터뷰와 시장 분석에서 시작됐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고객의 언어를 찾고,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요비 개발에도 반영됐다. AI가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라고 해서 기술만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업가들이 브랜드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더 쉽게 만들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장 대표는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많은 창업가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브랜드를 어렵게 생각했다”며 “그 경험들이 요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요비요?”…신입 디자이너가 서비스 이름을 만들었다
요비라는 이름은 거창한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회의실 대화에서 시작됐다. 서비스 리브랜딩을 준비하던 당시 타이디비 내부에서는 수백 개의 이름 후보가 오갔다. 짧고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브랜드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을 찾고 있었다.
김소현 디자이너는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이름이 짧고 기억하기 쉽더라고요. 요아정, 두찜 같은 브랜드들을 보면서 두 글자 정도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그냥 아이디어 중 하나로 가볍게 이야기했던 건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어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이름 하나가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늘 고민하게 되는데, 요비는 친근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느낌이 있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이름 가운데 하나가 ‘요비’였다. 처음에는 가볍게 던진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대표의 반응은 달랐다.
“이거 괜찮은데?”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했고, 최종적으로 96명의 고객과 지인을 대상으로 검증까지 진행했다. 발음의 편의성, 기억하기 쉬운 정도, 브랜드 이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선택된 이름이 지금의 요비(Yo-b)다. 요비라는 이름에는 의미도 담겨 있다. ‘Yo’는 사용자를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자 “당신(You)”을 의미하고, ‘B’는 Brand를 뜻한다. 즉 요비는 ‘당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파트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서비스 철학이 이름 안에 녹아 있는 셈이다.
장 대표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생각보다 고객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장면은 타이디비의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직급보다 아이디어를 우선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 말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네이밍은 경영진이나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이디비에서는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다.
장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는 직급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고객을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이 더 좋은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비의 리브랜딩 과정은 이름을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로고와 컬러, 사용자 경험까지 전반적인 브랜드 체계를 다시 설계했고, 그 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왼쪽부터) 타이디비(Tidy-B) 김소현, 이제이 디자이너, 장종화 대표
“미팅 한 번 나가면 책 한 권 읽는 기분이었어요”
이제이 디자이너와 김소현 디자이너는 모두 타이디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다. 대학생 인턴으로 들어왔고 어느새 3년 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단순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은 브랜딩과 UI·UX뿐 아니라 고객 미팅, 서비스 개선, 콘텐츠 기획, 마케팅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직무의 경계가 비교적 유연하다. 두 사람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기보다 새로운 업무를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 자체를 성장의 자산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양한 창업가와 고객을 만나고, 브랜드와 서비스,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하는 경험이 지금의 자신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김소현 디자이너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고객 미팅을 꼽았다.
“대표님을 따라다니면서 정말 다양한 창업가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디자인 업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고객들의 고민을 직접 듣다 보니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어요. 어떤 분은 자금 문제를 이야기하고, 어떤 분은 고객 확보 때문에 고민하고, 또 어떤 분은 브랜드 방향성을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미팅 한 번 나가는 게 책 한 권 읽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학교나 책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실제 사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이미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고 한다.
“특히 고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디자인을 할 때도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이 기능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이 디자이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표님 인터뷰나 미팅을 같이 다니다 보니까 사업을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졌어요. 처음에는 디자인 결과물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 고객은 어떤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실제로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고객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직접 듣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데, 고객 이야기를 듣고 나면 화면 하나를 만들더라도 접근 방식이 달라져요. 예전에는 사용성을 중심으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고객의 비즈니스 상황이나 목표까지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실제로 고객 인터뷰를 하고 나면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보다 고객이 전혀 다른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어진 것 같습니다.”
장 대표는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을 고객 미팅에 참여시킨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 개발만 하는 개발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평생 직장은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사업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타이디비 내부에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기획자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한 문화 중 하나다. 장 대표는 이를 ‘오버랩’이라고 표현했다.
“디자이너도 개발을 이해해야 하고, 개발자도 브랜드를 이해해야 해요. 그래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러한 문화는 업무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새로운 기능을 기획할 때 디자이너가 사용자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개발자가 서비스 전략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특정 직무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구조다. 장 대표는 “결국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원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서로의 영역을 이해할수록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지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모두의창업 1라운드 선정 창업가를 위한 요비(Yo-B) AI 브랜딩 자동화 시스템 전용 혜택 랜딩페이지
“모두의 창업 시대, 결국 중요한 건 실행입니다”
최근 장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 멘토로 참여했다. ‘모두의 창업’은 창업을 꿈꾸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장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예비 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을 만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창업가들이 고민하는 문제와 타이디비 고객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객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 대표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을 만나보세요.”
“고객 인터뷰를 해보세요.”
“결과물을 만들어보세요.”
그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만, 실제 고객을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요한 가정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고객을 만나기 전에 사업계획서부터 완성하려고 해요. 그런데 고객을 만나보면 처음 생각했던 문제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의 창업 멘토링 과정에서도 그는 고객 인터뷰와 시장 검증을 가장 먼저 권한다. 실제로 몇몇 참가자들은 멘토링 이후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업 방향을 완전히 수정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창업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실패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고객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타이디비가 요비를 만들면서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수많은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고, 서비스 이름도 고객 검증을 거쳤다. 올해 초에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이미 개발한 화면을 수개월에 걸쳐 다시 뜯어고치기도 했다.
김소현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사용자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편하려고 만든 서비스인데 오히려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익숙한 방식대로 설계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실제 사용자들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다시 분석하면서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확인했고, 사용자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도 했어요. 이미 만들어 놓은 화면을 수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고객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줄이고, 브랜드 생성 과정을 더 직관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와 개선 작업을 반복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타이디비(Tidy-B) 이제이, 김소현 디자이너, 장종화 대표
장 대표는 창업 역시 같은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습니다. 고객을 만나야 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하고, 다시 수정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창업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 반응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도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고객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한 단어는 AI도, 브랜딩도 아니었다. 바로 ‘실행’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장 대표는 최근 자주 하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금은 정말 모두의 창업 시대인 것 같아요. AI 덕분에 혼자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고, 고객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이 쉬워진 만큼 실행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더 커질 거예요. 결국 차이는 실행에서 납니다.”
흥미로운 건 그 말이 창업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타이디비 역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고객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수정한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도 함께 발전한다.
요비는 AI 브랜딩 플랫폼이지만, 그 안에서 반복되는 과정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아날로그적이다.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듣고, 수정하는 일의 반복.
어쩌면 타이디비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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