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3000여명이 몰린 ‘모두의 창업’이 선발 경쟁을 지나 투자유치 단계로 들어섰다. 정부가 대규모로 창업 인재를 발굴한 데 이어 팁스(TIPS) 운영사를 연결해 실제 투자 가능성을 검증하는 후속 과정이 시작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일 시작한 ‘도전의 IR 프로젝트’는 생애 첫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는 기술창업자와 투자사를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췄지만 투자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해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중기부와 142개 팁스 운영사가 올해 안에 300회 이상의 대면 IR을 진행한다.
지난 9월 15일부터 시작된 1차 운영사별 IR에는 이미 500명 이상의 창업자가 투자 제안을 마쳤다. 창업자는 차수별로 한 곳의 운영사를 선택해 투자 제안을 보내고, 운영사는 이 가운데 직접 만날 기업을 선정한다. 여러 투자사에 사업계획서를 일괄적으로 보내는 방식보다 창업기업과 투자사의 관심 분야를 먼저 맞춰 실제 투자 검토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다.
‘도전의 IR’은 올해 중기부가 추진한 ‘모두의 창업’과도 직접 연결된다. 1차 ‘모두의 창업’에는 6만3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일반·기술트랙 2라운드 진출자 가운데 보육기관의 추천을 받은 200여명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와 맞는 팁스 운영사를 만나 투자유치에 나선다. 대규모 창업자 모집과 선발 이후 보육을 거쳐 민간 투자자의 심사 테이블까지 연결하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재)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 2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2026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1차 2R 진출자를 대상으로 실전 대비 모의 IR 프로그램 ‘모두의 IR’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6만3000명에서 200여명으로…경진대회 다음은 ‘투자’
‘모두의 창업’과 ‘도전의 IR’을 함께 보면 올해 창업지원 사업의 흐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창업자를 모집해 경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단계를 통과한 참가자의 사업모델을 다듬은 뒤 민간 투자자와 직접 만나게 하는 구조다.
지역에서는 투자자를 만나기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강원지역 2라운드 진출자를 대상으로 모의 IR 프로그램 ‘모두의 IR’을 열었다. 지역오디션을 앞둔 참가자들이 실제 심사와 비슷한 환경에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발표 연습보다는 실전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별 피칭 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발표 모습을 확인하도록 하고 전문가가 전달 방식 등을 피드백했다. 정부지원사업과 정책자금 활용, 초기 투자 연계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평가받던 참가자가 투자자에게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는 단계에 대비하는 과정이다.
지역에서 준비한 기업을 투자자와 연결하는 접점도 확대된다. 중기부는 팁스 운영사별 IR뿐 아니라 ‘모두의 창업’ 연계 IR과 지역별·분야별 IR을 병행한다. 비수도권 초기 기술창업기업과 팁스 운영사를 연결하는 ‘웰컴투팁스’ 역시 기존 5대 권역에서 전북·강원·제주 등 3특 지역까지 확대했으며, 강원권 행사는 오는 10월 30일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다. 권역별 우수기업에는 프리팁스 지원사업 우선선정 기회도 제공한다.
강원에서 진행된 ‘모두의 IR’과 이후 이어질 웰컴투팁스를 함께 보면 지역 창업자의 투자 진입 과정도 구체화된다. 지역 단위에서 사업모델과 피칭을 다듬고 실제 투자자를 만난 뒤 팁스 등 후속 지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300번의 IR보다 중요한 건 ‘몇 곳이 투자받았나’
중기부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이미 여러 차례 투자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보다 생애 첫 투자를 준비하는 기술창업자다. 초기 창업자에게는 기술이나 사업모델뿐 아니라 어떤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지, 투자자가 무엇을 확인하는지, 짧은 시간 안에 사업성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도 높은 진입장벽이다.
이를 위해 142개 팁스 운영사가 참여해 운영사별 1대1 미팅과 공개 피칭, ‘모두의 창업’ 연계 IR, 지역·분야별 데모데이 등 여러 형태의 투자 접점을 마련한다. 첫 행사인 ‘도전의 IR 퍼스트 밋업’에서도 창업기업 6개사의 피칭과 8개 팁스 운영사가 참여하는 투자 상담이 진행됐다.
투자가 이뤄졌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도전의 IR을 통해 실제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에는 팁스 사업 선정평가 시 가점 등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IR 참여에서 민간투자, 다시 팁스로 연결되는 경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규모가 커진 만큼 현장에서는 IR과 투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과제로 꼽힌다. ‘모두의 창업’은 여러 지역과 주관·보육기관을 통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만큼 참가자가 어느 기관에서 보육받느냐에 따라 멘토링이나 투자자 네트워크, 후속 지원 경험에 차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 ‘모두의 창업’ 주관기관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참가자를 선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참가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수료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투자자와 만나고 후속 투자 검토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주관기관마다 보유한 투자 네트워크와 보육 역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체 사업 차원에서 이런 격차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IR 교육 자체가 성과가 돼서는 곤란하다. 피칭 자료를 다듬고 발표 능력을 높이는 과정은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일 뿐 투자자의 자금 집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말까지 300회 이상의 IR이 예정돼 있고 500명 이상이 이미 투자 제안을 마친 만큼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개최 횟수와 참가 인원보다 실제 투자 검토에 들어간 기업과 투자계약을 체결한 기업, 팁스와 후속 투자까지 연결된 기업의 비율이다.
‘모두의 창업’ 역시 마찬가지다. 6만3000여명이 지원했다는 숫자는 사업의 관심도를 설명하지만 성과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 가운데 선발된 창업자가 보육과 IR을 거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성장시켰는지까지 확인돼야 대규모 창업자 발굴의 의미도 완성된다.
강원창경의 ‘모두의 IR’처럼 지역에서 실전 피칭과 투자 대응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실제 투자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모두의 창업’이 대규모 창업 경진대회에서 끝날지, 지역에서 발굴한 초기 창업자를 민간 자본시장까지 연결하는 통로가 될지는 결국 IR 무대에 선 기업 가운데 실제 투자를 받은 기업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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