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이나 부비동염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수술에서는 병변의 위치에 따라 수술 도구의 접근 각도가 달라진다. 접형동은 약 0~30도, 전두동은 70~90도, 상악동은 110~120도에 이른다. 기존 수술 장치는 고정된 각도의 블레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병변의 위치에 따라 여러 도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경성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위도 있어 의료진의 시야 확보와 수술 편의성 측면에서 개선이 요구돼 왔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디케어텍(Medicaretec)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수술용 블레이드와 내시경을 결합한 최소침습 수술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플렉스뎁(FlexDeb)’은 하나의 블레이드가 0~120도 범위에서 구부러지도록 설계된 수술 플랫폼이다. 수술 도구의 선단부에 내시경을 결합해 의료진이 병변을 직접 확인하면서 조직을 절제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를 이끄는 전한용 대표는 기계공학을 바탕으로 동역학과 제어, 재활로봇 등을 연구해 온 의료기기 개발 전문가다. 국립암센터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민간기업 연구소에서 약 20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2020년 메디케어텍을 설립했다. 이비인후과 수술 장치 개발에서 출발한 사업은 현재 기흉 진단·응급처치와 남성 요실금 관리 의료기기로 확대됐다.

<메디케어텍 전한용 대표>
20년간 축적한 의료기기 연구 경험과 KIST 원천기술 기반 창업
전한용 대표의 전문 분야는 기계공학과 의료기기 기술의 접점에 있다. 숭실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립암센터 의공학연구과와 KIST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다. 이후 바디프랜드와 지메디텍 등 기업 연구소에서 실제 의료기기를 개발하며 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한 KIST의 창업유도형 연구개발사업 ‘바이오스타’였다. 당시 KIST 연구진과 함께 내시경 카메라를 결합한 이비인후과용 수술 장치를 연구하면서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원천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11월 KIST의 기술출자를 통해 메디케어텍을 설립했다. 같은 해 케이그라운드벤처스와 한국과학기술지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듬해 1월에는 서울 홍릉강소특구 제1호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했다. 연구기관의 기술과 의료진의 전문성, 기업의 제품 개발 역량을 결합한 사업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집중한 분야는 이비인후과 수술 장치였다. 부비동은 위치마다 해부학적 구조가 달라 수술 도구의 접근성과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 고정된 각도의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여러 수술 도구를 교체해야 할 수 있으며, 내시경으로 병변을 확인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도구 교체에 따른 수술 시간과 소모품 비용 역시 의료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였다.
메디케어텍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했다. 전 대표는 “수술 과정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 개발 방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과 환자 안전, 의료기관의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가변형 블레이드와 내시경 결합, 최소침습 수술 장치 개발
메디케어텍의 핵심 기술은 수술용 블레이드의 구조를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플렉스뎁은 하나의 블레이드로 다양한 각도의 병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이비인후과용 최소침습 수술 플랫폼이다.
이를 구현하는 첫 번째 기술은 니티놀(Ni-Ti) 합금에 특수 열처리를 적용한 가변형 블레이드다. 하나의 합금 튜브에서 강성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과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부분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메디케어텍은 이 소재 처리 기술과 제조공법에 관한 특허를 확보했다.
두 번째 기술은 블레이드 일체형 내시경이다. KIST로부터 출자받은 원천기술을 활용해 수술 도구의 선단부에 카메라를 결합했다. 기존 경성 내시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위치의 병변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로, 관련 연구 성과는 2025년 국제학술지 Minimally Invasive Therapy & Allied Technologies에 발표됐다.
두 기술을 결합한 플렉스뎁은 수술 도구의 각도 조절과 병변 관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다양한 해부학적 위치에 접근하면서 수술 부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개발의 핵심이다.
의료기관의 소모품 비용을 낮추는 것도 목표다. 회사의 비교자료에 따르면 기존 장치는 환자 1명당 평균 2~3개의 블레이드를 사용하지만, 플렉스뎁은 하나의 가변형 블레이드로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메디케어텍이 추정한 환자당 소모품 비용은 약 30만 원으로, 기존 제품의 약 40만~60만 원과 비교해 절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개발 및 사업화 단계에서 산출한 예상 효과로, 실제 수술 현장에서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은 향후 임상 적용을 통해 검증할 계획이다.
개발은 제품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월 사용적합성 평가를 완료했으며, 현재 공인인증 시험과 국내 인허가를 준비 중이다. 국내 출시 목표는 2027년이다.
시장 진입 방식에도 의료기관의 장비 도입 부담을 고려했다. 초기에는 병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수술 시스템과 호환되는 블레이드를 공급하고, 이후 자체 수술 시스템 보급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수술에 필요한 일회용 블레이드와 관련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사업모델도 계획하고 있다.
최소침습 수술에서 응급처치·일상 관리까지, 의료기기 사업 영역 확대
메디케어텍의 기술 개발은 이비인후과 수술에 머물지 않는다.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진단과 응급처치, 일상 관리 영역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한 제품은 남성 요실금 관리 의료기기 ‘요맥(YOMag)’이다. 기존 집게형 요실금 클램프의 착용과 압력 조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했다. 자석을 활용해 사용자의 신체 조건에 맞게 압력을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한 손으로 착용과 제거가 가능한 구조, 교체형 의료용 실리콘 패드 등을 적용했다.
요맥은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의료진과 공동개발한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1등급 의료기기 제조신고를 완료하고 2024년 8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토스쇼핑 등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는 메디케어텍이 연구개발 중심의 사업에서 실제 제품 판매로 영역을 넓힌 첫 사례다. 2024년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와 2025년 미국 CES 등에 참가해 제품을 소개하고 해외 바이어들과 상담도 진행했다.
또 다른 개발 제품인 ‘리얼피디티(Real-PDT)’는 기흉 환자의 진단과 응급처치를 지원하는 의료기기다. 흉강 내압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기흉 상태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공기 배출 장치를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기흉은 신속한 진단과 처치가 중요한 응급질환이다. 메디케어텍은 병원에서의 사용을 시작으로 향후 구급차와 응급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정부 연구개발 과제 1단계를 수행 중이며, 후속 연구개발과 인허가를 거쳐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세 제품에는 공통된 개발 방향이 있다. 플렉스뎁은 수술 도구의 접근성과 시야 확보 문제를, 리얼피디티는 응급 상황에서의 진단과 처치 문제를, 요맥은 환자의 일상적인 요실금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전 대표는 “그동안 개발해 온 제품들은 서로 다른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에서 출발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수술과 처치 과정부터 환자의 일상적인 관리까지, 실제 사용 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개발과 제품화 과정에서 사업 기반도 확대됐다. 2026년 회사자료 기준 누적 시드 투자 유치액은 6억 원이며, 국내 28건과 해외 22건을 합해 총 50건의 특허·상표·디자인 출원 및 등록 권리를 확보했다. 창업 이전 수행한 연구과제를 포함해 2018년부터 2026년까지 수주한 정부 연구개발 과제 규모는 누적 25억 원이다.
기술과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202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2년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고, 같은 해 아시아태평양 의료기기 혁신기업을 선정하는 MedTech Innovator APAC 20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 우수특허대상과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은상을 받았다.
의료 현장의 검증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의료기기 개발은 기술 구현 이후에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고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획득해야 하며, 실제 의료진의 사용성 검토와 임상적 근거 확보도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수술 장치는 의료기관의 기존 장비 운영 방식과 구매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
메디케어텍은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기관과의 공동연구와 기술 검증을 추진해 왔다. 경희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플렉스뎁의 인허가와 임상 적용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해외 의료진을 통한 사업화 가능성 검토도 병행했다. 2025년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서는 싱가포르 이비인후과 전문의 등의 자문을 받았으며, 2026년에도 싱가포르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지 의료진과 제품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사업 목표는 플렉스뎁의 국내 상용화다. 202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와 제품 출시를 목표로 공인인증 시험 및 후속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병원 의료진을 중심으로 초기 수술 적용 사례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논문 발표와 학회 시연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은 싱가포르를 초기 거점으로 추진한다. 현지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적합성과 임상적 근거를 확보한 뒤 2028년 아세안 및 호주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29년부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인허가와 미국 시장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른 제품의 해외 사업화도 준비하고 있다. 요맥은 국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2027년 미국과 유럽의 온라인 유통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플렉스뎁에 적용한 가변형 블레이드 기술은 장기적으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등 다른 진료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확보도 주요 과제다. 메디케어텍은 연구개발과 국내외 인허가, 양산, 영업망 구축 등을 위해 20억 원 규모의 Pre-Series A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기업의 모습은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독자적인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고가의 외산 의료기기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최소침습 수술에서 진단과 응급처치, 일상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전 대표는 “메디케어텍이 지향하는 가치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술 도구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기술에서 출발해 응급처치 장비와 일상 관리 제품으로 이어진 메디케어텍의 연구개발은 이제 각 제품의 상용화와 시장 확대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 이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만드는 것.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경험을 사업으로 이어가며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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