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평가에서 직원들의 불만은 낮은 등급 자체보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통보받는 과정에서 커지기도 한다. 평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했던 직원이 갑자기 C등급을 받는다면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뿐 아니라 평가 기준에 대한 불신까지 갖게 된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과를 설명하는 면담에 앞서 팀장과 팀원이 서로의 평가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경민 리버스마운틴 대표는 자기평가 제출 이후 최종 등급을 결정하기 전 진행하는 30분의 ‘사전 리뷰 면담’이 평가의 정확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매년 1월이면 퇴사 면담이 몰립니다. 나가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평가 얘기를 합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의 고민이다. 올해 1월에도 3년 차 직원 한 명이 퇴사 면담을 했다. 그가 받은 연말 평가는 C였다. 평균 이하의 등급이다. 담당자가 등급이 부당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C를 받아서 억울합니다. 저는 A를 기대했거든요. 팀장님이 평소에 잘한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니 당황스럽습니다.”
그에게 결과 면담은 자신의 평가에 대해 처음 듣는 자리였다. 자기평가를 내고 등급이 나오기까지 몇 주 동안 평가에 대해 묻지도, 듣지도 못했다. 평소 들었던 긍정적인 피드백과 최종 등급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설명받을 기회도 없었다.
직원을 떠나게 하는 것은 낮은 등급보다 ‘뜻밖의 등급’이다
20대 직원은 이런 평가 방식에 특히 민감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가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20대는 54%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50대(34%)보다 20%포인트 높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직장인은 24%에 그쳤다. 일하다 궁금한 것은 AI에게 바로 물어보는 세대에게 1년 동안의 업무에 대한 답을 연말에 한 번 듣는 방식은 낯설 수밖에 없다.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 다국적 제약회사 직원 6,74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팀장이 최고 등급으로 추천했다가 회사 조정 회의에서 한 단계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은 18개월 안에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34% 이상 높았다. 회사가 보너스로 차이를 보전했는데도 이탈 가능성은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기대와 다른 등급을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알게 됐다는 데 있다. 같은 C등급이라도 어떤 사실과 기준에 따라 결정됐는지 알고 받는 것과 아무런 설명 없이 통보받는 것은 다르다. 직원에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곧 ‘뜻밖의 등급’이 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평가제도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 자기평가를 제출한 뒤 팀장이 최종 등급을 매기기 전에 30분짜리 면담 하나를 추가하면 된다. 필자는 이 과정을 ‘사전 리뷰 면담’이라고 부른다.
평가 항목이나 등급 산정 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팀원과 팀장의 생각이 어디서 다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등급을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판단에 차이가 생긴 이유를 살펴보는 일이다.
연말 인사평가에서 자기평가 제출 후 등급 통보까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사전 리뷰 면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평가 전 30분간 성과와 판단 기준을 함께 확인하면 예상하지 못한 등급 통보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자료 제공: 리버스마운틴)
사전 리뷰 면담 30분, 세 가지를 확인하라
필자는 여러 기업의 평가 시즌을 함께 운영하며 사전 리뷰 면담을 세 단계로 진행하도록 권해 왔다.
첫째, 생각이 다른 항목부터 이야기한다.
30분 안에 모든 평가 항목을 다룰 수는 없다. 팀장은 면담 전에 팀원의 자기평가를 읽고 두 종류의 항목을 표시해 둔다. 팀원은 높게 평가했지만 팀장은 낮게 본 항목, 그리고 팀원은 높게 평가했으나 근거 자료가 부족한 항목이다. 서로 생각이 같은 부분은 짧게 확인하고 넘어가면 된다.
평가가 엇갈리는 항목에서는 팀장의 판단을 먼저 설명하기보다 팀원이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 들어야 한다.
“협업을 가장 잘한 항목으로 쓰셨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어요. 제가 놓친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어떤 일을 생각하고 쓰셨는지 먼저 듣고 싶어요.”
근거 자료가 부족한 항목도 마찬가지다.
“신규 고객 발굴을 높게 평가하셨던데, 자기평가에 적힌 내용만으로는 잘 그려지지 않아서요. 어떤 일을 떠올리며 쓰셨어요?”
이렇게 질문하면 팀장과 팀원이 같은 업무를 어떻게 다르게 기억하고 평가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둘째, 판단보다 사실을 먼저 확인한다.
팀장이 자신이 낮게 평가한 이유부터 설명하면 면담은 등급을 둘러싼 흥정으로 흐르기 쉽다. 그보다 먼저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질문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숫자로 말하면 어느 정도였나요?” “그 일에서 맡은 부분은 어디까지였나요?”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있나요?”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팀장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성과가 드러날 수 있다. 반대로 팀원이 크게 기억하던 일이 실제로는 기대만큼 큰 성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최종 등급을 결정하기 전에 알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면담에서 확인한 사실은 정리해 팀원에게 전달하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받는다. 이후 팀장은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한 사실을 근거로 평가를 진행한다.
셋째,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맞춘다.
같은 사실을 놓고도 평가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맡은 협업을 일정 안에 끝낸 팀원은 자신이 협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팀장은 정해진 일정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보고, 다른 팀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까지 먼저 해결해 줬을 때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다.
이 차이를 결과 면담에서 처음 알게 되면 팀원에게 C등급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된다. 따라서 사전 리뷰 면담에서는 실제 성과뿐 아니라 무엇을 잘한 것으로 평가하는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팀장은 “이 일은 어느 정도였다고 보세요?”라고 묻고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설명할 수 있다. “저는 협업에서 다른 팀까지 도움이 됐는지를 봅니다”라는 식이다.
기준이 다르다고 그 자리에서 상대를 설득할 필요는 없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해 두면 된다. 이 과정에서 등급을 약속하거나 넌지시 알려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팀장 개인의 역량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사전 리뷰 면담을 거치면 결과 면담의 성격부터 달라진다. 팀원은 자신의 성과가 어떤 사실과 기준에 따라 평가됐는지 알고 최종 등급을 듣게 된다. 기대보다 낮은 C등급을 받더라도 판단 근거를 처음 접하는 상황은 줄어든다.
평가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팀장 한 명이 1년 동안 여러 팀원의 업무를 빠짐없이 지켜보기는 어렵다. 사전 리뷰 면담에서 새롭게 확인한 성과는 평가에 반영하고, 실제보다 크게 기억된 성과는 근거에 맞춰 판단할 수 있다. 함께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결정한 등급은 결과 면담에서도 설명하기 쉽다.
직원 이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퇴사자와 제약회사 직원들의 사례는 기대와 다른 평가 결과가 충분한 설명 없이 전달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사전 리뷰 면담은 그 설명을 등급보다 먼저 전달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를 팀장 개인의 역량에만 맡기기는 어렵다. 면담 자체는 30분이지만 준비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팀원이 여덟 명이라면 자기평가 여덟 개를 읽고, 생각이 다른 항목을 고르고,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면담이 끝난 뒤 확인한 사실을 정리해 전달하고 다시 확인받는 과정도 여덟 번 반복된다.
따라서 회사 차원의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자기평가 양식부터 면담 질문,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확인받는 절차까지 조직이 표준화해 제공해야 한다.
면담 기록도 그중 하나다. 사전 리뷰 면담을 녹음한다고 하면 팀원과 팀장 모두 감시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면담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과 면담에서 팀원은 “그때 그 프로젝트 얘기했잖아요”라고 하고, 팀장은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할 수 있다. 두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결국 더 힘 있는 쪽의 기억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면담 녹음은 축구의 비디오 판독(VAR)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오간 대화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만 녹음과 기록을 활용할 때는 참여자에게 목적을 충분히 알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접근 권한, 보관 기간 등에 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평가제도와 조직문화를 단기간에 모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직원이 최종 평가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를 줄이는 일은 지금도 시작할 수 있다. 자기평가를 제출한 뒤 등급을 매기기 전에 30분만 함께 검토하면 된다.
평가의 공정성은 결과를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로의 판단 근거를 얼마나 충분히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30분을 평가 일정에 넣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김경민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스타트업과 자산운용사를 거치며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을 쌓았다. 현재 리버스마운틴 대표로 사내 1대1 대화 AI 솔루션 ‘오블릿’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조직 내 소통 체계를 연구하며,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원의 성장과 조직 성과 향상을 지원하는 컨설팅과 리더십 교육,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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