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소재와 에너지, 국방, 항공우주 등 물리적 산업의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콘텐츠 제작의 속도를 높이면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의 신뢰성, 소재 개발 기간, 에너지 공급, 하드웨어 제작과 검증 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시장에서도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고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딥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매쉬업벤처스가 이러한 산업 변화를 짚고 딥테크 투자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매쉬업벤처스(대표 이택경)는 국내 주요 투자기관 관계자를 초청해 기술 산업의 최신 동향과 딥테크 투자 기회를 소개하는 ‘Mashup Atoms Day(매쉬업 아톰스 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공간 후원으로 진행됐다.
매쉬업벤처스, ‘Mashup Atoms Day(매쉬업 아톰스 데이)’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 매쉬업벤처스)
행사의 주제는 ‘From Bits to Atoms’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술 창업이 실제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흐름을 살펴보고, 산업별 기술적 병목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과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표에는 매쉬업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5개사가 참여했다. AI 신뢰 인프라 기업 티냅스(대표 강민승), AI 기반 소재 개발 기업 나노포지에이아이(대표 김동현), 청정수소 기술 기업 비올로젠(대표 박정원), 안티드론 기업 에어빌리티(공동대표 이진모·류태규), 위성 개발 기업 오앤비스페이스(대표 윤효상)다.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I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별 생산과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새롭게 드러나는 기술적 병목과 사업 기회를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AI 시대에도 창업자가 쌓은 축적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며 “특히 딥테크 창업에서는 이 축적의 깊이가 병목을 넘어서는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매쉬업벤처스가 첫 기관투자를 집행하고 자신이 수년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참여했던 니어스랩의 사례도 소개했다. 니어스랩이 약 10년에 걸쳐 기술과 사업 역량을 축적해 코스닥 상장에 이르게 된 과정을 통해 딥테크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AI 신뢰성부터 수소·드론·위성까지…산업별 기술 병목 해결 전략 공유
첫 발표를 맡은 티냅스는 기업이 도입한 AI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위험을 차단하는 신뢰 인프라 기술을 소개했다.
기업의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AI가 내부 정책과 보안 기준에 맞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티냅스는 AI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금융과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발표에서는 AI 도입 과정의 핵심 과제가 모델 성능뿐 아니라 신뢰성과 보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기업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과물의 정확성과 함께 통제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노포지에이아이는 AI 물성 예측과 로봇 자동화를 결합한 소재 연구개발 기술을 발표했다.
신소재 개발은 후보 물질을 설계하고 실험과 검증을 반복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다. 나노포지에이아이는 AI를 활용해 소재의 물성을 예측하고 로봇으로 실험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소재 산업 기반이 두터운 한국의 산업적 특성을 바탕으로 AI 기반 소재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서울대학교 교수 창업기업인 비올로젠이 청정수소 생산 기술을 소개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생산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올로젠은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하지 않고 산업 소재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올로젠은 기존 청정에너지 생산 방식만으로는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존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는 수소 생산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에어빌리티가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안티드론(C-UAS) 기술과 시장 변화를 설명했다.
공격용 드론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량 운용할 수 있지만,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기존 요격 수단은 고가의 미사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에어빌리티는 이러한 비용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위협 드론을 탐지하고 포획하는 무인기를 직접 개발·제조하고 있다.
회사는 국방 분야를 시작으로 원자력발전소와 공항 등 주요 민간 기반시설의 보안 시장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발표에서는 드론 위협이 증가하는 환경에서 비용 효율적인 대응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앤비스페이스는 위성 제작 기술과 뉴스페이스 산업의 변화를 소개했다.
오앤비스페이스는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첫 위성을 궤도에 올린 스타트업이다. 위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제작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약 1년 6개월 만에 첫 위성 발사를 완료했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인 윤효상 대표는 위성을 빠르게 개발하고 실제 궤도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뉴스페이스 방식의 기술 개발 전략을 설명했다. 아울러 위성 제작 중심이었던 우주 산업이 위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분야로 확장되는 흐름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AI 기술의 확산이 각 산업의 생산성과 연구개발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산업별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를 투자 관점에서 검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매쉬업벤처스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의 초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와 신소재, 에너지, 국방, 항공우주 등 딥테크 분야의 초기기업 발굴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는 “초기 투자는 성과가 숫자로 증명되기 전에 이뤄지는 만큼,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창업자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피지컬 AI, 에너지, 항공우주 등 딥테크 영역으로 초기 투자를 확대하며 창업자들의 첫 번째 투자자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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