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구분하고 공공시설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점자 표기가 필요한 현장에서 이를 즉시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 점역 지식과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약 봉투에 점자를 붙이거나 공공기관 직원이 안내문을 점자로 제공하려 해도 제작 과정이 복잡하면 활용에 제약이 생긴다. 국내 스타트업 망고슬래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누구나 점자 라벨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으로 미국 타임의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됐다.
삼성전자 C랩 출신 프린팅 솔루션 기업 망고슬래브(대표 정용수)는 AI 점자 라벨 프린터 ‘네모닉닷(Nemonic Dot)’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2026 최고의 발명품(Best Inventions 2026)’ 접근성(Accessibility) 부문에 선정됐다.
망고슬래브의 AI 점자 라벨 프린터 ‘네모닉닷’이 미국 타임(TIME)의 ‘2026 최고의 발명품’ 접근성 부문에 선정됐다. (사진 제공: 망고슬래브)
타임은 매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제품과 기술을 대상으로 독창성, 효용성, 영향력 등을 평가해 최고의 발명품을 선정한다. 올해는 총 300개 제품이 선정됐으며, 네모닉닷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는 기술로 이름을 올렸다.
망고슬래브는 지난 1월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레드닷(Red Dot), iF, IDEA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번 타임 선정까지 더해 올해 글로벌 기술·디자인 관련 어워드에서 5개 수상·선정 실적을 기록했다.
네모닉닷은 점자를 모르는 사람도 음성이나 문자 입력만으로 점자 라벨을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선 프린터다. 스마트폰 앱에 문장을 입력하거나 말하면 AI가 이를 점자로 자동 변환하고, 연결된 프린터가 1분 안에 라벨을 출력한다.
100개 이상 언어의 점자 변환을 지원하며, 국제 규격에 맞춘 점 높이 0.6mm, 라벨 폭 12mm를 적용했다. 무선 연결과 배터리 구동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전문 점자 제작 장비 없이 현장에서 라벨을 출력하도록 개발됐다.
출력한 라벨은 약 봉투와 제품 포장, 안내표지 등에 부착할 수 있다. 점자 제작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장비의 부담을 줄여 약사나 공공시설 직원처럼 점역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필요한 정보를 점자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품의 핵심이다.
약국·병원·공공시설서 실증…점자 출력 기술 서비스 연동 추진
망고슬래브는 국내 약국과 공공기관, 병원, 학교, 교통시설 등 전국 약 17개 기관에서 네모닉닷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대한약사회와 의약품 점자 표시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약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여러 약 봉투를 점자로 구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공시설에서는 현장 직원이 필요한 안내 정보를 즉시 점자로 제작하는 활용 방안을 검증하고 있다. 실제 이용 환경에서 점자 라벨의 제작과 부착, 정보 전달 과정을 확인하는 단계다.
네모닉닷은 2026년 4분기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망고슬래브는 제품 출시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제공해 외부 개발사도 자사 서비스에 점자 출력 기능을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키오스크나 약국 관리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점자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별도의 점자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 업무 시스템에서 점자 라벨을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망고슬래브는 2016년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점착 메모 프린터 ‘네모닉’으로 CES 2017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해당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28만 대를 넘어섰다. 이후 축적한 소형 프린팅 기술을 점자 출력 분야로 확장해 2026년 네모닉닷으로 다시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점자는 읽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문제였다. 점자를 모르는 약사와 직원도 1분 안에 점자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점자는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정보가 된다”며 “CES가 기술을, 레드닷·iF·IDEA가 디자인을 인정했다면 타임은 이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를 봤다. 점자가 일상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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