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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산 속도뿐 아니라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조도 살펴야 한다. 기존 반도체는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프로세서로 전송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AI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두 장치 사이에서 오가는 데이터도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와 처리 지연은 특히 배터리 용량과 내부 공간이 제한된 로봇, 웨어러블 기기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재준 아날로그에이아이 대표는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계산하는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Analog In-Memory Computing) 기술로 초저전력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연산에 활용해 데이터 전송을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은 소자의 미세한 특성 차이나 온도 변화가 계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도 연산 정확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전략컨설팅과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사업전략 및 제품 개발 업무를 경험했다. 2024년에는 인공 시냅스 소자와 인메모리 컴퓨팅을 연구해 온 김상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와 함께 아날로그에이아이를 설립했다.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는 김 교수와 제품 개발 경험을 갖춘 이 대표가 함께 초저전력 AI 반도체의 개발과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현재 로봇과 드론,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엣지 AI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사전에 학습한 AI 모델로 정보를 분석하는 추론뿐 아니라 기기 내부에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기술까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소자의 한계를 알고리즘으로 보완하는 연구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소자 자체를 연산에 활용한다. AI 모델의 가중치를 반도체 소자의 전기적 상태로 표현하고, 전압과 전류의 변화를 이용해 여러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기존 구조와 달리, AI 모델의 주요 연산인 행렬 계산을 낮은 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연속적으로 변하는 전기 신호를 계산에 활용하기 때문에 소자 간 편차와 사용 환경에 따른 특성 변화가 연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입력을 처리하더라도 소자의 전기적 상태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누적되면 AI 모델의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소자와 회로, 알고리즘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AI 알고리즘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소자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와 실제 반도체에서 AI 모델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연구를 이끄는 김상범 교수는 미국 IBM 연구소에서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연구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인공 시냅스 소자와 인메모리 컴퓨팅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공정을 연구한 하용호 박사를 비롯해 반도체 공정과 회로, 알고리즘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사업화를 맡고 있다. 새로운 소자의 성능을 확인하는 연구와 반도체 칩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제조공정에 맞춰 설계하고 일정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하며, 고객이 사용하는 AI 모델에서도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해야 한다. 반도체의 연산 효율뿐 아니라 정확도와 제조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추론을 넘어 기기 내부에서 학습하는 AI 반도체
아날로그에이아이가 연구하는 또 다른 기술은 AI가 기기 내부에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온디바이스 학습(On-device Learning)이다. 일반적인 엣지 AI 반도체는 사전에 학습된 모델을 활용해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추론에 주로 사용된다. 온디바이스 학습은 외부 서버에서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로봇이나 드론은 실제 운용 과정에서 사전에 학습하지 않은 환경을 마주할 수 있다. 기기 내부에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춰 AI 모델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학습 과정에서는 가중치를 반복적으로 변경해야 하므로 추론과는 다른 기술적 조건이 요구된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강도가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원리에 착안한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AI 모델의 가중치를 표현하고, 소자의 전기적 상태를 조절해 학습하는 기술이다.
연구 과정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장된 전하가 누설되거나 가중치를 반복적으로 변경할 때 소자의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연구진은 전하 누설을 줄이고 가중치가 일정하게 조정되도록 소자 기술을 개선하는 한편, 하드웨어의 특성을 고려한 보정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주요 기술에는 추론용 칩 ‘Synapse-I’, 하드웨어 보정 기술 ‘SynapseLink’, 온디바이스 학습 기술 ‘Synapse-T’가 있다. 각각 낮은 전력으로 AI 모델을 실행하고 연산 과정의 오차를 줄이며, 기기 내부에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기능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이다.
실제 반도체에서 추론과 학습을 함께 수행하려면 제한된 전력 안에서 가중치를 반복적으로 조정하면서도 연산 정확도가 유지돼야 한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소자의 전기적 특성과 알고리즘을 함께 개선하며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검증된 반도체 IP와 독자 알고리즘으로 준비하는 상용화
아날로그에이아이는 자체 반도체 소자와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한편, 초기 제품 개발에는 이미 제조공정에서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2026년 9월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의 자회사 실리콘 스토리지 테크놀로지(SST)가 개발한 ‘memBrain SAGE’ 기술 IP를 자사 엣지 AI 프로세서에 채택한 것이다.
memBrain SAGE는 SST의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인 SuperFlash를 활용해 메모리 내부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뉴로모픽 하드웨어 IP다. 40나노미터와 28나노미터 반도체 제조공정에 적용된 이력이 있으며, 아날로그에이아이는 해당 기술을 초기 제품의 추론 연산에 활용하고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 인식 알고리즘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외부 기술을 선택한 데에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제조공정의 안정성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더라도 실제 반도체 칩으로 제작하려면 공정에 맞춘 설계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공정 적용 이력이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제품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러 반도체 IP를 검토한 뒤 SST의 기술이 목표로 하는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을 구현하면서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초기 제품에는 검증된 하드웨어 IP를 활용하고, 회사가 직접 개발하는 보정·학습 알고리즘을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자체 연구와 외부 기술 활용을 구분해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SST의 기술과 독자 알고리즘을 활용해 1와트(W) 이하의 소비전력으로 작동하는 엣지 AI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장치처럼 제한된 배터리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 분석해야 하는 기기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2026년 8월에는 과학기술 창업경진대회에서 창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초저전력 AI 추론과 온디바이스 학습,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보정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개발 계획으로 기술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앞으로 실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사용할 고객의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는 자사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지,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전력 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온도와 사용 조건이 달라져도 정확도가 유지되는지 등을 검토한다. 제조공정에서 일정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조건이다.
아날로그에이아이는 초기 추론용 프로세서 개발과 온디바이스 학습 기술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소자·회로·알고리즘 분야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가 현재 집중하는 일은 메모리에서 직접 계산하는 기술을 실제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SST의 검증된 기술을 초기 제품에 활용하면서 독자적인 보정 알고리즘과 학습 기술을 발전시키고,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요구하는 전력 효율과 연산 정확도를 갖추기 위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 단계에서 확인한 새로운 연산 방식의 장점을 실제 제품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아날로그에이아이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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