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었다고 해서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다. 문장의 뜻은 알지만 글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핵심 정보를 놓쳐 같은 문단을 반복해서 읽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문해력과 독해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짧은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긴 글을 읽고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의 중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능 국어 비문학 영역은 이러한 독해 역량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시험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제한된 시간 안에 읽고 핵심 주장과 논리적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문제는 학생이 정답을 맞혔는지, 얼마나 빨리 풀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실제로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답의 원인이 어휘력 부족인지, 문단 사이의 관계를 놓쳤기 때문인지, 중요한 문장을 건너뛰었기 때문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독해 결과뿐 아니라 독해 과정까지 분석하려는 시도가 에듀테크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선추적 전문기업 비주얼캠프가 선보인 ‘천지문’은 학생의 눈이 머문 위치와 시간을 분석해 읽기 습관을 확인하는 학습 서비스다.
천지문 애플리케이션 (자료 제공: 비주얼캠프)
시선추적 기술을 활용한 수능 국어 비문학 학습 애플리케이션 ‘천지문’을 지난 19일 정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천지문은 학생이 지문을 읽는 동안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시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단별 읽기 패턴과 취약 구간을 분석한다.
별도의 시선추적 장비 없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은 지문을 열고 간단한 시선 보정 과정을 거친 뒤 평소처럼 글을 읽고 문제를 풀면 된다. 이 과정에서 시선이 머문 위치와 시간, 다시 돌아가 읽은 구간 등이 문단 단위로 기록된다.
풀이가 끝나면 문단별 시선 체류 시간을 막대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1.5초 미만으로 훑고 지나간 문단은 ‘건너뜀’으로 표시해 충분히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확인하도록 했다. 학생이 직접 선택한 핵심 문장과 정답의 근거가 되는 핵심 문장, 실제로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문장도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중요하다고 표시한 문장과 실제로 오래 읽은 문장이 다르다면, 자신의 독해 과정에서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였는지 돌아볼 수 있다. 단순히 오답을 다시 푸는 방식에서 벗어나 읽기 과정의 문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문장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으며, 시선 데이터는 독해 과정을 살펴보는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정답률에서 읽기 습관으로…시선 데이터 활용한 국어 학습
천지문은 시선 데이터와 기존 문제풀이 결과를 함께 분석한다. 지문을 읽는 시간과 문제를 푸는 시간을 구분해 측정하고, 문항별로 선택지 해설을 제공한다. 학생은 자신이 고른 오답이 왜 틀렸는지 확인하면서 독해 과정과 문제 해결 과정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오답 분석도 세분화했다. 세부 내용 일치, 추론, 사례 적용, 어휘, 전개 방식, 핵심 주장 등 문항 유형별 오답률을 누적해 취약한 영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문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생과 지문은 빠르게 읽지만 추론 문제에서 반복적으로 틀리는 학생에게 서로 다른 학습 과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구성이다.
학습 콘텐츠는 10여 년간의 수능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시도교육청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한다. 고3 국어 비문학 지문 600여 편과 문항 2300여 개를 인문·사회·과학·기술·예술·융합 등 6개 영역과 25개 세부 제재로 분류했다. 학생은 자신이 취약한 분야를 선택해 학습할 수 있다.
꾸준한 독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기능도 마련했다. 매일 제공되는 ‘오늘의 지문’은 약 15분 안에 한 차례 학습을 마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연속 학습일을 보여주는 ‘불꽃’, 학습 완료에 따라 쌓이는 ‘씨앗’, 챌린지와 친구 간 랭킹 등 게임 요소를 적용해 반복 학습을 유도한다.
학교와 학원 등 교육기관을 위한 기능도 제공한다. 기관 코드를 통해 가입한 학생은 별도 결제 없이 프리미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교육기관은 80분간 진행되는 실전형 비문학 진단과 지문별 정오답, 시선 지표가 포함된 결과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다.
비주얼캠프 로고 (자료 제공: 비주얼캠프)
비주얼캠프가 주목한 것은 독해력 향상을 위해 학생이 자신의 읽기 습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학습 서비스가 정답률과 풀이 시간 등 결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천지문은 시선추적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풀기 전 지문을 읽는 과정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는 “수능 국어에서 비문학은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며 “오답의 원인이 어휘 이해의 부족인지, 문단 구조를 놓친 것인지, 특정 문단을 건너뛰고 읽은 것인지는 채점 결과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지문은 이러한 기존 학습 방식의 한계를 당사의 핵심 기술인 시선 데이터로 보완하고 학생들의 독해 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학습 앱”이라며 “이번 국내 출시를 기반으로 영어 버전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교육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해력 교육이 단순한 어휘 암기나 문제풀이를 넘어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가운데, 시선추적 데이터가 학생의 독해 습관을 점검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천지문의 실제 교육적 효과는 향후 학습 현장에서 축적되는 사용 경험과 성과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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