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청창사’)를 폐지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갈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청창사의 육성 기능과 동문 네트워크를 계승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열렸다. 류정원 청창사 전국 총동문회장이 앞서 제안한 방향은 집중 육성과 선후배 간 협력이라는 기존 강점을 유지하되, 졸업 이후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서 청창사 폐지 재검토 요청에 답하며 동문 네트워크의 가치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청창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예산사업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국회 예산심사와 정부 내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존속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구체적인 예산과 운영방식까지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세종특별자치시 중소벤처기업부 어울림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장관께서 청창사 동문 네트워크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이어갈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현장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신 데 감사드리며, 이번 논의가 집중 육성과 선후배 협력이라는 강점을 살리고 부족했던 지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창사 존속을 요구하는 쪽에서도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벤처스퀘어 인터뷰에서 총동문회 측은 창업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성장단계별 지원체계를 정비하려는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 청창사가 축적해온 성과를 따져 유지할 기능과 개선할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졸업 이후 후속지원과 투자·글로벌 연계가 부족했다는 점을 보완 과제로 꼽았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이어졌다. 초기 사업화 지원 이후 시장 안착과 성장, 실패 이후 재도전까지 창업정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청창사의 존폐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창업자를 집중 육성한 뒤 다음 성장단계까지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청년창업사관학교 폐지 원점 재검토 (자료 구성: 벤처스퀘어)
16년간 쌓은 청창사 자산, 존속 넘어 ‘다음 모델’로
청창사가 축적한 자산 가운데 하나는 졸업기업 간 네트워크다. 동문기업 25개사는 약 10억원의 민간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출발한 창업가들이 성장한 뒤 다시 후배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로 참여한 사례다.
총동문회가 추진하는 후속 활동도 투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후배기업 멘토링과 공동투자를 비롯해 판로·기술·수출 분야에서 선배기업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끝난 뒤에도 동문기업 사이에서 사업 경험과 자본, 시장 연결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는 지역과 동문기업의 의견을 모아 청창사의 성과와 개선점을 전달하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문펀드와 멘토링 역시 참여기업의 여건과 후배기업의 수요를 토대로 실제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기투자업계에서도 청창사가 쌓아온 육성 경험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2026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청창사를 다른 초기창업 지원사업과 통합하는 방안과 관련해 16년간 축적된 교육·보육 경험과 동문 네트워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졸업 이후 투자와 시장 진입, 글로벌 진출을 연결하는 후속지원 역시 보완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이소영 장관이 청창사의 명맥을 이어갈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초기투자업계에서도 후속 논의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전화성 회장은 “지난 기자간담회 이후 청창사와 관련한 여러 논의가 이어졌고 장관도 재검토 의사를 밝힌 만큼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청창사는 팁스(TIPS)와 함께 중기부가 오랜 기간 운영하며 성과와 경험을 축적해온 창업지원 시스템이다. 그동안 쌓아온 육성 체계와 네트워크가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재정 여건과 운영방식을 충분히 논의하면서 기존 성과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며 “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청창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청창사를 유지한다면 논의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존치할 것인지에 머물기 어렵다. 초기 창업자를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육성해온 기능과 전국 단위 동문 네트워크를 살리는 동시에 졸업기업이 투자와 판로, 해외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후속지원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 동문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성해 후배기업 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향후 운영모델을 논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이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폐지 방침이 곧바로 뒤집힌 것은 아니다. 예산 확보와 국회 심사, 정부 내 협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논의할 여지는 다시 생겼다. 청창사를 없앨 것인가에 집중됐던 논쟁이 16년간 축적한 육성 시스템과 동문 네트워크 가운데 무엇을 이어가고, 투자와 글로벌 진출 등 부족했던 기능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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