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에서 사용할 수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특히 제철소처럼 고온의 산업열과 스팀이 발생하는 현장에서는 이를 수소 생산에 다시 활용하는 고온수전해(SOEC)가 하나의 기술적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자체 개발해온 고온수전해 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제철소에서 검증 단계에 들어간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엔포러스가 자체 제작한 20kW급 스택 모듈을 공급하면서 연구기관의 기술개발부터 스타트업의 양산, 산업 현장 실증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만들어졌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RIST 수소저탄소연구소는 엔포러스와 함께 제철소에서 고온수전해 실증에 착수했다. 이번 실증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RIST가 개발한 고온수전해 시스템을 실제 제철소 공정에 적용한다. 엔포러스는 자체 제작한 20kW급 스택 모듈을 공급하고 포스코는 실증 부지와 공정 스팀, 유틸리티를 제공한다.
포스코홀딩스와 RIST, 엔포러스 관계자들이 제철소 내 고온수전해 실증에 착수했다. (사진 제공: 포스코홀딩스)
고온수전해는 고온의 스팀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번 실증에서는 약 700℃의 스팀을 활용한다. 물을 기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일부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열로 충당할 수 있어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이번에 적용되는 기술은 포스코홀딩스와 RIST가 셀부터 스택, 시스템까지 자체 개발해온 고온수전해 기술이다. 양측은 2023년 국책과제에서 저위발열량(LHV) 기준 83%, 40kWh/kg 이상의 수소 생산효율 달성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술은 올해 IR52 장영실상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연구소에서 스타트업 양산으로…엔포러스, 내년 100kW급 실증 참여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스핀오프 스타트업의 생산 역량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엔포러스는 지난해 11월 포스코홀딩스에서 분사 창업한 고온수전해 스타트업이다. 포스코홀딩스와 RIST가 개발해온 셀·스택 기술을 이전받아 고온수전해 스택 양산체계와 대용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제철소 실증에는 엔포러스가 개발·생산한 20kW급 스택 모듈이 투입된다. 회사는 실제 산업 환경에서 스택의 운전 성능과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양산 기술 고도화에 활용한다.
다음 단계는 용량 확대다. 엔포러스는 내년 영광 수전해평가센터에서 진행되는 100kW급 중대형 시스템 실증에도 스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소규모 산업 현장 실증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택의 생산성과 품질관리 체계를 함께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독일 선파이어(Sunfire)가 잘츠기터(Salzgitter) 제철소에서 1MW급 고온수전해 시스템을 실증한 사례가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RIST는 이번 프로젝트를 아시아 제철소에서 진행되는 첫 고온수전해 실증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만수 RIST 청정수소연구그룹장은 “이번 실증은 제철소 공정 스팀을 활용해 국내 독자 고온수전해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 신뢰성과 경제성을 높여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진수 엔포러스 대표는 “포스코홀딩스와 RIST가 오랜 연구로 축적한 셀·스택 기술을 이전받아 이번 실증에 자체 제작한 스택 모듈을 공급하게 됐다”며 “양산체계를 구축해 검증된 스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와 RIST는 엔포러스 등 협력기관과 고온수전해 기술의 추가 개발과 실증을 이어가며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정수소 생산 시스템의 사업화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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