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한국 스타트업에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 동시에 진입 장벽도 높은 국가다. 인구 규모와 소비시장 확대 가능성만으로 사업 성공을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지역별 소비 성향과 유통 구조, 가격 민감도, 인증·통관 절차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뷰티와 소비재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검증된 제품이라도 현지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가격과 구매 경로, 브랜드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충분한 현지 정보 없이 법인 설립이나 유통 계약부터 추진하기보다 실제 소비자와 유통 관계자를 만나 사업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인도 시장에서 AI 금융 사업을 운영하는 어피닛(AFINIT·대표 이철원)이 한국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프리 유니콘 인디아(Pre-Unicorn India)’ 프로젝트의 첫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번 프로그램은 ‘2026 AFINIT Pre-Unicorn Step Up India’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22일부터 27일까지 인도 델리와 구루그람 일대에서 진행됐다. 어피닛은 인도 진출 경험과 현지 사업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창업가 육성 전문기업 유디임팩트(구 언더독스·대표 김정헌)가 공동 운영을 맡았다.
어피닛과 유디임팩트가 공동 운영한 ‘2026 AFINIT Pre-Unicorn Step Up India’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스타트업 4개 팀이 인도 델리·구루그람 일대에서 현지 시장 검증을 진행했다. (자료 제공: 어피닛)
어피닛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글로벌 K-파운더 네트워크(GKFN)’에서 인도 권역 리드 파운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GKFN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창업가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국내 창업 생태계와 연결하기 위한 민간 중심의 글로벌 협력 사업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지난 9월 공개 모집에 지원한 12개사 가운데 서류와 인터뷰 심사를 거쳐 선발된 4개 팀이 참가했다. 경쟁률은 3대 1이었다. 참가팀은 남성 향수 브랜드 ‘테토원(TETO1)’을 운영하는 바이스퀘어, 클린 스킨케어 브랜드 ‘언마스크(Unmask)’를 운영하는 미국 법인 은하앤코(Eunha&Co Inc.), 현지 살롱과 클리닉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한국형 에스테틱 사업을 준비하는 링크케이(LinkK), 필오프 립 타투 브랜드를 기획하는 예비창업자 등이다. 이들은 현지 유통업체와 마케팅 기업, 공공 지원기관 등을 방문해 인도 시장에서 자사 제품과 사업모델이 통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현지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유통 관계자를 만나 제품의 가격과 판매 방식,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었다.
참가팀은 엿새 동안 현지 기업과 기관 10곳을 방문하며 사업 가설을 점검했다. 지난 23일에는 어피닛의 인도 금융 서비스 ‘트루밸런스(TrueBalance)’ 구루그람 사무실을 찾아 어피닛의 현지 진출 과정과 운영 경험을 공유받았다.
트루밸런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도 진행했고, 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반응과 구매 관련 의견을 수집했다.
같은 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뉴델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KOSME 뉴델리 GBC)에서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 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과 계약서 검토, 인력 채용 등에 관한 실무 자문을 받았다. 유디임팩트 인도 법인도 참가팀의 사업모델을 현지 시장 관점에서 검토하고 피드백을 제공했다.
K-뷰티 유통·마케팅 기업 방문…현지 가격과 소비자 반응 확인
참가팀은 인도 뷰티 산업 관계자들과 만나 현지 유통 구조와 마케팅 방식도 살펴봤다. K-뷰티 도매 이커머스 기업 뷰티반(Beauty Barn), 뷰티 기업 뷰티톡(Beauty Talk),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 블랙프레임(Blackflame),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 위즈코(Whizco) 등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지 유통 채널별 입점 조건과 판매 방식,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제품 홍보 및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델리무역관에서는 인도 진출에 필요한 인증과 통관 절차, 업종별 시장 진입 사례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현지 주요 상권을 직접 방문하는 시장조사도 진행됐다. 참가팀은 구루그람 사이버시티와 앰비언스몰 등에서 경쟁 제품의 판매 가격과 진열 방식, 소비자 접점을 살펴봤다.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케이프렌즈(K-Friends)와 한식당 서울스테이션에서는 한국 제품의 현지 유통과 식음료 사업 운영 경험을 공유받았다.
지난 24일에는 한국 문화 행사 ‘Korea Culture Day 2026(Rang De Korea)’를 방문해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관찰했다. 25일에는 타지마할을 찾아 관광 시장의 소비 구조를 살펴보고, 사우스 포인트 몰에서 에스테틱 살롱과 메이크업 서비스의 구성 및 가격대를 조사했다. 뷰티 제품과 에스테틱 서비스를 준비하는 참가팀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대와 서비스 이용 방식 등을 직접 비교하며 사업모델을 검토했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인도 가지아바드의 인더프라스타 공과대학(Inderprastha Engineering College·IPEC)에서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4개 팀은 현장 조사와 기업 방문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 진출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현지 대학생 약 100명이 참석했고, 참가팀은 질의응답과 현장 설문을 통해 제품 선호도와 적정 가격, 구매 경로 등에 관한 의견을 수집했다. 발표 이후에는 대학생과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킹도 진행돼 향후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어피닛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참가팀의 항공료와 숙박비, 현지 차량, 식사, 통역 등 체류 비용 전액을 지원했고, 현지 기업과 기관 관계자와의 만남도 직접 주선해 초기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어피닛은 2014년 설립된 AI 금융 기업으로, 인도 자회사 트루밸런스를 통해 현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년 이상 축적한 스마트폰 데이터 기반 AI 대안신용평가 기술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인도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확보한 현지 네트워크와 시장 경험을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트루밸런스는 신용 이력이 부족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소액 대출과 보험, 신용카드 중개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2026년 7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1억2000만 건, 누적 중개 거래액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공동 운영사인 유디임팩트는 창업가형 인재 육성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액셀러레이팅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으로 2026년 인도 법인을 설립했으며, 한국 기업의 현지 사업 파트너로서 시장 진출 지원과 인재 양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어피닛은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향후 3개월간 참가팀의 인도 진출 준비 과정과 후속 성과를 살펴볼 예정이다. 시장 검증 결과가 실제 사업 추진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프리 유니콘 인디아’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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