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만큼 중요한 과제로 컴퓨팅 자원의 운영 효율성이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위해 GPU와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구축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프라 운영 비용과 생산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제조사의 AI 가속기와 클라우드, 자체 데이터센터를 함께 사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복잡한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AI 인프라 관리·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래블업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신규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
래블업(대표이사 신정규)은 오는 11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고 27일 밝혔다. 공모가는 1만9000원으로 확정됐으며, 총 공모금액은 414억원이다. 지난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총 1129개 기관이 참여해 284.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범위의 하단인 1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회사는 수요예측 당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래블업 로고 (자료 제공: 래블업)
회사에 따르면 수요예측에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신청 물량은 약 5559만 주로 집계됐다.
래블업의 공모주식 수는 218만 주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1456만5939주로, 확정 공모가를 적용한 예상 시가총액은 약 2768억원이다. 회사는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했으며,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연구개발 고도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래블업의 주력 제품은 AI 인프라 통합 관리·운영 플랫폼 ‘백엔드닷에이아이(Backend.AI)’다. 기업이 보유한 GPU 등 AI 컴퓨팅 자원을 관리하고,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배포 및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NVIDIA, Intel, AMD 등 서로 다른 제조사의 AI 가속기를 지원하며, 기업 내부에 직접 구축한 온프레미스 환경부터 퍼블릭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인프라,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폐쇄망까지 다양한 운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사용자가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고, 모델 학습과 추론 작업에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Backend.AI는 이러한 인프라 운영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인프라의 규모가 커지고 운영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자원 관리와 서비스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반복매출 비중 94.7%·NRR 131.9%…신규 AI 운영 솔루션으로 사업 확장
래블업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매출 성장과 수익성을 주요 사업 지표로 제시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액은 약 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유지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본업을 통해 실제로 창출한 현금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회계상 이익과 함께 사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살펴보는 데 활용된다.
매출 구조에서는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한 반복매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래블업이 공개한 지난해 반복매출 비중은 94.7%다. 회사는 고객사의 AI 인프라 규모가 확대되면 추가 라이선스 매출이 발생하는 구독형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순매출유지율(NRR·Net Revenue Retention)은 131.9%를 기록했다. NRR은 기존 고객군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유지되거나 확대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31.9%라는 수치는 기존 고객군의 매출이 고객 이탈과 계약 축소, 추가 구매 등의 영향을 모두 반영한 뒤에도 기준 시점 대비 31.9% 증가했다는 의미다. 래블업은 이러한 반복매출 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고객사의 인프라 확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신규 솔루션을 통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 솔루션 ‘컨티넘 엔터프라이즈(Continuum Suite)’를 상용 출시한 이후 첫 고객을 확보했다. 컨티넘 엔터프라이즈는 AI 모델의 통합 운영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관리, 토큰 사용량 및 비용 관리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Backend.AI가 GPU를 비롯한 AI 컴퓨팅 자원의 관리와 모델 실행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면, 컨티넘 엔터프라이즈는 실제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델과 API, 사용량 및 비용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도입하면서 여러 AI 모델을 함께 사용하거나 서비스별 API 호출량과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사업 확장이다.
래블업은 기존 GPU 자원 관리 사업과 신규 AI 서비스 운영 솔루션을 연계해 AI 인프라 전반을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상장 이후에는 Backend.AI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컨티넘 엔터프라이즈의 고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규 솔루션의 첫 고객을 확보한 만큼 향후 고객 확대와 반복매출 창출 여부가 신사업의 주요 성과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 공략도 추진한다. 북미와 아시아,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래블업은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존 제품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신규 솔루션 개발, 글로벌 사업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이사는 “상장 과정에서 래블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믿고 관심을 보내주신 투자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상장 이후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신규 솔루션의 고객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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