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최대 20%, 공사기간 최대 25%.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건설사 서퍽(Suffolk)이 인공지능(AI)을 건설 프로젝트 전 과정에 적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다고 제시한 수치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측정한 실적은 아니다. 샘플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모델링 결과다. 하지만 주목할 대목은 숫자보다 AI가 활용되는 영역이다. 설계와 인허가, 조달, 공정, 현장까지 따로 움직이던 업무와 데이터를 AI가 연결하기 시작했다. 건설 AI의 경쟁도 어떤 AI를 쓰느냐보다 AI가 판단에 활용할 산업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건설 현장의 설계·공정·조달·현장·인력 데이터가 AI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출처: 생성형 AI 이미지)
설계부터 조달까지…MIT가 꼽은 ‘AI 6대 전장’
MIT 부동산연구센터(MIT Center for Real Estate)와 MIT 미디어랩 도시과학 연구그룹(MIT Media Lab City Science), 미국 건설사 서퍽은 최근 공동 연구 ‘AI 시대의 건설(Construction in the Age of AI)’을 발표했다.
학술 연구와 사례 분석, 전문가 인터뷰, 설문, 5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가 참여한 라운드테이블 등을 토대로 건설산업에서 AI의 활용 잠재력이 큰 6개 영역을 추렸다. 설계 자동화, 오프사이트 제조(Off-site Manufacturing·공장 사전 제작), 인허가, 공정·일정관리, 숙련 인력·하도급, 공급망·조달이다. 연구진은 이 여섯 영역을 샘플 프로젝트에 함께 적용하면 총비용은 최대 20%, 공사기간은 최대 25%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공 결과가 아닌 모델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AI의 잠재력이 개별 업무 자동화를 넘어 건설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을 연결하는 데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건설관리 플랫폼 프로코어(Procore)를 이용하는 미국 설계·시공기업 해스켈(Haskell)은 AI를 프로젝트 데이터와 연결해 통상 최대 일주일 걸리던 제출서류 검토 작업을 10분까지 줄였다. AI가 사양서와 도면, 프로젝트 문서를 읽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추려주는 구조다.
AI 공정 최적화 기업 앨리스 테크놀로지스(ALICE Technologies)는 서퍽의 미국 생명과학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서 조달 지연 등으로 차질이 생긴 공정을 분석했다. 작업 순서를 재조정하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총 42일의 일정을 회복했다. 현장 영상 AI 기업 오픈스페이스(OpenSpace)도 서퍽 적용 사례에서 AI 위치 인식과 음성 메모를 이용해 현장 문제를 기록하고 문서화하는 속도를 86% 높였다. AI가 건설 데이터를 단순 검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도면과 공정표, 현장 기록을 분석하고 후속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도 ‘산업 데이터+AI’…공정·현장·부동산으로 확산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관리 전문기업 제호바의 ‘자비스(Javi-S)’는 설계 개요를 입력하면 머신러닝 모델 등을 활용해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고 예정공정표를 생성한다. 제호바는 올해 국토교통부·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에도 선정됐다.
업사이트는 공사일보와 예정공정표, 도면·검측 등 현장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AI 자연어 검색과 자동 보고서, 위험요인 탐지 등에 활용한다. 모바일 영상으로 현장을 3차원 데이터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건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서진씨엔에스는 노무·회계·금융·전자문서·근태 등 현장과 본사의 업무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전국 7000여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올해 ‘대한민국 AI 산업 대상’ 건설업 토탈 플랫폼 부문 대상을 받았다.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리얼리틱스가 공공데이터와 자체 구축한 임대시세·임차현황 등을 결합해 AI 추정가와 데이터 탐색·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스퀘어 역시 현장조사로 축적한 임대료·공실·임차인 등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RSQUARE Analytics)로 플랫폼화하고 AI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연구를 국내에 소개한 웹매거진 ‘프롭파일러’의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해외와 국내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결국 데이터”라며 “범용 AI 모델은 빠르게 보편화될 수 있다. 그러나 수년간 축적한 공정표와 도면, 현장 사진, 임대료와 공실, 실제 거래정보는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MIT와 서퍽의 공동 연구에서도 건설산업의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조인혜 사무처장은 “AI가 사람 대신 건물을 짓는 미래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설계도와 공정표, 자재와 현장 기록처럼 서로 다른 서랍에 들어 있던 데이터를 연결하는 변화”라고 조언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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