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온라인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오프라인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AI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주거 플랫폼 기업 트러스테이는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검색과 문서 작성, 콘텐츠 생성이 아닌 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공간 자체를 AI가 이해하고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트러스테이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MDM타워 야놀자스퀘어에서 열린 한국프롭테크포럼 미디어허브 3회 행사에서 ‘AI 기반 스마트 주거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임태민 CTO는 주거 플랫폼 ‘노크(Knock)’와 독자 AI 브랜드 ‘노키 AI(Nocki AI)’ 전략을 소개하며 AI가 아파트와 도시를 학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테이 임태민 CTO가 ‘AI 기반 스마트 주거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 CTO는 “AI는 이제 아파트를 학습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ed) 주거 플랫폼 비전을 소개했다.
“온라인 AI 아닌 오프라인 AI”…트러스테이가 주목한 주거 데이터
임 CTO는 발표 내내 ‘오프라인 데이터’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는 곳은 오프라인 공간이며, 그 안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트러스테이가 운영하는 주거 플랫폼은 단순 커뮤니티 앱이 아니다. 관리비 납부와 시설 예약, 방문 차량 등록, 출입 관리, 커뮤니티 운영, 민원 처리, 생활편의 서비스까지 공동주택 운영 전반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된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새로운 AI 자산으로 보고 있다. 입주민들의 생활 패턴과 시설 이용 이력, 관리규약, 공지사항, 민원 데이터, 건물 운영 정보 등이 모두 AI 학습 자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임 CTO는 “빅테크가 가진 온라인 데이터와 달리 주거 공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공간과 사람, 시설이 결합된 데이터”라며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트러스테이는 ‘하이퍼커넥트 AI(Hyper-Connect AI)’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IoT와 CCTV, 출입 시스템,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를 연결해 실제 생활 공간을 제어하는 AI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하이퍼커넥트 AI는 주거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생활 환경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러스테이 임태민 CTO가 ‘AI 기반 스마트 주거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 CTO는 “AI는 이제 아파트를 학습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ed) 주거 플랫폼 비전을 소개했다.
“단지를 학습하는 AI”…주거 플랫폼의 3세대 진화
트러스테이는 주거 플랫폼 시장 역시 AI 등장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임 CTO는 주거 플랫폼의 발전 단계를 3세대로 구분했다. 1세대는 관리사무소 방문과 종이 문서, 수기 기록 중심의 아날로그 시대다. 2세대는 방문 차량 등록이나 공지 확인 등 일부 기능이 모바일 앱으로 이동한 디지털 전환 단계다. 회사가 지향하는 3세대는 공간 자체가 AI를 통해 스스로 운영되는 단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노키 AI다. 노키 AI의 첫 번째 축인 ‘온사이트 AI(On-site AI)’는 단지별로 축적된 고유 데이터를 학습한다. 관리사무소 공지사항이 PDF나 이미지 형태로 등록되더라도 AI가 자동 분석해 입주민별 일정과 생활 정보로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동별 주차장 청소 일정이나 분리수거 정보, 시설 점검 일정 등을 자동으로 정리해 개인별 맞춤 정보로 제공할 수 있다. 또 관리규약과 공동주택관리법, 아파트 관련 행정 데이터 등을 학습한 AI를 통해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민원과 분쟁 해결도 지원한다.
두 번째 축인 ‘노키 비전(Nocki Vision)’은 컴퓨터 비전 기반 관제 시스템이다. 차량 번호 인식과 화재 감지, 사고 모니터링, 안전 관리 등을 담당한다. 화재 발생 시 단순 경보를 울리는 수준을 넘어 화재 위치와 확산 상황을 분석해 단계별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세 번째 축은 현재 개발 중인 하이퍼커넥트 AI다. 공간과 사람, 시설, 서비스가 하나의 AI 안에서 연결되는 궁극적인 주거 운영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제 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트러스테이는 전국 1,200여 개 단지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2,000개 단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 세대 수는 110만 세대를 넘어섰다.
트러스테이의 주거 플랫폼 ‘노크타운’ 서비스 화면. 공지사항, 방문차량 등록, 커뮤니티 시설 예약, 생활편의 서비스 등 단지 생활 전반을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탁·수선 플랫폼 ‘매일새옷’과 협력해 노크타운 입주민들이 앱 안에서 세탁과 수선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민은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주거 플랫폼 안에서 생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지역 세탁소 네트워크와 연결해 수거부터 배송까지 통합 제공받는다. 이는 주거 플랫폼이 단순 관리 서비스를 넘어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트러스테이는 자신들을 단순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과는 다른 영역으로 규정한다. 당근과 같은 지역 기반 플랫폼이 넓은 생활권을 대상으로 이용자 간 연결을 만드는 구조라면, 트러스테이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 지역 상권 등 주거 단지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연결된 폐쇄형 생태계에 가깝다.
이 대표는 “단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공간”이라며 “입주민 커뮤니티뿐 아니라 관리규약, 시설 운영, 민원 처리, 보안, 생활 서비스까지 연결돼 있어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세탁 서비스라도 단지 단위로 수요를 모아 입주민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할 수 있고, 지역 상권 역시 단골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며 “주거 플랫폼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 전체를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러한 구조가 향후 하이퍼커넥트 AI와 결합될 경우 더욱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데이터 중심의 AI와 달리 단지 내 시설 이용 패턴, 민원 이력, 생활 서비스 이용 기록, IoT 센서 데이터 등 실제 공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러스테이는 이를 바탕으로 AI가 공간을 이해하고 스스로 운영을 돕는 ‘생활 밀착형 자율주행 주거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파트를 넘어 도시로…한국형 피지컬 AI의 실험
트러스테이가 최근 몽골과 인도네시아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도 결국 데이터 규모에 있다. 임 CTO는 “AI를 제대로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단위를 넘어 도시 단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몽골 제2의 도시인 다르항시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 전역의 CCTV와 관제 시스템을 연결해 화재와 안전사고, 이상 행동 등을 실시간 감지하는 AI 기반 도시 운영 모델이다.
그는 “현지 경찰과 소방, 행정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환경에서 AI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시 전체를 학습 공간으로 삼아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트러스테이 임태민 CTO가 ‘AI 기반 스마트 주거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 CTO는 “AI는 이제 아파트를 학습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ed) 주거 플랫폼 비전을 소개했다.
트러스테이는 최근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전문기관 ASECH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주거관리 및 스마트시티 디지털 플랫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국영 디벨로퍼 PT Perumnas와도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며 약 160만 세대 규모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승오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 프로젝트와 대규모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AI 기반 주거관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이라며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주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도입이 관리사무소 인력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현재 공동주택 관리 현장은 시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관리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만드는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반복적인 행정 업무와 모니터링 업무를 줄여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할수록 관리 인력은 입주민과의 소통과 현장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발표 말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술보다 데이터에 대한 관점이었다. 대부분의 생성형 AI 기업들이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하는 동안 트러스테이는 아파트와 도시, 생활 공간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 결국 AI 경쟁은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더 독자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러스테이가 말하는 미래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에서 답변을 제공하는 기술이 아니다. 문을 열고, 시설을 제어하고, 위험을 감지하고, 생활을 관리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공간을 바꾸고 있다면, 트러스테이는 아파트와 도시를 학습하는 하이퍼커넥트 AI를 통해 현실 공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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