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진 뒤 구조조정이나 회생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본격화된다.
정부는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을 기존 6만 개에서 25만 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위기기업을 조기에 선별해 구조개선과 사업전환, 연구개발(R&D), 정책금융 등을 연계 지원하는 ‘중소기업 재도약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기업을 살리는 방식도 사후 처방에서 데이터 기반 예방과 성장 지원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로고 (자료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부실기업 지원”에서 “AI가 먼저 찾는 기업”으로
가장 큰 변화는 지원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은 기업이 부실 상태에 빠진 이후 회생이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는 AI가 위기 징후를 먼저 감지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로 바뀐다.
정부는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융자기업 6만 개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을 25만 개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재무정보뿐 아니라 금융정보와 산업동향, 뉴스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해 기업별 위험도를 정상·주의·예비경보·경보 등 4단계로 제공한다. 예비경보 이상 기업에는 문자와 메신저 등을 통해 위험 신호를 알리고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연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는 위기기업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있다. 한국평가데이터(KODATA)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법인 중소기업 11만 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5만5000개가 성장 또는 재무 위기를 겪고 있었지만,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 가운데서도 약 45%는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지표만으로는 위기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적절한 시점에 지원하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AI를 활용해 이러한 기업을 조기에 찾아내고, 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중소기업 위기경보알림 시스템 개념도. 정부는 AI가 25만 개 중소기업의 위기 징후를 사전에 분석·예측하고, 기업별 맞춤형 지원으로 재도약을 돕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료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구조조정 넘어 사업전환까지…재도약 생태계 구축
정부는 위기기업 지원 방식도 보다 입체적으로 바꾼다. AI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선별된 기업은 종합진단을 거쳐 구조개선과 사업전환, 연구개발(R&D), 정책금융, 채무조정 등을 기업 상황에 맞게 연계 지원받게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기술과 인력, 제조, 금융, 판로를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패키지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업전환 정책도 공급망 중심으로 확대된다. 기존처럼 개별 기업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신사업 전략에 협력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동반 사업전환’ 모델을 도입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문 외국인력 체류기간 연장, 지방투자보조금 요건 완화, 분사와 인수합병(M&A) 지원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위기기업을 연명시키는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AI를 활용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먼저 찾아내고, 구조개선과 신사업 전환을 통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리는 ‘재도약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위기 이후 지원하는 사후 처방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성장 가능성을 먼저 찾아 투자하는 선제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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