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남부 나스카 사막에는 거대한 그림들이 있습니다. 벌새, 원숭이, 거미, 그리고 사람 형상까지.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어요. 놀라운 건 이 그림들이 2천 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아무도 그 정체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이 그림을 알아 본 건 20세기 들어서 인간이 하늘을 날면서부터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사막 위를 지나던 이들이 창밖을 내려다보고서야 그 그림을 발견한 거죠.
우리는 늘 우리가 사는 공간을 궁금해합니다. 이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어제와 오늘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런데 넓은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서 있는 사람이 알기 어렵습니다. 공간을 이해하려면 높은 곳에서 봐야 합니다.
여기 그 일을 업으로 삼은 회사가 있습니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고, 그 이미지를 분석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는 회사. 공간AI 기업 메이사입니다.
메이사는 드론과 위성으로 하늘에서 땅을 찍은 이미지를 분석하는 곳이에요. 사진 수천 장에서 실측 가능한 3차원 데이터를 뽑아내는 리얼리티 캡처 엔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해 상용화했고, 드론과 위성을 함께 다루는 사업자 역시 국내에서는 사실상 메이사뿐입니다. 건설 현장용 ‘메이사’에서 출발해 골프장 코스 관리용 ‘메이사그린’, 위성·방산용 ‘메이사플래닛’까지 세 개의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어요. 2027년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구성원은 60명 남짓입니다.
메이사의 조직문화가 궁금해 최석원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자기 회사를 어떤 조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 뜻밖이었습니다.
사진제공=메이사
“비효율적으로 유연한 조직입니다”
비효율적인데 유연하다니, 무슨 말일까요? 먼저 메이사의 비전부터 들었습니다.
“공간정보로 인류의 첫걸음을 편리하게”
고도와 상관없이 하늘에서 땅을 바라본 데이터, 그게 메이사가 다루는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첫걸음’은 무슨 뜻일까요. 드론으로 건설 현장의 토공량을 계산하고 예산을 관리하는 일, 메이사가 하고 있는 그 일을 시도한 사례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원천 기술은 그때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현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기술 자체로 끝나면 적용이 안 됩니다. 현업의 워크플로우 안에 들어가서 기존에 하던 일을 실질적으로 대체해야 변화가 일어나요. 사실 이건 불편함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기술은 있는데, 내 데일리 라이프를 바꾸지 못하는 병목이 있는 거죠.”
메이사가 하는 일은 그 병목을 걷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걸음입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떼지 못했던 그 한 걸음을요.
“현실 공간을 정량화된 디지털 세계에서 재구현해, 다양한 산업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최적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AI가 발전하는 흐름도,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결국 인식·분석·판단 3단계로 흘러갑니다. 앞에 뭐가 있다, 차가 내 앞으로 달려오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위험하다, 피해야겠다. 이렇게요. 저희가 하는 일도 결국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이 인식·분석·판단의 단계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겠다는 겁니다.”
현실 공간의 비정형 데이터를 뽑아내 디지털로 옮기고(인식), 산업별로 필요한 인사이트에 맞춰 해석하고(분석),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영역까지 돕겠다(판단)는 것이 바로 메이사의 미션이에요.
“조직은 로고스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메이사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앞서 나온 ‘비효율적으로 유연한 조직’이라는 자기 정의의 출발점은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사람이 대화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권위로 설득하는 에토스, 감정적 공감으로 설득하는 파토스, 그리고 논리로 설득하는 로고스입니다. 저희는 이 셋 중에 조직이 로고스에 기반해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로고스로 굴러가는 조직에서는 두 가지가 성립합니다. 신입사원이 하는 말이라도 논리적으로 타당하면 수용돼야 하고, 리더나 대표의 말이라도 설득력이 없으면 관철되지 않아야 합니다. 메이사가 스스로 정리한 일하는 방식도 여기서 나왔어요.
‘우리는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모두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표가 뭘 하자고 하면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왜 해야 하나요?”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런 생각은 해보셨어요?”
상명하복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데 최 대표는 이게 맞다고 합니다.
“에토스로 해야 기민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 되죠. 그런데 제가 지향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번 설득이 되고 조직의 싱크가 맞기 시작하면 훨씬 더 유연하고 풍성한 에너지가 나오는 조직이에요.”
‘비효율적으로 유연한 조직’이라는, 어딘가 모순처럼 들리는 자기 정의는 여기서 나왔습니다.
로고스적으로 운영되는 메이사는 ‘네 일, 내 일’을 잘라 나누지 않습니다. 회의 시간을 따로 잡지 않아도 필요하면 자리에서 수시로 모여 토의해요. 논리로 설득하려면 정보가 한쪽에만 쏠려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매달 전사 타운홀 미팅을 열고, 민감한 정보도 공개합니다. 슬랙 채널과 노션 페이지도 모든 채널이 공개 채널로 운영되고 있어요.
로고스에 필요한 사람…셀프 매니징, 셀프 모티베이션
메이사의 인재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셀프 매니징·셀프 모티베이션할 수 있는 인재(성취지향·판단력·책임감·발전지향)
둘째 팀과 함께 일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재(진솔함·합리성·민첩함)
셋째 도전적 문제 해결에 몰입할 수 있는 인재(통찰력·실행력·집요함)입니다.
이 인재상을 관통하는 것 역시 로고스입니다.
“두 사람이 대등하게 대화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정보 비대칭이 없어야 해요. 한 명만 특수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둘째, 상대방도 한 명의 독립된 주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조건을 제도화 한 것이 투명한 정보 공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을 사람의 기준으로 옮긴 것이 셀프 매니징, 셀프 모티베이션이에요.
“어떤 사람을 어린 사람이라거나,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상정하는 순간 대등한 대화는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셀프 매니징, 셀프 모티베이션은 같이 일하는 사람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볼 것이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셀프 매니징은 자기 직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이 일은 얼마나 걸릴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무엇인지를 본인이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동시에 그 말을 들은 조직이 판단을 뒤집지 않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할 수 있다고 했으면 할 수 있는 거고, 안다고 했으면 아는 거라고 인정해주는 것이죠. 셀프 매니징은 구성원의 태도인 동시에 조직의 태도인 셈입니다.
셀프 모티베이션은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모든 사람이 성장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전제합니다. 그렇다면 성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어르고 달래 마음을 돌려놓는 일은 누구의 몫일까요. 부모가 자식에게는 할 수 있어도, 대등한 동료 사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메이사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일하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성인으로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는 거죠.
물론 이러한 방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최 대표도 알고 있습니다.
“자율과 신뢰인데, 다르게 표현하면 방치라고 표현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율과 방치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다만 그 종이 한 장을 만드는 게 앞서 본 로고스와 투명한 정보 공개입니다. 판단할 정보가 충분히 주어져 있고, 판단한 내용을 말할 수 있으면 자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치가 되겠죠.
대등한 사람이 대등하게 일하는 곳
“대등한 사람 대 사람으로 같이 일하는 게 좋아요.”
메이사 팀원의 말입니다. 메이사의 조직문화를 한마디로 압축한 문장이기도 하죠. 그 대등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도가 원온원입니다. 직급이나 팀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으면 거절할 수 없어요. 아래에서 위로도, 위에서 아래로도 가능합니다.
메이사의 회식 제도는 특이합니다. 부서별 강제 회식이나 정기 회식이 없는 대신, 팀과 상관없이 5명만 모이면 언제든 회식이 성사됩니다. 1인당 회식비는 매달 10만 원인데, 한 번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만 원으로 제한돼 있어요. 한 번에 다 쓰지 못하게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주 모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회식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테니스 회식도 있고, PC방 회식도 있어요.
보통 회사에서 워크샵은 팀 단위로 가서 일도 하고 놀기도 하죠. 메이사에는 ‘플레이샵’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워크가 빠지고 플레이만 해요. 1년에 두 번, 15만 원과 하루 휴가를 지원하는데 여기서도 팀은 상관없습니다. 5명만 모으면 플레이샵이 성사돼요. 숙소를 빌려 놀다 오면 됩니다. 클라이밍, 서핑, 한라산 등산까지 활동도 제각각입니다.
나스카의 그림이 하늘에서 봤을 때 비로소 그림이 되었듯, 메이사는 높은 곳에서 우리가 사는 공간을 읽어냅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을 다 알지 못합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현장에도, 익숙한 산과 들에도 아직 읽지 못한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2천 년을 기다려 하늘에서야 정체를 드러낸 나스카의 그림처럼요. 메이사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딛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더 깊어질 겁니다.
메이사는 일할 때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래야 공간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동료를 볼 때는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춥니다. 그래야 사람이 보이니까요. 권위도 감정도 아닌 논리로 굴러가는 조직, 대표의 말에도 ‘왜요?’라고 물을 수 있고 신입의 말이 옳으면 그대로 채택되는 조직. 정보를 감추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조직. 조금 시끄럽고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 이 비효율이 더 깊고 오래 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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