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좋은 칫솔은 새 칫솔’…교체 주기를 상품으로 만들다
– 치아가 잘 닦이는 칫솔모와 헤드 선택
– 트렌드 파악에서 소싱·네이밍까지, 스몰 브랜드의 론칭 공식
덴티넘은 ‘1년 열두 달의 구강 루틴’을 표방하는 구강용품 브랜드다. 대표 제품은 ‘월간칫솔’. 손잡이에 1부터 12까지 숫자를 새긴 칫솔 열두 개를 한 세트로 묶어, 매달 하나씩 꺼내 쓰고 바꾸도록 했다. 2019년 11월 네이버에 등록한 지 7개월 만에 칫솔 상품 가운데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100만 개가 팔렸다.
시작은 이선형 대표 자신의 문제였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구강 건강이 좋지 않았고, 이 대표 역시 치아가 약했다. 자연히 구강용품을 고르는 데 신중했다. 이름난 대기업 칫솔을 골라 썼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치약은 매일 쓰면 없어지지만 칫솔은 벌어져도 그대로 쓰게 된다. 칫솔모가 벌어지면 양치가 잘 안 되고 치석도 제거되지 않으며 잇몸을 찔러 자극까지 준다. 아무리 비싼 칫솔이라도 벌어진 채로 계속 쓰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때부터 칫솔을 공부했고, 이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뒤 브랜드 론칭에 나섰다.
오호코퍼레이션 이선형 대표를 만나 월간칫솔이 만들어진 과정과 스몰 브랜드가 브랜드를 론칭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사진제공=오호코퍼레이션
벌어진 칫솔에서 찾아낸 문제, 그리고 ‘월간칫솔’
가장 좋은 칫솔은 무엇일까. 치과의사는 새 칫솔이라고 답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칫솔 교체 주기를 모르고, 안다 해도 제때 바꾸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너 달은 기본이고 그 이상 쓰는 사람도 있다. 사용 날짜를 기억해뒀다가 다음 달에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월간칫솔은 이 질문과 답에서 나왔다.
“‘칫솔은 매달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해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칫솔에 아예 개월 수를 새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바꾸지 않을까 싶었죠.”
성공이었다. 숫자 하나를 새겼을 뿐인데 사용자의 습관이 바뀌었다. 월간칫솔은 1부터 12까지 숫자가 찍힌 칫솔 열두 개가 순서대로 개별 포장돼 있다. 8월이면 8이 적힌 칫솔을 꺼내 쓰고, 9월이 되면 8월에 사용한 칫솔을 버리고 9가 적힌 칫솔을 꺼내 사용하면 된다.
덴티넘의 ‘덴티’는 덴티스트(dentist)에서, ‘넘’은 1년을 뜻하는 라틴어 애넘(annum)에서 따왔다. 1년 열두 달 내내 구강을 챙긴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칫솔 열두 개에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다른 숫자를 인쇄해달라는 주문을 받아주는 공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결국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보냈어요. 수십 군데에 물어봤는데 다 안 된다고 했습니다. 최소주문수량(MOQ)을 요구했어요. 그러다 딱 한 곳이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 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치아를 잘 닦는 칫솔모와 헤드 선택
콘셉트만 좋아서는 안 된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 양치의 본질은 결국 치아가 잘 닦이느냐에 있다. 그래서 교체 주기뿐 아니라 구강관리에 가장 좋은 칫솔모와 헤드를 찾아 나섰다.
칫솔모는 스파이럴모다. 일반 미세모 두 가닥을 꽈배기처럼 꼬아서 심는 방식으로, 치아에 닿는 면적이 넓고 힘이 있다. 미세모보다 튼튼하면서도 아프지 않다. 헤드는 작게, 손잡이는 일자형으로 만들었다. 치과의사들이 치아 건강에 좋다고 권하는 형태다. 헤드가 크면 어금니 안쪽까지 닿지 않아 닦이는 느낌만 들 뿐 실제로는 닦이지 않고, 손잡이는 일자형이라야 힘이 제대로 전달된다.
매달 버리는 제품이라는 점도 숙제였다. 한 달 쓰고 버리는 칫솔이 환경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소재에서 답을 찾았다. 플라스틱에 옥수수 전분을 섞어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었다.
대기업과 경쟁하는 스몰 브랜드 입장에서 대규모 광고비는 쓸 수 없었다. 이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키워드 검색광고였다. 단가가 비싼 ‘칫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세모 칫솔’ 같은 세부 키워드로 시작했고, 여기에 블로그 체험단을 더해 제품을 알렸다.
“스몰 브랜드라면 리뷰 이벤트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물량 가운데 일정 수량은 마케팅 비용으로 잡고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천 개의 물량이라면, 초기 300개는 리뷰를 쌓는 데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상품을 등록한 2019년 당시 네이버에서 ‘칫솔’을 검색하면 170만 개가 나왔어요. 반년 뒤 그 수가 190만 개로 늘었는데, 그때 월간칫솔이 상위에 올랐습니다. 광고가 아니라 구매 전환율이 만든 결과죠. 전환율이 높으니 네이버가 상품을 상단에 배치해줬어요.”
이 대표는 월간칫솔에 이어 광폭칫솔, 만가닥칫솔을 내놓았다. 이후 치실, 어금니칫솔, 치약으로 라인업을 넓혔고, 혀클리너는 직접 디자인해 금형까지 제작했다. 현재는 덴티넘 외에도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집중하는 곳은 청소·세제 같은 생활화학 제품이다.
스몰브랜드가 트렌드를 읽고, 소싱, 론칭하기까지
브랜드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다. 돌아오는 답은 심플했다. 시장을 매일 본다는 것이다.
“그냥 매일 봅니다. 세제만 해도 가루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캡슐로 넘어왔잖아요. 그런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대표가 권하는 방법은 소비자로서 많이 사보고 기록하라는 것이다.
“물건을 많이 사다 보면 알게 됩니다. ‘내가 이걸 왜 샀지?’ 하고 되짚어보면 상세페이지나 리뷰의 어떤 지점을 보고 결제를 눌렀는지가 보여요. 그걸 기록해보라고 합니다. 같은 제품인데 어떤 건 비싸게 느껴지고 어떤 건 사게 되는 심리적 장벽도 직접 계산해보고요. 그 기록을 놓고 대기업처럼 갈지, 가성비로 갈지, 그 중간으로 갈지를 결정하면 그게 기획입니다.”
스몰 브랜드는 상품을 기획할 때 자본 싸움을 해야 하는 가성비 시장보다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이 대표는 조언한다. ‘하이재킹’ 전략도 좋은 방법이다. 대기업이 광고로 소비자 머릿속에 심어놓은 인식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최근 한 대기업이 특정 세균 이름을 앞세운 캡슐 세제로 시장을 키웠는데, 세균 이름 자체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습니다. 식별력 있는 자기 브랜드명을 앞에 붙이면 다른 회사도 쓸 수 있다는 뜻이죠. 같은 효과를 내는 제품을 소싱해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모든 아이템에 이 전략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아이템인지부터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아이템을 정했다면 그다음은 소싱이다. 소싱은 생각보다 문턱이 낮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번역기와 AI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형 도매 플랫폼에 품목의 영문명을 검색해 나오는 업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공장이 몇 년 됐는지, 수출 경험이 있는지, 어디로 많이 내보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이미지 소싱이 편해졌습니다. 온라인에 있는 이미지를 누르면 비슷한 제품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생활화학 제품처럼 제조원을 표시해야 하는 품목은 표기에서 역으로 공장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공장을 찾았다고 끝은 아니다. 국내에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표방한 효과가 실제로 나는지 시험기관에서 확인하고, KC 인증 같은 절차를 밟은 뒤에야 수입해 판매할 수 있다.
그다음은 구성과 가격이다. 경쟁 제품의 단가를 살펴 소비자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선을 찾는다. 원가에 배송비와 통관, 관부가세까지 더해 국내 도착가를 계산하고 나서야 판매가를 정해야 한다.
브랜딩의 시작은 네이밍…하나의 브랜드는 하나의 카테고리만
이 대표는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네이밍을 꼽았다. 이름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 대표가 가진 브랜드 중 하나인 ‘아이 헤이트 더티(I HATE DIRTY)’가 그 예다. 나는 더러운 게 싫다는 문장을 그대로 이름으로 썼다. 이름 하나로 이 브랜드가 무엇을 파는 곳인지가 한번에 알 수 있다.
“이름을 짓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경쟁사 제품을 참고하기도 하고, 영어권 플랫폼에서 브랜드명을 살피다 국내에 없는 이름을 발견하면 그것을 변주해 만들기도 합니다. 원료에서 따오기도 하고, 제품을 쓰는 상황에서 따오기도 하고요.”
상표권은 최대한 빨리 출원하라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선출원주의라 먼저 낸 사람이 유리하고, 우선심사를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생각해둔 브랜드명이 있다면 지금 출원해두라는 것이다.
브랜드를 론칭했다면 여러 카테고리로 넓히기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소비자가 한 가지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라고 인식한다. 타깃도 뾰족한 게 좋다. 30대 여성처럼 넓게 잡기보다 OO브랜드처럼 29세 여성처럼 좁히는 게 좋다. 이 대표 자신이 겪은 문제와 필요했던 것을 브랜드로 한 것처럼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브랜드에 담으라는 것이 이 대표의 조언이다.
인스타그램, 쿠팡, 네이버, 자사몰은 각각 팔리는 상품이 다르다. 객단가가 크고 고관여인 제품인지 저관여 제품인지, 리텐션을 어디서 만들지에 따라 채널 전략을 세울 것을 이 대표는 조언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쌓은 브랜딩 노하우를 디지털상공인연합(이하 디상연)에서 나누고 있다. 현재 디상연 마케팅분과장을 맡고 있다. 디상연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과 기업인들이 서로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단체다.
“같은 처지의 사업자들과 협업하고 서로 도우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 같은 사업자인데도 각자 고민이 다 다릅니다. 분과장을 맡아 그 고민들을 듣게 되는데, 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 대표는 상품 기획은 영화와 같은 일이라고 비유했다.
“영화배우는 한 작품에 캐스팅되면 거기에만 온전히 쏟아붓고 나옵니다. 그러면 그 영화가 계속 상영되면서 수익이 들어오잖아요. 상품도 그래요. 브랜드 하나 만들고 상세페이지까지 만들 때 모든 걸 쏟아붓고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일합니다.”

덴티넘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의 불편이었다. 벌어진 칫솔을 그대로 쓰는 일, 교체 주기를 신경 쓰지 않는 습관, 매달 버릴 때 드는 미안함. 이 대표가 찾아낸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겪으면서도 아무도 문제라고 부르지 않던 자리였다. 그 자리를 개월 수라는 숫자 하나로 메웠을 뿐이다. 아이디어를 지탱한 것은 제품의 본질이다.
덴티넘은 스몰 브랜드가 대기업과 같은 링에서 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본도 인력도 부족한 스몰 브랜드가 배워야 할 것은 결국 하나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지점을 찾아내는 눈, 그리고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뚝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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