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관람은 전시 일정과 장소, 유물의 보존 상태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디지털트윈과 가상현실 기술은 실제 전시장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공간과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관람 경로를 만든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유물도 디지털 기록으로 남겨 지속해서 감상할 수 있다. 네이버랩스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미술관의 전시 공간과 주요 소장품을 온라인으로 관람하는 ‘간송미술관 VR투어’를 선보였다.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간송미술관은 한국 문화유산의 수집과 보존, 연구를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그동안 봄과 가을 정기 전시 기간을 중심으로 관람할 수 있었지만, VR투어를 이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전시 공간과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서비스는 네이버랩스가 디지털트윈으로 구축한 간송미술관 전시 공간 ‘보화각’과 ‘문화보국’ 전시 출품작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용자는 실제 관람 동선을 따라 가상 전시장을 이동하고 원하는 유물을 선택해 상세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PC와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중국에 기증된 ‘청대 석사자상’을 네이버랩스의 공간지능 기술로 3D 매핑한 모습 (사진 제공: 네이버랩스)
스마트폰으로 공간·유물 3D화…현재 없는 유물도 디지털 기록으로
이번 VR투어에는 현재 간송미술관에 남아 있지 않은 유물도 포함됐다. 오랫동안 미술관 정문에 자리하다 지난 7월 중국에 기증된 ‘청대 석사자상’을 3D 데이터로 구현해 기존 위치와 형태를 가상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야외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던 ‘괴산팔각당형부도’와 ‘석조팔각승탑’도 디지털트윈으로 제작했다. 관람객은 실제 위치나 이동 동선의 제약 없이 유물의 입체적인 형태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간송미술관의 공간과 유물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 자체 비전 기술을 적용했다. 초정밀 스캐너와 같은 전문 장비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공간과 사물을 촬영해 3D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촬영과 장비 운용의 부담을 낮추면서 다양한 규모의 공간과 유물을 VR·AR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네이버랩스는 매핑과 디지털트윈, 실내 측위, 3D 재구성 기술을 문화공간과 역사 유적에 적용해 왔다. 2022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AR 내비게이션은 관람객의 실내 위치를 기반으로 이동 경로와 전시 정보를 제공한다.
경주 첨성대 등 역사적 공간을 360도로 탐색할 수 있는 네이버지도 ‘플라잉뷰3D’에는 노블 뷰 신세시스(Novel View Synthesis·NVS) 기술이 활용됐다. NVS는 여러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실제 촬영하지 않은 시점의 3D 장면을 재구성하는 기술로,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의 도심 폭발 장면 제작에도 사용됐다.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간송미술관 사진 공모전의 응모작도 VR투어에 공개될 예정이다. 관람객이 촬영한 사진을 가상 미술관 안에서 작품처럼 감상하도록 구성해 기존 전시물과 참여형 콘텐츠를 하나의 공간에 연결한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그룹 리더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간송미술관의 문화유산을 공간지능 기술로 디지털 공간에 구현해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디지털트윈과 측위, 3D 재구성 기술을 고도화해 현실의 공간과 사물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경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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