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공장 규모나 가격에 있지 않습니다. 결국 고객이 브랜드를 얼마나 사랑하고 지지하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국내 캠핑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의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는 가격과 스펙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와 경험,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조상호 캠핑칸 대표는 일찍부터 제품보다 브랜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를 준비해왔다. 텐트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를 넘어 고객이 문화를 경험하고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캠핑칸을 키워왔고, 그 결과 12만8000명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표 프리미엄 캠핑 브랜드로 성장했다.
조 대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브랜드와 오래 함께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며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팬덤’을 제시했다.
조상호 캠핑칸 대표. “제조업의 경쟁력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지지하는 고객과 팬덤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좋은 텐트보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다
캠핑칸의 시작은 거창한 사업 계획보다 시장의 빈틈을 발견한 데서 출발했다.
2017년 창업 당시 국내 캠핑 시장은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저가형 텐트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결로가 적고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폴리코튼(T/C) 텐트 시장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 대표는 이 시장이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프리미엄 캠핑 브랜드라는 방향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제조 스타트업이 생산을 외주에 맡기는 것과 달리 캠핑칸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에 자체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제조 공정까지 직접 관리했다. 초기 투자 부담은 컸지만 브랜드의 품질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폴리코튼처럼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독자적인 텐트 구조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시간이 지나 캠핑칸만의 기술 자산으로 축적됐다.
조상호 대표는 자체 생산과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캠핑칸을 글로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IP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텐트 설치 방식이다. 기존 대형 텐트는 여러 개의 스트링을 강하게 당겨야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설치 과정이 복잡하고 체력 소모도 컸다. 캠핑칸은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 스트링 의존도를 크게 낮췄고, 보다 쉽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또 하나의 혁신은 텐트와 전실을 연결하는 커넥터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캠핑 이용자들이 여러 공간을 임의로 연결하면서 비바람과 빗물 유입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캠핑칸은 이를 해결하는 연결 시스템을 개발했고, 현재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조 대표는 “창의적인 디자인은 결국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보여주기 위한 혁신보다 실제 사용 경험을 바꾸는 혁신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캠핑칸의 대표 텐트. 독자적인 구조 설계와 폴리코튼(T/C) 소재를 적용해 설치 편의성과 사계절 활용성을 높였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결국 ‘팬덤’이다
캠핑 시장의 경쟁은 이미 제품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능과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경쟁사도 따라올 수 있지만, 브랜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객과의 관계, 그리고 커뮤니티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캠핑칸이 12만8000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며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캠핑 박람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캠핑칸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같은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캠핑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바라본다. 소비자들도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공감하는 브랜드와 문화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창적인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들었다면, 그다음에는 고객 팬덤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설비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브랜드를 오래 지킬 수 없습니다. 결국 팬덤이 있는 브랜드가 가장 오래 살아남습니다.”
이 같은 철학은 경영 전반에도 이어진다. ERP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과 재고, 운영 효율을 높였고, 자체 캐릭터 ‘카니(Kani)’를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AI 검색 최적화(AIO·SEO)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를 검색할 때 캠핑칸이 자연스럽게 추천되는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불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소비가 위축될수록 고객은 가격보다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본다. 그래서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제품 완성도, 브랜드 경험을 꾸준히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캠핑칸은 자체 생산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캠핑 브랜드를 구축하며 일본과 북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아웃도어 IP 기업을 향해
캠핑칸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쿠텐 입점을 완료했으며, 일본 최대 규모 캠핑 박람회인 ‘필드스타일(Field Style)’에 참가해 현지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지 AS 전문 업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전담 고객지원 인력을 운영하는 등 제품 판매 이후의 서비스 기반도 함께 마련했다.
북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됐다. 2024년부터 시장 진출을 준비해 2025년 초 북미 박람회를 통해 공식 론칭을 마쳤다.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온 제품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는 기업 체질 개선을 꼽았다. 2021년 법인을 설립하고 제조 인프라와 재무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개인 브랜드 중심에서 기업 중심의 경영 체계로 전환했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성장 기반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0년 뒤 캠핑칸의 모습을 묻자 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캠핑칸이 단순한 텐트 제조사가 아니라 글로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IP 기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는 단순히 해외 매출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아시아와 북미를 넘어 세계 곳곳의 캠핑 문화 속에서 캠핑칸이라는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것이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다.
인터뷰 내내 조 대표가 강조한 키워드는 결국 하나였다. 팬덤이다. 독창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브랜드를 사랑하고 오래 함께하는 고객을 만드는 것이 제조업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믿음이다.
캠핑칸은 오늘도 텐트를 만들지만, 조 대표가 궁극적으로 쌓고 싶은 것은 텐트가 아니라 브랜드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지탱하는 것은 설비나 가격이 아닌, 캠핑칸의 철학과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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