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에서 데이터 테크 SaaS로 사업 확장…지난해 매출 784억·영업이익 37억 역대 최대 실적
– 데이터·유틸리티 SaaS와 AI로 사업 확장
-“올해말이나 내년초 코스닥 상장”
“광고가 남긴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인라이플 한경훈 대표의 말이다. 국내 최초 빅데이터 광고 플랫폼 ‘모비온’으로 출발한 인라이플(ENLIPLE)이 ‘데이터 SaaS’로 사업을 확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 784억 원, 영업이익 37억 원을 기록했다. 리타겟팅 광고로 입지를 다진 인라이플은 데이터 SaaS와 유틸리티 SaaS, AI로 사업을 넓혔고, 실적을 끌어올린 것도 데이터 사업 부문이다. 약 5,000개 쇼핑 도메인과 연 90조 원 규모의 거래 데이터로 대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행동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가지고 있다. 모비위드, 모비소프트 등 자회사를 거느린 인라이플은 데이터 사업을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인라이플 한경훈 대표
광고 기술을 팔다
인라이플의 SaaS 사업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모비위드(대표 오원상)는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마케팅 솔루션과 애드서버 구축을 전문으로 하고, 모비소프트(대표 김재연)는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두 회사 모두 인라이플에서 분사한 자회사다.
포털과 콘텐츠 플랫폼은 물론 커뮤니티나 금융 서비스까지, 앱을 만들거나 대규모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광고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다. 광고를 실행하려면 DMP(데이터 관리 플랫폼)와 애드서버가 필요하다. 애드서버는 이용자가 웹페이지나 앱을 열었을 때 그 광고 자리에 무엇을 띄울지 실시간으로 결정하고, 노출과 클릭, 전환 같은 성과를 집계하는 시스템이다. 광고를 ‘실어 나르는 트럭’인 셈이다. DMP는 그 광고를 누구에게 보낼지 정하는 ‘물류 본부’에 해당한다. 흩어진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모아 정제하고, ‘최근 운동화를 검색한 30대’ 같은 타깃 집단으로 묶어내는 일을 한다. 문제는 이 둘이 보통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DMP와 광고를 집행하는 애드서버가 분리돼 있으면,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만만치 않다.
“광고라는 게 결국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해석해서 적용하는 일이거든요. 그 기술을 십 수 년 갈고닦다 보니, 이와 같은 기술을 원하는 기업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만든 게 모비위드입니다. 광고에 쓰던 데이터 기술을 그대로 다른 기업의 마케팅 인프라로 옮긴 셈이죠.”
모비위드(대표 오원상)는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마케팅 솔루션과 애드서버 구축을 전문으로 한다. 광고와 매체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프라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이 직접 갖추기 어려운 광고 데이터 시스템을 대신 구축하고 운영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기업은 모비위드의 솔루션만 들이면 별도의 대규모 개발 조직 없이도 자체 데이터센터에 준하는 광고 운영 환경을 갖출 수 있다.
모비위드는 솔루션을 구독형 SaaS로 전환해, 자체 구축이 부담스러운 중견 규모 기업도 도입할 수 있게 했다. 성과는 매출로 돌아왔다. 지난해 200억 원대를 넘어선 매출은 올해 400억 원대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데이터를 쌓다
모비소프트(대표 김재연)는 인라이플의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사업을 맡은 자회사로, 2025년 사명을 바꾸며 전문 법인으로 새 출발했다. 직장인이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매일 쓰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화면을 캡처해 편집하는 도구, 파일을 압축해 전송하는 프로그램, 영상 편집 도구, 그리고 베타를 앞둔 AI 회의록 노트까지, ‘이지랩(ezLab)’이라는 브랜드 아래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출시 약 2년 만에 국내 70만, 글로벌 13만으로 누적 사용자 90만 명에 육박하며, 국내 일간활성이용자(DAU)는 22만 명을 넘어섰다. 연내 국내 100만, 향후 3년 안에 500만 사용자가 목표다.
모비소프트의 트래픽은 ‘데이터’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캡처·압축·회의록 같은 도구를 매일 쓰는 과정에서 행동 데이터가 쌓인다. 모비위드가 광고가 남긴 데이터를 다루는 사업이라면, 모비소프트는 데이터를 만드는 사업인 셈이다. 한 대표가 모비소프트를 “앞으로 가장 크게 발전할 SaaS”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때 중요한 건 어떻게 모을 것인가이다.
데이터, 그리고 ‘동의‘
인라이플은 약 5,000개 쇼핑 도메인, 연 90조 원 규모의 거래 데이터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행동 데이터 사업자다. 커머스 해동 데이터를 통해 과거엔 어떤 물건을 살지를 유추했다면, 이제는 가구 구성, 건강 상태, 성별까지 읽을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쇼핑을 하느냐에 따라 페르소나가 다 드러납니다. 인라이플이 쇼핑 데이터에 집착했던 이유입니다. 그게 지금 다양한 SaaS와 B2C·B2B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서 빛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무섭습니다. 가치도 크지만 남용되면 부작용도 그만큼 커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한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 시장이 ‘확보하는 기술’과 ‘해석하는 기술’ 사이에서 많은 회사가 태어나고 또 도태될 것으로 내다봤다. EU와 미국이 OS 단계부터 데이터 활용에 제약을 거는 흐름 속에서, 기술로 동의 없이 데이터를 ‘뚫는’ 길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은 ‘정당한 확보’라는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는 앞으로 동의를 받고, 훨씬 더 깊이 있게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테크 회사들은 동의를 잘 못 받아요. 사용자가 계좌번호까지 연동하는 건, 그만한 가치를 받기 때문이거든요.”
핵심은 효용이다. 분명한 가치를 먼저 건네고, 그 대가로 데이터를 정당하게 받는 구조다. 현재 인라이플이 동의 기반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약 1,000만 명 규모. 한 대표는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동의 기반’ 데이터 비즈니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데이터를 가공하고 기술적으로 극복하는 단계를 넘어, 확보하고 관리하는 역량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동의 기반으로 쌓은 데이터, 그 자체가 경쟁사는 흉내 내기 어려운 인라이플의 해자인 셈이다.
i-GEO, ‘AI가 좋아하는 본질‘을 설계하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루는 일이 인라이플의 토대라면, 그 데이터를 어디에 쓸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다. 최근 그 답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생성형 AI 검색 대응이다. 사람들이 포털 대신 생성형 AI에 묻기 시작하면서,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길목 자체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i-GEO’는 생성형 AI가 답변할 때 특정 브랜드를 인용·추천하도록 유도하는 GEO(생성 엔진 최적화) 솔루션이다. 인라이플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GEO 전문 솔루션으로, 서울대학교 AMP 과정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으며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고도화를 거쳐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광고는 결국 내 고객을 찾아내고,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을 관리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광고는 결국 CRM과 만납니다. i-GEO를 광고가 아니라 CRM 서비스에 붙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 대표는 GEO가 기존 SEO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AI가 나를 알아보게 하려면 본질적인 콘텐츠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클라이언트들은 ‘내 본질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여기거든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은 AI의 취향이다.
“AI는 기본적으로 비교를 좋아해요. 내가 좋다는 주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러 기업을 객관적으로 비교했을 때 ‘이것이 좋다’는 팩트가 나와야 합니다. 판매자의 주장이 아니라 실사용 후기와 팩트에 근거한 콘텐츠여야 하죠. 결국 AI가 좋아한다는 건, 사람이 좋아한다는 뜻이거든요.”
기술적 차별점은 진입 장벽을 없앤 데 있다. 원태그(One-tag)를 설치하고 URL만 입력하면 인용 가능성 진단·점수화부터 GEO 유입 트래킹, 사이트 구조 최적화, 콘텐츠 자동 생성, 외부 채널 확산까지 5단계가 개발자 개입 없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현재 브랜드의 AI 최적화 상태는 ‘GEO 점수’로 수치화돼 동종 업종 평균과 비교 가능한 대시보드로 제공된다. 자동 생성된 콘텐츠는 광고주의 최종 컨펌을 거쳐 배포돼, 정확성과 신뢰도를 함께 높인다.
일본을 교두보로, 코스닥을 향해
성장의 다음 무대는 해외다. 인라이플은 우선 일본을 타깃으로 잡았다. 올해는 안정적인 현지화와 트래픽 관리, 레퍼런스 축적에 집중하고, 그 기반이 쌓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그림이다. B2C 이지랩 역시 일본에서만 사용자 10만 명을 넘긴 만큼, 연내 유료화와 무료 버전 광고 모델을 시도한다.
인라이플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초 심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기술특례상장을 염두에 뒀지만, 최근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일반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진설명=한경훈 대표가 벤처스퀘어와 인터뷰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데이터예요.”
한 대표는 인라이플의 강점과 차별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당하게 모으고 깊이 있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리타겟팅 광고로 출발한 인라이플이 데이터 테크 SaaS 그룹으로 정체성을 다시 쓴 것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도, AI 시대의 무기로 꺼내 든 것도 모두 데이터였다. 기업에 데이터 기술을 파는 모비위드, 사용자 데이터를 쌓는 모비소프트, 그 데이터를 AI 검색에 올려놓는 i-GEO까지 모두 ‘데이터’라는 한 줄기로 정리된다. 인라이플의 경쟁력도, 강점도, 비전도 결국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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