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려면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찾고, 협업 조건을 조율하고, 콘텐츠 제작과 캠페인 성과까지 관리해야 한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물론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함께 불어나면서 자본과 조직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중소 브랜드에는 마케팅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제품 생산과 해외 배송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정작 현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1인 브랜드도 1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엔진을 만들겠습니다.”
27일 열린 인덴트코퍼레이션 기자간담회에서 윤태석 대표가 제시한 비전은 이처럼 명확했다. 커머스 AX 전문기업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이날 글로벌 마케팅의 기획부터 크리에이터 선정, 캠페인 실행까지 AI가 수행하는 ‘인덴트M(Indent M)’을 공개하며, 소수의 인력으로도 여러 국가에서 마케팅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윤태석 인덴트코퍼레이션 대표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커머스 AI 에이전트 ‘인덴트M’과 사업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덴트코퍼레이션)
핵심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AI 에이전트에 맡기는 것이다. 브랜드 담당자가 제품의 특징과 마케팅 목적, 목표 국가, 원하는 크리에이터 유형 등을 자연어로 전달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찾고 캠페인 실행까지 이어간다. 별도의 복잡한 양식을 작성할 필요 없이 기존 마케팅 기획안이나 고객과 논의한 내용을 입력할 수도 있으며, 크리에이터 선정 과정에서는 캠페인 적합성과 예상 성과, 원고료 등을 함께 고려한다.
지원 범위는 전 세계 72개국이다. 뷰티와 푸드, 패션, 펫, 키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뿐 아니라 병원과 음식점, 팝업 행사 운영사 등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사업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려운 소규모 브랜드나 마케팅 에이전시, 프리랜서에게는 추가 인력 없이 여러 국가의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자동화는 실제 글로벌 마케팅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에서 출발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지난 3년간 글로벌 크리에이터 마케팅 서비스 ‘스프레이 IO(Spray IO)’를 통해 100개 이상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930건 이상의 캠페인, 8만 건 이상의 콘텐츠 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터 탐색과 협의, 일정 관리, 콘텐츠 검수, 성과 추적에 상당한 인력이 투입된다는 문제를 확인했고, 지난 1년간 반복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콘텐츠 발견에서 구매까지…AI가 연결하는 ‘커머스 4.5세대’
윤 대표가 이날 인덴트M과 함께 강조한 변화는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에 있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가 새로운 상품을 접하는 주요 경로로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광고를 전달하기보다 현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통해 제품의 특징을 알리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크리에이터가 일정한 시점에 제품을 소개하도록 콘텐츠를 확산하는 ‘바이럴 시딩(Viral Seeding)’은 글로벌 마케팅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섭외와 커뮤니케이션, 일정 조율에 필요한 업무도 급격히 증가한다. 인덴트M은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 마케터가 반복적인 운영 업무 대신 고객 분석과 전략 수립, 콘텐츠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도록 지원한다.
이날 발표에서는 AI가 마케팅 실행을 맡는 것을 넘어 실제 판매와 배송까지 연결하는 사업 전략도 소개됐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AI가 마케팅을 실행하며, 글로벌 커머스 인프라가 구매와 배송을 지원하는 구조를 ‘커머스 4.5세대, AI Commerce’로 정의했다.
윤태석 대표
이를 구현하는 또 다른 축은 글로벌 판매·결제·물류 운영 서비스 ‘인덴트O(Indent O)’다. 기존 글로벌 D2C 플랫폼 ‘보부샵(vovu.shop)’의 인프라를 고도화한 서비스로,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해외 판매 페이지를 생성하고 다국어 현지화와 현지 통화 표시, 글로벌 결제, 주문 및 배송 연동까지 지원한다.
인덴트M이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구매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면, 인덴트O는 실제 주문과 배송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뒷받침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마케팅 조직과 판매 시스템을 각각 구축해야 했던 브랜드들이 하나의 기술 체계 안에서 글로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커머스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 생산과 판매 인프라의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마케팅과 고객 관리에는 여전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은 2018년 설립 이후 AI 리뷰 수집 솔루션 ‘브이리뷰’를 시작으로 크리에이터 마케팅 서비스 스프레이 IO, 글로벌 판매 플랫폼 보부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182억원을 넘었으며, 미국과 일본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윤태석 대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중소 브랜드들이 현지 마케팅 인력과 판매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담으로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인덴트M을 통해 중소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형 브랜드들의 글로벌 마케팅 진입장벽을 낮추고, 나아가 마케팅부터 판매·물류까지 연결되는 커머스 환경을 구축해 더 많은 K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이 제시한 ‘1인 브랜드 1조 매출 엔진’은 현재 달성한 매출 성과가 아닌 기업이 지향하는 장기적인 목표다. 인덴트M을 통해 마케팅 실행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줄이고 인덴트O로 해외 판매 과정을 연결한다면, 작은 조직도 더 넓은 시장을 상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다만 실제 경쟁력은 다양한 국가와 업종에서 AI가 얼마나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선정하고 안정적으로 캠페인을 운영하며 판매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도구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실행할 수 있는 운영 체계일 수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인덴트M은 해외 마케팅의 복잡한 과정을 AI가 대신 수행하고, 그 결과를 실제 글로벌 판매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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