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생태계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만큼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주요 창업 선진국에서는 실패 경험을 기업가의 자산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실패 이력이 금융과 투자, 사업 운영 과정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가 이러한 재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경기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재창업기업 대표와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재도전 걸림돌 발굴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공급자 중심 정책 설계에서 벗어나 실제 재창업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정책 개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부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3주간 릴레이 형식의 간담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열린 ‘재도전 걸림돌 발굴 현장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창업 생태계 만들기
국내 창업 생태계는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실패 이후 재도전 환경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창업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은 금융기관 대출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과거 이력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신용평가와 금융 거래 제한, 투자 심사 과정에서의 선입견 등이 재창업의 주요 장벽으로 거론돼 왔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재창업 기업인들 역시 과거 실패 이력으로 인한 금융 거래 제한과 금융권 낙인효과에 대한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날 현장에는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창업진흥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 주요 창업지원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해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업존에서 열린 ‘재도전 걸림돌 발굴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중기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1·2차 회의에서는 재창업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집하고, 3차 회의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 대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현장의 의견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도 최근 재도전 생태계 조성에 정책적 무게를 두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민관 협력체인 ‘재도전 응원본부’를 출범시키고 재창업 지원 정책과 인식 개선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4월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창업기업 사업화와 자금 지원을 위한 예산 6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와 함께 폐업 가이드북 제작, 투자설명회(IR), 집단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창업 기업의 성장 기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실패 경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실패 콘서트와 재도전의 날 행사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창업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어야 혁신 생태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실패는 부끄러운 이력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혁신 자산”이라며 “재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낙인효과와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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