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 설비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질문도 함께 제기된다. 바다 위에 발전기를 세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스페인 해양환경 전문기업 에코스 그룹(ECOS Group)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U 비즈니스 허브 @ ENVEX 2026’에서 만난 ECOS Group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설립된 에코스 그룹은 해양 환경 컨설팅과 해안공학, 해양학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현재 20개국 이상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해양생태학 박사급 연구진을 포함한 40여 명 규모의 전문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ENVEX 2026’에서 참여한 스페인 해양환경 전문기업 ECOS Group의 파블로 해외사업개발 매니저(왼쪽)
해상풍력은 발전 설비가 아니라 해양 프로젝트
에코스 그룹은 일반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와 다르다. 이들이 맡는 역할은 발전기나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설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인허가 전략과 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실제로 회사는 고정식·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식 태양광, 해저케이블, 항만 인프라, 해양 양식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영향평가(EIA)와 해양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파블로 해외사업개발 매니저(Pablo, Business Development Manager)는 “해상풍력은 단순히 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아니라 조류와 해양생물, 어업 활동, 해저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 프로젝트”라며 “환경 데이터 확보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해양 포유류와 조류, 어류, 해저 생태계 조사부터 해류·조석·해양기상 분석, 해저지형 조사까지 수행하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운영 이후까지 전 주기에 걸친 환경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 해양환경 전문기업 ECOS Group은 해상풍력과 부유식 태양광 프로젝트의 환경영향평가 및 해양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과 손잡은 스페인 해상풍력 프로젝트
에코스 그룹이 최근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는 스페인과 한국 정부가 공동 지원하는 KSSP(Korea-Spain Strategic Programme)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상 부유식 태양광 플랫폼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스페인 블루뉴어블스(Blue Newables)와 한국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모듈형·컨테이너형 해상 부유식 태양광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이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한 발전 설비 개발을 넘어, 대규모 상용화와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차세대 해상 재생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다.
에코스 그룹은 이 프로젝트에서 환경영향 분석과 인허가 전략 수립,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담당했다. 특히 해양 생태계와 발전 설비가 장기간 공존할 수 있도록 실시간 해양 데이터 수집 체계를 설계하고, 환경 검증 프로세스를 개발 단계부터 통합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술 개발 이후 환경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초기부터 환경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 방식이다.
회사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태풍과 높은 파고, 강한 조류 등 아시아 해역 특유의 조건을 고려한 ‘태풍 환경 대응 설계(Typhoon Class)’ 개념 연구에도 참여했다. 이는 유럽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해상 재생에너지 기술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맞게 최적화하기 위한 시도다.
에코스 그룹 관계자는 “한국은 해상풍력과 해양에너지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세계적인 조선·플랜트 산업 기반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해양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스 그룹(ECOS Group) 공식 로고
에너지 전환의 다음 경쟁력은 환경 데이터
에코스 그룹은 향후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 발전량이나 설비 규모 경쟁을 넘어 환경 데이터와 인허가 역량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에는 발전 설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해당 프로젝트가 해양 생태계와 얼마나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 사업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프로젝트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양 포유류 이동 경로, 철새 비행 패턴, 수중 소음 영향, 해저 생태계 변화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발전 사업자가 지역사회와 어업 종사자, 규제기관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 확보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에코스 그룹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단순한 규제 대응 절차가 아니라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로 보고 있다.
파블로(Pablo) 매니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태계 보전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하는 과제”라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결국 사회적 갈등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적인 해양플랜트와 EPC 역량을 보유한 국가”라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과 함께 해상풍력, 부유식 태양광, 해양 인프라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 시장이 커질수록 발전 설비만큼 중요한 것이 환경 데이터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더 큰 터빈을 세우고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환경 영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상풍력과 부유식 태양광이 연안에서 먼 해역으로 확장될수록 해양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만큼 과학적 데이터와 장기 모니터링,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결국 에너지 전환의 미래는 발전 설비와 환경 보호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에코스 그룹은 그 해답을 기술이 아닌 데이터에서 찾고 있다. 바다를 개발하면서도 지키기 위한 데이터, 성장과 보전 사이의 균형을 설계하는 데이터. 해양 재생에너지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이러한 환경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The post 바다를 개발하면서도 지킬 수 있을까…에코스 그룹이 푸는 해상풍력의 숙제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