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해외로 자금을 보내는 과정에는 송금보다 금융기관 사이의 확인과 정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송금은행과 수취은행 사이에 직접 거래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여러 코레스은행을 거치며 거래 확인과 유동성 공급, 장부 대조 작업이 반복된다. 중개 단계가 늘어날수록 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최종 수수료와 거래 진행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수호아이오와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 파티오르가 국내 예금 토큰 인프라를 실제 가동 중인 다통화 결제망에 연결해 이러한 구조를 줄이는 작업에 나선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기업 수호아이오는 파티오르와 국경 간 결제·정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호아이오가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 파티오르와 국내 예금 토큰 인프라를 USD·SGD·EUR 기반 상용 결제망에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료 제공: 수호아이오)
양사는 수호아이오가 개발한 개방형 거래 네트워크 ‘이지스(Ezys)’를 파티오르의 예금 토큰 네트워크와 연동한다. 기술 연동이 완료되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은 수호아이오의 결제·정산 플랫폼 ‘수호 파트너허브’를 통해 미국 달러(USD), 싱가포르 달러(SGD), 유로(EUR) 기반 국경 간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을 분산원장 등 디지털 환경에서 이전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토큰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발행 은행의 부채라는 기존 예금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거래 조건과 결제 절차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기관 간 지급결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파티오르는 USD·SGD·EUR 거래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청산·정산하는 상용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거래에 연결된 여러 지급 단계를 동시에 실행하거나 모두 취소하는 원자적 결제 방식으로 정산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DBS은행과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테마섹이 창립 주주로 참여했으며 도이체방크는 2024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파티오르 네트워크는 2023년 USD·EUR·SGD 상용 거래를 시작했고, 도이체방크와 DBS는 2025년 9월 해당 플랫폼을 활용한 유로화 국경 간 거래를 수행했다.
거래 경로는 이지스가 찾고, 최종 정산은 글로벌 결제망에서
수호 파트너허브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별도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예금 토큰과 디지털자산 기반 송금·결제·투자 기능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이다.
다음 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회사에 따르면 125개국과 25개 통화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국경 간 송금과 외환 정산 외에도 토큰화 주식과 금 거래 기능을 제공한다.
파트너허브의 거래 경로를 구성하는 기술은 이지스가 담당한다. 이지스는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이 제시한 환율과 거래 조건을 비교해 적합한 경로를 찾고, 최종 자금 정산은 파티오르를 비롯한 외부 결제망에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파트너허브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이용 접점을 제공하고 이지스가 거래 조건과 경로를 선택하며 파티오르가 실제 정산을 처리하는 구조다.
이번 협약은 이지스와 파티오르의 상용 결제망을 연결해 국내 금융기관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예금 토큰 정산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재는 기술·사업 연동을 추진하는 업무협약 단계로 실제 적용 범위와 일정은 시스템 검증과 금융기관별 규제·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거쳐 구체화된다.
국내에서도 예금 토큰과 토큰화 지급준비금을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려는 실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주관한 ‘프로젝트 아고라’에 참여해 지난 5월 다통화 공동 플랫폼의 프로토타입을 검증했다.
이어 7월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과 함께 실거래 테스트를 수행했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28곳이 참여한 테스트에서는 토큰화 지급준비금과 예금을 활용해 17개 거래 시나리오, 약 80만스위스프랑 규모의 다통화 거래를 처리했다.
수호아이오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거래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하며 예금 토큰과 디지털화폐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 경험을 쌓았다.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결제 시스템과 파티오르의 글로벌 상용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기관용 정산 경로를 구축한다.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국내 시중은행과 함께 엄격한 규제 준수 환경에서 예금 토큰을 빠르고 안전하게 청산·정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파이프라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험프리 발렌브레더 파티오르 대표는 “수호아이오의 플랫폼을 이미 상용 거래를 처리하는 파티오르 네트워크와 연결해 국내 금융기관이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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