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건강관리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정작 믿고 따라 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베이시아 류수희 대표는 30년 가까이 피트니스 현장에서 강사와 교육자, 프로그램 개발자로 활동해 온 전문가다. 체육학 박사로 수많은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지만, 정작 창업의 계기는 자신의 삶에서 찾아왔다.
42세에 늦둥이를 출산한 그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 건강관리 서비스의 빈틈을 직접 경험했다. 임산부가 안전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콘텐츠는 많지 않았고, 출산 이후에는 육아로 인해 건강관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반복됐다. 류 대표는 이를 단순한 시장의 공백이 아니라 사회가 놓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로 바라봤다.
“건강관리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도움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2019년 여성 건강관리 전문기업 베이시아(basia)를 설립했다.
류수희 베이시아 대표. 그는 임신과 출산 경험을 계기로 창업에 나서 여성 건강관리 콘텐츠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K-웰니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성의 몸은 생애주기마다 달라진다
베이시아가 일반적인 운동 서비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춰 건강관리를 설계한다는 점이다.
류 대표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성들이 생애주기마다 전혀 다른 건강 문제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동 서비스는 연령이나 체력 수준 정도만 구분할 뿐, 여성의 신체 변화와 건강 이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신기에는 태아와 산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출산 후에는 회복이 우선입니다. 갱년기에는 호르몬 변화와 근감소 문제가 나타나고, 노년기에는 낙상 예방과 신체 기능 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같은 운동이라도 시기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는 여성 건강을 단순히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의 문제로 바라본다. 특히 임신과 출산, 갱년기와 같은 시기는 신체 변화가 크지만 체계적인 건강관리 정보와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베이시아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재활 전문가, 물리치료사, 운동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콘텐츠를 개발해 왔다.
현재 베이시아가 보유한 콘텐츠는 약 300강 규모에 이른다. 임산부 운동과 산후 회복 프로그램, 갱년기 건강관리, 시니어 운동 프로그램 등 각 단계에 필요한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구축했으며 서울시 보건소와 다문화센터, 공공체육시설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대만 플랫폼으로 수출됐으며, 임산부 운동 콘텐츠는 다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제공되고 있다. 류 대표는 이를 단순한 콘텐츠 수출이 아니라 여성 건강관리 모델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로 보고 있다.
“여성 건강은 특정 연령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베이시아는 여성들이 각자의 삶의 단계에 맞는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운동도구에 스마트폰을 대면 건강관리가 시작된다”
베이시아는 최근 여성 건강 콘텐츠 기업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NFC 기반 스마트 운동도구다. 사용자는 운동도구에 스마트폰을 태그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운동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한 앱 설치나 별도 검색 과정 없이 운동과 건강관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류 대표는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접근성에 있다고 봤다.
“운동은 꾸준함이 중요하지만 정확한 방법을 배우기 어렵고, 혼자서는 지속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은 데이터로 축적된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수행했는지, 어떤 콘텐츠를 자주 이용하는지 등의 정보가 쌓이면서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운동 경험을 연결하는 건강관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는 운동 콘텐츠 제공이 중심이지만, 베이시아는 이를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축적된 운동 이력과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AI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운동 습관에 맞는 콘텐츠와 운동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기반은 현장이다. 베이시아는 콘텐츠 사업과 함께 호텔과 기업, 공공기관, 보건소, 시니어센터 등을 대상으로 GX(Group Exercise) 위탁운영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의 참여 패턴과 만족도, 건강관리 수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접점 역할을 한다.
류 대표는 “건강관리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은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빠르게 들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어떤 콘텐츠가 실제로 활용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개선과 신규 콘텐츠 개발의 출발점이 됩니다.”
베이시아는 이러한 현장 경험과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운동도구, 디지털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건강관리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수희 베이시아 대표는 “건강관리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는 건강관리 플랫폼을 만들어 건강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 사각지대 해소와 여성 일자리 창출
베이시아의 사업은 단순히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류 대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건강관리 사각지대와 여성 경력단절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과제다.
그는 현장에서 오랫동안 여성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통된 문제를 발견했다. 임신·출산 여성과 다문화 이주여성, 55세 이상 시니어층은 건강관리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 지도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강사들이 경력단절로 인해 일할 기회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류 대표는 이 두 문제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베이시아에서 활동하는 강사 상당수는 출산과 육아 이후 현장 복귀를 준비하는 여성들이다. 베이시아는 이들이 다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프로그램 운영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와 건강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전문 인력을 연결하면 사회적으로도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베이시아는 건강관리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여성 전문가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활동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며 2024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으로도 연결됐다. 류 대표는 건강관리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과 여성 일자리 창출이 별개의 목표가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한다.
“누군가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이시아는 앞으로도 건강과 일자리, 두 영역을 함께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운동을 넘어 K-웰니스 플랫폼으로
베이시아의 대표 브랜드인 ‘엠보링(EMBORING)’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운동기구가 아니라 회복(Recovery)을 중심 가치로 설계된 K-웰니스 리커버리 시스템이다. 누적 판매량은 10만 개를 넘어섰으며 미국 IDEA World에서 시니어 건강 및 회복 프로그램이 소개되기도 했다. 임산부 운동 콘텐츠는 8개 언어로 제작돼 해외 시장에 공급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류 대표는 사람들이 운동법은 배우지만 회복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건강은 운동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회복과 지속 가능성이 함께 가야 합니다.”
최근에는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대학과의 협력 모델도 확대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건강 콘텐츠 개발과 GX 프로그램 운영, 창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건강산업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류 대표는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을 넘어 혁신이 실험되는 공간”이라며 “건강 콘텐츠 개발부터 현장 실습, 취업, 창업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시아는 단순히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산업 인재를 육성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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