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경력직 인재 확보 경쟁이 연말 정기 인사 발표 이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조직 개편과 이듬해 사업 계획에 필요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면서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헤드헌팅 의뢰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실제 해당 기간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의뢰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고, 연간 의뢰의 40%가 이 시기에 접수됐다. 채용 공고를 통해 적합한 경력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사 발표 전부터 후보자 탐색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드헌팅 테크 플랫폼 히든스카우트(대표 방현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사 플랫폼에 접수된 대기업 경력직 헤드헌팅 의뢰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히든스카우트가 분석한 대기업 경력직 헤드헌팅 의뢰 현황.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채용 의뢰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며, 해당 기간 의뢰가 연간 수요의 40%를 차지했다. (자료 제공: 히든스카우트)
해당 4개월 동안 접수된 의뢰는 연간 대기업 경력직 의뢰의 40%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수요가 연말과 연초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정기 인사 발표가 이뤄지기 전부터 인재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사 시즌을 제외한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대기업 경력직 의뢰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인사 시즌의 증가율 23%는 비인사 시즌보다 13%포인트 높았으며, 증가폭으로는 두 배 이상이었다.
월별로는 10월과 11월에 가장 많은 채용 의뢰가 접수됐다.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이 확정된 뒤 채용을 시작하기보다 이듬해 사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사전에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히든스카우트는 해석했다.
직군별로는 영업직군의 채용 의뢰 증가율이 41%로 가장 높았다. 회사는 새해 영업 목표 수립과 사업 확대를 앞두고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10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히든스카우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접수된 대기업 경력직 헤드헌팅 의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10월 중순까지의 집계로, 월간 또는 연간 채용 수요 전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경력 요건 충족하는 지원자 부족…인사 발표 전 후보자 탐색 확대
대기업이 경력직 채용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채용 공고를 내더라도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 조건에 맞는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채용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사유 가운데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음’이 2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경험과 실제 구직자의 경력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히든스카우트가 지난 9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헤드헌터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응답자의 80%는 재직 중인 경력자가 공개 채용 공고에 직접 지원하기보다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고 이직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후보자 발굴부터 설득, 최종 입사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력직 채용 수요가 발생한 시점부터 후보자 탐색을 시작하면 실제 입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재직 중인 후보자의 이직 의사를 확인하고 직무 적합성을 검토하는 과정뿐 아니라 면접과 처우 협의, 기존 회사에서의 퇴사 일정 조율도 거쳐야 한다.
회사는 이 때문에 핵심 직무일수록 정기 인사 발표 전에 후보자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 공석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채용 소요 기간이나 조기 탐색에 따른 기간 단축 효과는 이번 조사에서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방현배 히든스카우트 대표는 “인사가 확정된 뒤에 탐색을 시작하면 그사이 시장에서 움직이던 좋은 후보자는 다른 회사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아, 핵심 포지션일수록 올해도 인사 발표 전에 후보자 탐색을 시작해야 공석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히든스카우트 프리미엄 헤드헌팅은 상위 실적 헤드헌터 30여 명이 대기업의 핵심 포지션을 전담하고 내부 프로젝트 매니저(PM)가 후보자를 한 번 더 검증하기 때문에 인사팀이 인사 발표 전부터 검증된 후보자를 신속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든스카우트는 기업의 채용 포지션과 전문 헤드헌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업이 직무와 요구 경력, 채용 일정 등을 등록하면 관련 분야의 헤드헌터들이 후보자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구조다.
2020년 설립된 히든스카우트에는 현재 전문 헤드헌터 약 3400명과 국내외 서치펌 500곳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여러 서치펌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플랫폼을 통해 후보자 추천과 채용 진행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AI 기반 헤드헌팅 서비스 ‘굿매칭 AI’와 ‘JD업그레이드 AI’를 선보이며 채용 기술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기업의 채용 요건과 후보자 정보를 분석하고 직무기술서(JD)를 개선하는 기능을 통해 인재 추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앞으로도 기업의 경력직 채용 의뢰 데이터와 헤드헌터 네트워크를 활용해 채용 수요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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