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혁신의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비즈니스엔젤투자포럼(WBAF, World Business Angels Investment Forum)에서 활동 중인 김대진 이사는 앞으로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금 조달 경쟁’에서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등장으로 창업의 진입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몇 년이 걸리던 개발과 실행이 이제는 몇 달, 몇 주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이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 경쟁의 본질이 달라진다고 본다. 모두가 비슷한 기술 도구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나 본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의 본질은 다시 문제 해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누가 더 많은 투자를 받느냐보다 누가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WBAF 시니어 세나토 김대진 이사
세계비즈니스엔젤투자포럼은 2016년 설립된 G20 산하 글로벌 엔젤투자 네트워크다. 설립 당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 정책의 중심축이 창업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WBAF는 엔젤투자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던 국가들까지 투자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기존 엔젤투자에는 ‘엔젤투자자의 거주지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내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교훈이 있을 정도로 지역적 한계가 있었다. WBAF는 이러한 지역 중심 투자 관행을 넘어 전 세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엔젤투자 생태계 형성에 기여했다.
최근 WBAF는 기존 엔젤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었던 분야로도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 분야다. WBAF는 산하 조직인 International Chamber of Arts를 통해 아트 분야의 투자와 창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에 있어서의 평등성 역시 WBAF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김대진 이사는 WBAF의 한국 조직위원장, 아시아 총괄 조직위원장, 투자평가위원, 강연자, 패널 등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방글라데시 PM(Project Manager)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WBAF의 글로벌 정책과 투자 네트워크를 이끄는 핵심 자문위원 그룹인 ‘세나토(Senator)’ 출신으로, 현재는 상위 등급인 ‘시니어 세나토(Senior Senator)’로 활동 중이다. 시니어 세나토는 글로벌 창업·투자 생태계에서 높은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에게 부여되는 자격이다.
WBAF 2024 갈라 행사에서 세계 각국 세나토들과 함께한 김대진 이사(가운데). 김 이사는 WBAF 한국 조직위원장과 아시아 총괄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엔젤투자 네트워크 확장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WBAF 2024 Congress Photo / WBAF 공식 홈페이지)
 
AI·핀테크·블록체인 결합이 글로벌 투자 지형을 바꾼다
김대진 이사는 현재 글로벌 엔젤투자 시장을 “AI와 핀테크, 블록체인이 결합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최근 글로벌 엔젤투자 흐름을 보면 AI를 활용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AI, 블록체인, 핀테크가 결합된 형태가 하나의 투자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1~2년 사이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방글라데시의 핀테크 기업 비캐시(bKash)가 있다. 한국의 토스와 유사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인 비캐시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앤트파이낸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며 남아시아 핀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소련권에서도 유사한 혁신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타지키스탄 출신 창업자가 개발한 핀테크 플랫폼은 전화요금을 사용량만큼 하루 단위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후 수도요금·전기요금 등 생활요금 영역으로 확장됐다. 현재 70여 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3년 내 200개 이상 서비스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플랫폼의 경쟁력은 AI와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거래 비용을 기존 약 50원 수준에서 0.235원 수준까지 낮춘 데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사용량 기반의 합리적인 과금을 경험하고, 공급자는 빠른 정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지역별 투자 트렌드 역시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후테크가 핵심 투자 분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AI 기반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 이사는 “대한민국이 7~10년 전 경험했던 디지털 전환 과정이 현재 이들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에서는 사막 녹지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폐수 담수화, 스마트팜, 물 관리 기술을 비롯해 관련 인프라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존 핵분열 중심의 원자력 산업을 넘어 핵융합 발전 기술이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이러한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현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투자 기회는 한 번의 방문이나 단발성 네트워킹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워크라우드(OurCrowd)와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은 매년 향후 20년을 내다본 유망 투자 분야를 발표한다”며 “OurCrowd Global Investor Summit과 같은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면 글로벌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BAF 2024 글로벌 펀드레이징 스테이지 현장, (왼쪽에서 두번째) 김대진 이사. (사진 출처: WBAF 2024 Congress Photo / WBAF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투자자는 실패 위험보다 ‘대박 가능성’에 베팅한다
김대진 이사는 한국과 글로벌 투자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로 ‘위험을 바라보는 방식’을 꼽았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기업에 과감하게 베팅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을 “거의 겜블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한국은 5~7년 뒤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성공했을 때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면 투자합니다.”
김 이사는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가파른 성장이 가능한 J커브형 비즈니스 모델, 둘째는 창업자의 몰입도다.
“대표가 사업에 미쳐 있어야 합니다. 사업을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 수준의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략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과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 있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후자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 창업자의 상당수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먼저 선택한다”며 “기술 도입이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 이사는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험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환경을 우리 동네처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는 해외 경험의 가치를 단순한 어학연수나 여행 수준으로 보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대만, 싱가포르, 유럽 등에서는 항공비와 숙박비,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 청년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높은 적응력과 도전정신을 꼽았다. 전공이나 직업을 과감하게 바꾸고 새로운 환경에 뛰어드는 유연성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경험이 향후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현지 인재 채용이나 파트너십 구축에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에게는 글로벌 팁스(TIPS) 활용도 적극 권했다. 글로벌 팁스는 약 15억 원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는 만큼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스타트업에게 해외 진출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금을 확보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술 스타트업 대표들은 보통 3~5년 동안 제대로 된 월급도 못 받고 버팁니다. 그런데 팁스 자금이 들어오면 오히려 긴장이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그때가 가장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는 기술 개발과 마케팅, 글로벌 사업화를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학은 WBAF 경진대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WBAF는 일반적인 IR 프로그램보다 경진대회 성격이 강해 기술력과 사업성뿐 아니라 피칭 역량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000개 스타트업이 지원하고 이 가운데 100개 팀만 선발되는 만큼 기본적인 경쟁력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결국 차이는 발표력과 전달력에서 만들어진다.
“일부 팀은 다른 나라 출신 발표자를 섭외해 피칭을 진행할 정도입니다. 실적보다 앞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얼마나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WBAF 경진대회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이 참가하는 ‘비기닝 스테이지’와 창업 3년 이상 10년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 단계’ 부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얀마 UNDP(유엔개발계획) 사무소에서 김대진 이사는 개발도상국 창업 생태계와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협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5년, 스타트업 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에서 갈린다
김대진 이사는 향후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혁신의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I의 등장으로 창업 진입장벽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제품 개발과 사업 실행에 수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달, 몇 주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기술 자체의 희소성을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두가 비슷한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기술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다시 문제 해결로 돌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 자체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더 이상 국가 단위로 경쟁하지 않는다고 봤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창업 첫날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과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두바이, 런던이 더 이상 분리된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글로벌 문제를 정의하고 글로벌 고객과 자본을 염두에 둔 팀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는 전략은 점점 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관찰하며 반복적으로 확인한 공통점도 소개했다. 진정으로 큰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출발한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에 대한 집요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교육격차, 지역 불균형 같은 문제는 특정 국가가 아닌 인류 전체가 직면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과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더 큰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는 앞으로의 스타트업 경쟁이 투자 유치 규모보다 얼마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창업의 목적에 대한 관점도 바꾸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만, 이윤 자체를 목표로 삼는 기업보다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이 더 큰 시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앞으로는 기업가치(Valuation)만큼 사회적 가치(Value)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위대한 기업은 돈이 아니라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WBAF 김대진 이사
김 이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기회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AI와 산업의 결합이다. 한국은 제조업과 반도체, ICT 인프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산업 자체를 재정의하는 수준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조와 바이오, 의료, 교육, 국방, 에너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글로벌 리더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시장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는 향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는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해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이다.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 교육격차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그는 이를 위기가 아닌 미래 시장을 먼저 경험하는 테스트베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면 같은 문제를 겪게 될 다른 국가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창업을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창업은 돈이 아니라 영향력을 만드는 도구입니다. 기업은 사람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며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어 “앞으로 투자자들도 단순한 수익률보다 기업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시장과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WBAF 김대진 이사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스튜디오는 생태계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김대진 이사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스튜디오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액셀러레이터가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교육과 멘토링,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것만으로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의 액셀러레이터는 단순 지원기관이 아니라 창업가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시장을 검증하며 글로벌 확장까지 동행하는 ‘공동창업 파트너(Co-Founder Platform)’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스튜디오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전문 인력과 자본을 결합해 반복적으로 회사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팩토리(Start-up Factory)’에 가깝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의 실패율을 낮추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모델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정부가 벤처스튜디오를 또 하나의 지원사업이나 일시적 정책 트렌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네 가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는 성과 평가 체계의 전환이다. 선발 기업 수나 투자 건수 같은 정량 지표보다 기업 생존율, 글로벌 진출 성과, 후속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와 같은 질적 성과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글로벌 연계형 벤처스튜디오 육성이다. 미국,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벤처스튜디오를 적극 지원하고, 해외 투자자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국제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딥테크와 사회문제 해결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이다. AI, 바이오, 기후테크, 에너지, 미래식량, 고령친화산업과 같은 국가 경쟁력 분야는 물론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벤처스튜디오 육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넷째는 창업가 양성 중심 정책에서 창업생태계 구축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개별 창업가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창업가와 투자자, 연구자, 대학,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새로운 기업이 반복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앞으로의 창업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몇 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창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성공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정책의 목표도 기업 육성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미래 세대의 도전정신과 창조성을 키우고 혁신이 순환하는 국가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한국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닙니다. 이미 충분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명확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문제를 글로벌 관점에서 풀어낼 창업가와 팀입니다.”
이어 “한국이 만들어야 할 것은 몇 개의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창업가가 반복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이라며 “그 시스템이 완성될 때 한국은 경제 강국을 넘어 세계 혁신을 이끄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BAF 김대진 이사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The post “향후 5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혁신기”…WBAF 김대진 이사가 본 스타트업의 미래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