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타트업은 많은데, 중간에 자금이 끊긴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초기 투자 이후 스케일업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정부와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투자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벤처투자 제도 개편과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연계 전략은 이러한 투자 연계 강화 필요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3일 각각 벤처투자 관련 시행령 개정안과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이어달리기 공동행사’를 발표했다.
두 정책은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스케일업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성을 같이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이 창업부터 유니콘, 나아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금 공급이 끊기지 않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로 벤처투자 시장 숨통 틔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벤처펀드 운용의 자율성 확대다. 그동안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은 업력 3년 이내 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해야 했다. 앞으로는 투자 유치 실적이 없는 업력 5년 이하 기업까지 투자 의무 대상이 확대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최근 딥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단순 업력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장기업 투자 비중도 기존 10%에서 20%로 늘어난다.
또한 개별 펀드마다 적용하던 창업·벤처기업 투자 의무 규정을 폐지하고 운용사 전체 펀드 총액 기준으로 관리하도록 변경했다. 펀드별 전략 수립의 자율성을 높여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기보다 민간 투자자들이 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이동하고 있다”며 “펀드 운용 자율성이 확대되면 시장 변화에 맞춘 투자 전략 수립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23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SVC서울에서 열린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이어달리기 공동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죽음의 계곡’ 넘는 성장 사다리 구축
규제 완화와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스케일업 투자 체계 구축이다.
중기부와 금융위는 이날 서울 마포구 SVC 서울에서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이어달리기 공동행사’를 열고 벤처기업 성장 단계별 투자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모태펀드가 발굴하고 육성한 기업을 국민성장펀드가 후속 투자하는 구조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초기 창업보다 오히려 성장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기후테크 같은 딥테크 분야는 기술 검증 이후에도 생산시설 구축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상대적으로 후기 투자 시장이 얇아 많은 기업들이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행사는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간 투자 연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두 펀드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성장사다리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 역시 “모태펀드가 발굴한 혁신 기업들이 국민성장펀드의 후속 투자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연결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딥테크 육성 넘어 ‘스케일업 국가 전략’으로
이번 이어달리기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연계가 아니라 자본이 향하는 방향에 있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투자기업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에너지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성과 기술력을 검증받은 기업들을 선별했다. 산업은행 역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국내 대표 AI 기업들에 약 2조 원 규모의 투자 승인을 진행하며 스케일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 단계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체계 구축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AI·바이오·방산 등 전략산업 분야 기업의 스케일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 역시 “모태펀드의 초기 투자 덕분에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후속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제도 개편과 투자 연계 정책은 성장 단계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모태펀드가 발굴한 기업을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하는 구조를 통해 초기 투자 이후 스케일업 단계까지 자금 공급 체계를 강화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특히 AI와 바이오, 방산, 기후테크 같은 전략 산업은 기술 개발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긴 시간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초기 투자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장 단계에 맞는 후속 투자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책은 혁신 벤처·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바탕으로 유니콘 기업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과 투자 연계 체계가 안착할 경우, 초기 투자에 집중됐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스케일업 투자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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