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국내 액셀러레이터(AC) 산업의 변화를 압축하면 기관과 자본의 성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창업기획자 제도가 자리 잡기 시작한 2017년 36개였던 등록 액셀러레이터는 2025년 누적 495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연간 투자금액은 69억원에서 1조117억원으로 약 147배 증가했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집행한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 투자건수는 1만3751건에 이른다.
산업의 외형이 커진 만큼 내부의 차이도 뚜렷해졌다. 투자실적을 보유한 액셀러레이터 가운데 32.3%가 전체 투자액의 92.8%를 집행했고 수도권 소재 AC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은 75.8%에 달했다. 한편 전체 투자건수의 65.4%는 초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액셀러레이터가 참여해 결성한 벤처투자조합도 3조8783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보육과 초기투자를 넘어 펀드 운용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간한 ‘2026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를 바탕으로 국내 액셀러레이터 산업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성장했고 자본과 역할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7개 키워드와 숫자로 살펴봤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지난 10년간 등록기관과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자료 제공: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① 성장 | 36개→495개, 10년 만에 커진 AC 산업
국내 창업기획자 등록은 2017년 36개로 시작해 2018년 57개, 2020년 66개, 2021년 67개가 새로 등록되며 빠르게 증가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62개와 63개가 추가됐으며 2025년 등록분까지 누적 495개가 활동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신규 진입 속도가 이전과 달라졌다. 신규 등록은 2024년 전년 대비 19.0% 감소한 데 이어 2025년에도 17.6% 줄었고, 등록 말소는 초기 3년간 많지 않았지만 2020년 14개, 2021년 28개로 늘어난 이후 연간 20~30개 수준을 기록해 2025년 12월 기준 누적 156개에 이르렀다. 등록기관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 집중됐던 초기 단계를 지나 신규 진입과 기존 기관의 퇴장이 함께 이뤄지는 시기로 접어들면서 백서는 최근 신규 등록 둔화를 시장 성숙 과정의 변화로 분석했다.
국내 등록 액셀러레이터는 2017년 36개에서 2025년 누적 495개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신규 등록 증가세가 둔화됐다. (자료 제공: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② 자본 | 69억원→1조117억원, 연간 투자액 147배 증가
기관 수가 늘어나는 동안 실제 투자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연간 투자금액은 2017년 69억원에서 2018년 466억원, 2020년 1969억원으로 증가한 뒤 2021년 5916억원, 2022년 8371억원까지 확대됐다. 2023년 7716억원으로 한 차례 감소했지만 2024년 9744억원으로 반등했고 2025년에는 1조11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에 참여한 액셀러레이터 역시 2017년 25개에서 2025년 295개로 늘었으며 9년간 쌓인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 투자건수는 1만3751건이다. 자본의 총량뿐 아니라 개별 투자 규모도 달라져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2017년 6200만원에서 2025년 3억9300만원으로 약 6.3배 증가했다.
다만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함께 보유한 운영사를 제외하면 2025년 건당 평균 투자액은 2억4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이 수치는 2022년 2억9800만원을 기록한 이후 2억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어 전체 평균 투자액의 증가를 액셀러레이터 전반의 투자 대형화로 해석하기보다는 운영사별 투자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연간 투자금액은 2017년 69억원에서 2025년 1조117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을 기록했다. (자료 제공: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③ 집중 | 32.3%의 AC가 전체 투자액 92.8% 집행
시장에 들어온 자본이 모든 액셀러레이터에 같은 규모로 분산된 것은 아니다. 누적 투자실적을 보유한 액셀러레이터 400개 가운데 투자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운영사는 129개로 32.3%이며, 이들이 집행한 누적 투자금액은 4조2034억원으로 전체의 92.8%를 차지했다. 나머지 271개 운영사가 집행한 금액은 3257억원으로 7.2%다.
기준을 누적 투자액 20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해당 운영사는 188개로 투자실적을 가진 전체 운영사의 47.0%까지 늘어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투자금액은 4조4016억원으로 전체의 97.2%에 달한다. 등록 액셀러레이터와 전체 투자금액이 함께 증가한 지난 10년 동안 실제 투자 규모에서는 운영사별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495개 가운데 누적 투자실적이 있는 곳은 400개로 80.8%였으며 95개는 투자실적이 없었다. 다만 투자실적이 없는 95개 가운데 65개는 등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신규 기관이다. 등록 후 3년이 지난 339개로 범위를 좁히면 투자실적이 없는 운영사는 30개로 8.8%다.
④ 지역 | 수도권 AC 66.5%, 투자액 비중은 75.8%
투자 규모의 차이는 지역별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말 기준 수도권에 소재한 액셀러레이터는 329개로 전체 495개의 66.5%를 차지했으며, 이들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집행한 누적 투자금액은 3조4349억원으로 전체의 75.8%다. 수도권이 차지하는 기관 비중보다 투자금액 비중이 9.3%포인트 높다.
비수도권에서는 충청권이 4605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10.2%, 경남권이 3404억원으로 7.5%를 차지해 두 권역에 비수도권 투자금액의 73.2%가 집중됐다. 경북권은 1505억원, 호남권 776억원, 강원권 576억원, 제주권은 76억원으로 권역별 투자 규모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다만 지역 통계는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소재지가 아니라 액셀러레이터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AC가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 역시 수도권 소재 AC의 투자실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수치를 지역 스타트업으로 실제 유입된 투자금액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2017~2025년 수도권 소재 액셀러레이터의 누적 투자금액은 3조4349억원으로 전체의 75.8%를 차지했다. 해당 통계는 투자받은 기업이 아닌 액셀러레이터 소재지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자료 제공: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⑤ 초기 | 전체 투자건수의 65.4%가 초기기업으로
투자 대상에서는 액셀러레이터의 초기기업 투자 기능이 두드러졌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투자금액 4조5291억원 가운데 초기 창업기업에 들어간 자금은 2조5008억원으로 55.2%를 차지했으며, 투자건수로는 전체 1만3751건 가운데 8999건이 초기 창업기업 투자로 65.4%에 달했다.
금액보다 건수에서 초기기업의 비중이 약 10%포인트 높은 데에는 투자 단위의 차이가 있다. 전체 투자의 건당 평균금액은 3억2900만원인 반면 초기 창업기업은 2억78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액셀러레이터가 여러 초기기업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자금을 나눠 투자하는 구조가 반영됐다.
지역별 초기기업 투자 비중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초기기업 투자금액 비중은 부산 84.5%, 경북 81.6%, 경남 74.3%, 대전 73.7%인 반면 서울은 49.9%, 인천은 44.6%였다. 전체 투자금액에서는 수도권 소재 AC의 비중이 높지만 각 지역 AC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초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높게 집계됐다.
⑥ 보육 | 배치·멘토링형 73%, 투자 이전부터 기업 키웠다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또 다른 축은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와 함께 이뤄지는 창업기업 보육이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운영된 보육 프로그램 가운데 멘토링형은 4079건으로 38.0%, 배치형은 3750건으로 35.0%를 차지해 두 유형을 합한 비중이 73.0%에 달했다. 교육형은 1721건으로 16.0%, 네트워킹형은 1175건으로 11.0%였다.
등록 이후 실제 투자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백서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터가 등록한 뒤 첫 투자를 집행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0.7년으로 약 8개월 수준이다. 초기기업 투자건수가 전체의 65.4%를 차지하는 가운데 멘토링과 배치 프로그램이 보육의 대부분을 구성하면서 기업 발굴과 보육, 투자가 액셀러레이터의 주요 활동으로 함께 자리 잡았다.
2017~2025년 액셀러레이터 보육 프로그램 가운데 멘토링형이 38%, 배치형이 35%로 두 유형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자료 제공: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⑦ 확장 | 벤처투자조합 355건·3조8783억원
지난 10년간 액셀러레이터가 다루는 자본의 형태도 달라졌다. 2020년 8월 벤처투자법 시행으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된 이후 액셀러레이터가 참여해 만든 벤처투자조합은 2025년까지 355건, 3조8783억원 규모로 늘었다. 참여한 액셀러레이터는 129개로 전체의 26.1%이며 이 가운데 TIPS 운영사는 80개, 모태펀드 운용사는 64개였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조합은 1398건, 1조5161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벤처투자조합은 개인투자조합과 비교해 결성 건수는 약 4분의 1 수준이지만 결성금액은 2.6배에 달해 액셀러레이터가 보다 큰 규모의 자본을 운용하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조합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 개별 조합의 규모가 커지는 흐름이 서로 다르게 움직였다. 벤처투자조합 결성금액은 2022년 8921억원을 기록한 뒤 2023년 4996억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 8265억원으로 반등한 후 2025년 778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결성건수는 2023년 64건에서 2024년 74건, 2025년 85건으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건당 평균 결성금액은 2022년 139억원에서 2025년 9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36개에서 495개로 커졌고 연간 투자액은 69억원에서 1조117억원으로 증가했다. 초기기업에 집행된 누적 투자도 2조5008억원에 달하며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보육해 투자하는 초기투자기관의 기반 역시 확대됐다.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음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지점도 달라졌다. 투자실적을 보유한 운영사 가운데 32.3%가 전체 투자금액의 92.8%를 집행하고 있고 수도권 소재 AC의 투자 비중은 75.8%를 차지한다. 기관 수와 투자 총액의 증가뿐 아니라 실제 투자와 펀드 운용 역량을 갖춘 운영사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역별 투자 기반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3조8783억원 규모로 성장한 벤처투자조합은 액셀러레이터의 활동 영역이 초기기업 보육과 직접투자를 넘어 외부 자본을 모아 운용하는 단계까지 확대됐다는 변화를 담고 있다. 지난 10년이 등록기관과 투자 규모를 키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축적된 자본과 보육 역량이 초기기업의 후속 투자와 성장, 지역 창업생태계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다음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The post [VS 기획] 36→495개, 투자액은 147배…7개 키워드로 본 한국 액셀러레이터 10년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