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인공지능(AI)의 결합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프롭테크 업계의 속사정은 단순하지 않다.
매물을 추천하고 부동산 문서를 분석하거나 시세를 산정하는 등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사례가 등장한 반면,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거나 기존 업무를 돕는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들이 AI에 뛰어드는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부동산 데이터와 전문인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비용과 데이터 품질, 보안·규제 역시 기업들이 넘어야 할 벽이다.
특히 부동산은 거래와 가격, 공간, 계약 등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이다. AI 기술을 갖추는 것만큼,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에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최근 국내 프롭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AI 현황과 전략’을 들여다보면 AI가 부동산 산업 곳곳으로 들어오는 모습과 함께 풀리지 않은 과제가 드러난다.
한국프롭테크포럼,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AI 현황과 전략’ 보고서 발간 (자료 제공: 한국프롭테크포럼)
너도나도 AI 뛰어들지만…활용 수준은 ‘천차만별’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거나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주요하게 나타났다. AI를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AI가 쓰이는 분야가 ‘예상보다 넓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내 문서 작성이나 업무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관련 문서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부터, 고객 조건에 맞는 매물 추천, 시장 분석과 예측, 시세 산정 등 실제 부동산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국내 프롭테크 기업의 87.5%가 고객 대상 서비스에 AI를 적용했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숫자만 보면 AI 도입이 상당히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다만 ‘AI를 활용한다’는 답변만으로 이들 기업의 수준을 똑같이 평가하기는 어렵다. 보고서에 담긴 사례를 보면 AI를 기존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에 적용하거나 AI를 새로운 사업으로 키우려는 곳도 있다.
결국 같은 프롭테크 기업이라도 AI를 쓰는 목적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본래 어떤 사업을 해왔는지, 어떤 부동산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AI가 맡는 역할이 달라진다. 이 점에서 국내 프롭테크의 AI 경쟁을 단순한 ‘도입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AI를 쓰느냐보다 실제 서비스의 어느 단계까지 AI가 들어왔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AI가 매물 추천과 시세 분석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 생성형 AI로 만든 프롭테크 기업의 부동산 데이터 분석 장면)
기술보다 어려운 데이터 확보…비용·인력·규제도 ‘벽’
AI 도입의 밝은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의 설문과 심층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개발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AI의 재료가 되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문제’도 주요 과제로 나타났다. ‘보안’과 ‘규제’ 역시 부담이다.
프롭테크에서는 데이터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부동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형식과 기준이 제각각이면 이를 학습하고 분석하는 AI의 활용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공공데이터의 표준화와 품질 개선, 부동산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기업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에도 차이가 있다. AI 기술을 처음 도입하는 기업과 이미 고객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개발 역량과 데이터 확보 수준, 투자 여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향후 AI 에이전트 활용과 데이터 수집·정제·고도화가 주요 기술 개발 방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데이터의 정확성과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AI 경쟁이 기술 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좋은 AI 모델을 가져오는 것과 실제 부동산 서비스에서 쓸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보고서는 국내 프롭테크 업계가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높은 도입률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도 담고 있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앞으로의 관건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다.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얼마나 발전시키느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부동산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프롭테크 기업의 AI 경쟁은 도입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업 성과를 검증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AI가 고객의 부동산 정보 탐색과 거래 판단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기업들이 데이터 확보와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갖춰 나가는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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