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열풍이 거세다. 기업들은 앞다퉈 최신 AI 모델을 도입하며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성필 데이타몬드 대표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그는 AI 경쟁의 본질이 모델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고 말한다. 고객의 의도와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금융마케팅과 고객 데이터 업무를 담당했던 최 대표는 오랜 기간 고객 데이터를 다뤄왔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고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기업은 고객이 무엇을 구매했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같은 명품을 구매해도 누군가는 자신을 위한 보상이고 누군가는 가족을 위한 선물일 수 있는데 행동 데이터만으로 그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곧 데이타몬드 창업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집중하는 영역은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다. 제로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자신의 선호와 관심사, 생활 맥락, 구매 의도 등을 직접 제공하는 데이터다.
최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수집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객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데이터야말로 AI가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최성필 데이타몬드 대표
행동 데이터 너머, 고객의 의도와 맥락을 읽다
데이타몬드는 현대자동차그룹 H-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출발해 2021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지분 참여를 받으며 시작했지만, 스타트업으로 홀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대기업 안에서 혁신 과제를 추진하는 것과 스타트업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며 “제품 개발부터 자금 조달, 고객 영업, 시장 교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결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시장의 인식이었다. 지금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신뢰가 AI 산업의 핵심 화두가 됐지만, 창업 초기만 해도 제로파티 데이터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좋은 비전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결국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문제를 설명하고, 실제 성과를 통해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데이타몬드가 도달한 결론은 ‘AI는 사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는가’였다. 그 해답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AI 페르소나(AI Persona)’다.
AI 페르소나는 단순한 고객 세분화나 연령·성별 중심의 분류와는 다르다. 기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 구매 이력과 인구통계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을 분석했다면, 데이타몬드가 지향하는 AI 페르소나는 개인의 성향과 선호, 생활 맥락, 행동 패턴, 사회·경제적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디지털 자아에 가깝다.
이를 위해 회사는 메타 페르소나 프레임워크(MPF)를 구축했다. 여기에 자체 성향 유형 지표인 MPTI와 제로파티 데이터, 동의 기반 행동·대화 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맥락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앞으로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이러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AI 에이전트는 앞으로 사람을 대신해 검색하고 예약하고 구매까지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큰 모델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사용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느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기억과 성향, 맥락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다양한 AI 서비스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AI 페르소나 OS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펠린AI 스마트 AI보이스레코드는 회의와 업무, 아이디어 등 일상 속 음성 기록을 간편하게 수집할 수 있는 전용 디바이스다.
AI 페르소나, 초개인화의 실행 인프라가 되다
기업들이 앞다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를 이야기하지만, 최 대표는 정작 중요한 것은 AI 자체보다 데이터를 연결하는 구조라고 말한다. AI를 도입하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실행 체계가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개인화는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라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AI 도입에 집중하지만 정작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실행 체계가 분리돼 있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조직과 분석 조직, 마케팅 실행 조직이 각각 분리돼 운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고객에 대한 이해가 실제 서비스 경험이나 매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실행까지 연결하지 못하면 AI 역시 단순한 분석 도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데이타몬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마케팅 실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E2E(End-to-End)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포인트몬스터를 통한 제로파티 데이터 수집, PDA 기술 기반 데이터 보완, 페르소나 파인더를 활용한 분석, 퍼소나이트 기반 마케팅 실행이 대표적인 구성이다. 데이터가 수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 성과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철학은 최근 선보인 ‘펠린AI(Pellin AI)’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펠린AI는 회의와 상담, 강의, 아이디어 등 일상 속 음성 기록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장기적인 맥락을 기반으로 요약과 분석, 실행 피드백까지 제공하는 AI 기록·코칭 서비스다. 전용 스마트 보이스레코더와 앱을 연동해 사용자가 필요한 순간 손쉽게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했으며, 축적된 기록은 개인화된 ‘페르소나 메모리’로 활용된다.
최 대표는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사용자를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응답한다”며 “펠린AI는 기록을 단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이해하는 페르소나 메모리로 전환해 실행 가능한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대일수록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책임도 함께 커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동의 기반 데이터 활용과 목적 제한, 최소 수집 원칙, 안전한 보안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AI 시대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AI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 성능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객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맡길 수 있는지,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그리고 AI가 인간의 선택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펠린AI는 사용자의 회의, 상담, 강의, 아이디어 등 일상의 대화와 음성 기록을 앱에서 정리하고, 이를 장기 맥락으로 추적해 요약·분석·실행 피드백까지 제공하는 AI 기록·코칭 서비스다. 전용 스마트 보이스레코더 디바이스와 앱을 연동해 사용자는 필요한 순간 손쉽게 기록을 남기고, 축적된 기록을 개인화된 페르소나 메모리로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과 개인화 AI가 공존하는 생태계
최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역시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고 바라본다. 앞으로 데이터 활용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투명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활용의 기준은 수집 가능성이 아니라 고객 신뢰와 명시적 동의”라며 “고객이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는지 알고, 그 대가로 더 좋은 서비스와 경험을 받는 가치 교환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학은 데이타몬드가 그리고 있는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회사가 지향하는 모습은 단순한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 아니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개인의 데이터 주권과 기업의 데이터 활용 가치를 연결하는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개인 역시 자신의 데이터 가치에 대한 권리와 보상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이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통제하며 그 가치에 참여하는 생태계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데이타몬드는 개인의 데이터 주권과 기업의 데이터 활용 가치를 함께 높이는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AI 시대에도 인간만의 경쟁력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과 공감하는 능력,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입니다. AI를 경쟁 상대로 보기보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로 활용해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데이타몬드가 말하는 AI 페르소나 역시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데이터 인프라를 향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최 대표가 던진 메시지다.
최성필 데이타몬드 대표는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에 있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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