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급증한 배달라이더의 사고는 김경목 별따러가자 대표가 이동안전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계기였다. 수익을 높이려면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에서 라이더들은 위험한 운전을 감수했고,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은 개인의 부주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위험한 이동을 감지하고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관리 체계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장을 조사하고 공공기관·지자체와 협력하면서 시선은 배달라이더를 넘어 지방의 고령 이동약자로 넓어졌다. 배달라이더는 사회적 관심과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이륜차와 전동보장구는 농사와 생계, 병원 방문에 꼭 필요한 이동수단임에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게 발견하고 대응할 장치가 부족했다. 운전자의 몸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작은 사고도 큰 인명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았다.
김 대표가 특히 주목한 것은 사고 발생 여부만큼 사고 이후 구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사고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더라도 충격과 이상 움직임을 빠르게 감지해 구조기관에 전달한다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IoT를 활용해 소형 모빌리티 이용자의 사고를 감지하고 긴급구조까지 연결하는 별따러가자의 이동안전 플랫폼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AI·IoT 기반 이동안전 플랫폼 데이터를 확인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별따러가자는 이륜차와 전동보장구 등 소형 모빌리티의 사고를 빠르게 감지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사고 이후의 시간을 줄이다…실제 구조로 검증한 AI·IoT
자동차에는 다양한 안전장치와 차체 보호 구조가 적용되지만 이륜차와 전동보장구 같은 소형 모빌리티에 같은 수준의 장비를 갖추기는 어렵다. 구조적인 한계와 비용 문제까지 고려하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만큼 사고 발생 직후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구조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진다. 특히 인구가 밀집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사고가 발생해도 주변 사람이 즉시 발견하지 못하면서 구조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현실적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사고를 빠르게 감지해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별따러가자는 2023년 11월부터 충남 예산군의 고령 이륜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적용하며 실제 사고 감지와 긴급구조를 연계했고, 지금까지 1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2024년 9월에는 저혈당으로 주행 중 사고를 당한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AI 사고자동신고 서비스가 감지하면서 신속한 구조가 이뤄졌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이용자는 새 오토바이를 구입하면서도 장치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 다시 만나 인터뷰했는데 ‘달고 다니니 안심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술은 개발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현장에서 사람에게 도움이 됐을 때 비로소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소형 모빌리티 이용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안전한 이동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고를 감지하면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구조 이후에도 활용된다. 사고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주행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데이터가 쌓이면 위험이 반복되는 장소와 환경을 객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고, 이를 도로환경 개선과 안전시설 설치, 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AI·IoT 이동안전 플랫폼을 통해 위험한 보행환경을 찾아내 실제 두 곳의 환경을 개선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전한 주행을 보험과 공공서비스, 각종 혜택과 연결하는 방안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위험을 줄이는 행동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면 안전을 규제나 비용이 아닌 스스로 선택할 만한 가치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대표는 AI와 IoT 기술 기반의 소형 모빌리티 긴급구조 서비스로 이동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제조 현장의 IoT를 도로로…기술보다 어려웠던 ‘신뢰’
김 대표는 부산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KAIST 신소재공학 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LG디스플레이에서는 투명디스플레이 연구개발과 양산을 담당했다. VR·XR용 몰입형 컨트롤러에 적용되는 정밀 IoT 모션센서를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을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창업을 선택했다.
별따러가자의 사고 감지 기술 역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식과 달리 차량에 부착한 IoT 센서가 움직임과 충격 등의 시계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위험행동과 실제 사고를 구분한다. 카메라 촬영에 따른 개인정보 부담을 줄이면서 설치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운행·사고 데이터를 계속 학습에 활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안전 분야에서 기술 성능만으로 공공기관과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웠다. 작은 오류가 실제 구조 여부와 연결될 수 있어 충분한 검증과 실증이 필요했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보험 등 서로 다른 주체가 함께 움직여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다. 현장에서 실제 구조 사례가 하나씩 쌓인 뒤에는 이용자가 주변 사람에게 먼저 서비스를 권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김 대표가 별따러가자를 ‘기술기업이자 소셜벤처’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와 IoT 자체를 사업의 목적으로 삼기보다 소형 모빌리티 이용자의 안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사고 대응에서 보험과 정책 개선까지 여러 주체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이동안전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별따러가자는 현재 8명의 임직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 마이다스동아, HGI, 씨엔티테크, MYSC 등으로부터 누적 14억75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5년 매출은 3억9000만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억 원을 목표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대표(왼쪽)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직원과 모니터 화면을 함께 살펴보며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 별따러가자는 실도로 기반의 AI·IoT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형 모빌리티 사고 감지 및 긴급구조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한 안전망, 동남아 소형 모빌리티 시장으로
다음 시장으로 바라보는 곳은 오토바이가 생계와 일상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은 동남아시아다. 이용자가 많은 데 비해 사고 이후 대응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국내에서 지자체와 함께 검증한 사고 감지와 긴급구조 모델을 적용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해외에서도 사고 감지만 제공하는 장비에 머무르지 않고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차량 관리와 보험, 정책까지 연결하는 소형 모빌리티 안전 생태계로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공공기관과 함께 이동약자 안전망을 구축하며 쌓은 경험은 향후 스마트시티의 교통·안전 데이터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험은 동남아시아의 배달라이더와 소형 모빌리티 이용자 안전관리에 적용할 수 있고, 국내에서 쌓은 공공 안전망 구축 경험은 스마트시티 분야로 넓혀갈 수 있습니다.”
배달라이더의 위험한 운전에서 시작한 문제의식은 고령 이동약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기술로 확장됐고, 실제 사고와 구조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다시 도로환경과 보험,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로 쌓이고 있다. 김 대표가 AI의 정확도나 기술 자체보다 실제 현장에서 몇 사람의 생명을 지켰는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와 AI로 모든 이동수단을 더 안전하게 만든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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