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를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수식어는 M&A 전문가다. 이랜드에서 15년 동안 M&A와 전략기획, 해외 호텔사업, 패션법인 CFO, 벤처투자 조직 운영을 경험했으며 지금까지 15건의 국내외 인수·매각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단일 거래 규모는 최소 250만달러에서 최대 5억5000만달러, 누적 거래 규모는 약 13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M&A 전문가 윤주노도 우 대표를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다. 드라마를 통해 ‘전설적인 협상가의 실제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의 경력을 채운 것은 극적인 반전보다 오랜 시간 기업을 분석하고 상대의 의중을 읽으며 거래 이후까지 설계해온 과정이었다.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왼쪽)와 그를 모티브로 한 M&A 전문가 윤주노 역의 배우 이제훈이 담긴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 포스터 (사진 제공: 우앤파트너스·JTBC)
2023년 설립한 우앤파트너스는 국내외 기업의 인수·매각 자문과 자금조달, 스타트업 성장전략을 지원하는 M&A 전문회사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서 역할을 끝내지 않고 고객사가 다음 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함께하는 ‘컴퍼니 빌더’를 지향한다.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일”
우 대표는 이랜드에 입사할 당시 전략기획 업무를 희망했지만, 채용 과정에서 M&A팀이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 방향을 바꿨다. 그를 움직인 것은 면접 과정에서 들은 “우리는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일을 한다”는 한마디였다.
“그 말이 굉장히 멋있게 들렸습니다. 회사 하나를 사고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회사를 다시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런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M&A팀에 들어갔습니다.”
신입사원에게 주어진 일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입사 3~4년 차부터 연차에 비해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맡아 거래 진행 상황을 그룹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해야 했다. 거래가 무산되면 프로젝트뿐 아니라 자신의 경력까지 흔들릴 것 같은 압박도 컸다.
당시에는 거래가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처럼 두려웠지만, 어느 순간 거래의 결과와 주변의 평가에 지나치게 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래의 실패가 곧 자신의 인생까지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비로소 압박에서 한발 벗어났다.
이후 거래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지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프로젝트와 자신을 분리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감정에서 거리를 두자 거래의 흐름과 상대의 움직임이 선명해졌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판단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다. 독립 후에는 한 건의 성패가 회사와 직원의 생존에 직결되면서 이 원칙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자신의 회사가 추진하는 일일수록 더욱 냉정해야 한다는 점을 체감했다.
기업을 숫자로만 판단하는 방식에도 일찍부터 한계를 느꼈다. 입사 9년 차에는 M&A 업무를 내려놓고 사업 현장으로 보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해외 호텔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뒤 첫 6개월 동안 접시를 닦고 청소하며 운영의 기초부터 익혔다.
“그전까지는 엑셀과 보고서로 회사를 봤다면 현장에서는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고객, 서비스가 보였습니다.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손끝으로 경험한 시간이었고, 이후 M&A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호텔사업 이후에는 패션법인 CFO와 그룹 투자본부장 등을 거쳤고, 2019년에는 이랜드 안에 벤처투자 조직을 만드는 역할도 맡았다. M&A 실무에서 출발해 사업 운영과 재무, 투자까지 경험하면서 거래 성사뿐 아니라 인수 이후의 운영과 성장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게 됐다.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 (사진 제공: 고려대학교)
숫자보다 먼저 거래의 의지를 읽는다
우 대표에게 협상을 잘한다며 가격을 깎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상대가 제시한 가격을 낮추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능력만으로 좋은 거래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한다. 가격을 둘러싼 흥정을 넘어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자신은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야 거래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협상을 싸워서 이기고 상대가 가진 것을 빼앗아 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다음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협상은 결국 주고받는 일이고, 잘 줘야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상대의 의지를 읽는 과정에도 적용됐다. 한 해외 기업의 매각을 맡았을 때 그는 인수 후보 기업의 사업 현황뿐 아니라 오너의 성향과 가족관계, 후계 구도까지 살폈다. 현지 실사에 오너의 딸이 동행한 모습을 보고는 단순한 검토를 넘어 인수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무적인 검토라면 담당자들만 보내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오너가 가족을 데려온 장면은 아버지가 딸에게 ‘앞으로 우리 회사가 될 곳’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는 의미로 읽혔다. 실사 동행자 한 명이 상대의 인수 의지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된 셈이다.
거래 조건을 둘러싼 갈등에서는 처음 세운 기준을 지켰다. 한 해외 기업이 계약을 며칠 앞두고 이미 합의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자 회사 내부에서는 낮아진 가격이라도 거래를 마무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기준을 바꾸면 이후의 말과 약속까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보고 협상 종료를 공식 통보했다.
약 2주 뒤 상대는 원래 합의했던 조건으로 거래를 다시 제안했다. 요구를 거절하면서도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관계를 훼손하지 않았기에 협상을 재개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한 번 말한 약속과 기준은 끝까지 가야 합니다. 오늘까지만 유효한 조건이라고 해놓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가면 상대는 그 말이 협상용 압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래는 가격 차이보다 사람의 감정이 깨졌을 때 더 쉽게 무너집니다.”
1년 7개월 매출 0원, 실패한 딜에서 고객을 얻다
우 대표는 2021년 말 이랜드를 떠나 2022년부터 프리랜서에 가까운 형태로 M&A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이듬해 1월 우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대기업에서 여러 대형 거래를 이끈 경력과 별개로 독립 이후 첫 매출을 올리기까지는 1년 7개월이 걸렸다.
독립 후 맡은 국내 한 플랫폼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프로젝트는 9개월 동안 이어졌다. 자금만 확보되면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 만큼 협상이 진전됐지만 고객사의 투자 유치가 무산되면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성공보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M&A 자문 구조에서 9개월간의 업무는 매출로 연결되지 못했다.
당시 함께 이랜드를 나온 직원의 급여도 그가 모아둔 돈에서 나갔다. 회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직원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고 하자, 그는 직원이 떠나면 자신도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함께 버텨달라고 붙잡았다.
“저를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그만두면 저도 사업을 접어야 했어요. 제가 가진 돈을 계산해 보니 적어도 다음 해까지는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나가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두 사람은 무산된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하려 했던 유럽 기업을 다시 들여다봤다. 거래는 깨졌지만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았고, 오랜 협상 과정에서 경영진과 쌓은 관계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는 유럽 기업 대표에게 연락해 이번에는 회사의 매각을 돕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당초 매각 의사가 없었던 기업도 앞선 인수 협상을 거치며 입장이 달라졌다. 인수 측 자문사로 출발한 우앤파트너스는 매각 측 자문사로 역할을 전환해 거래를 새롭게 설계했고, 이듬해 7월 첫 매출을 거뒀다.
조직 안에서는 거래의 성패와 관계없이 급여가 보장됐지만 밖으로 나오자 어떤 안전망도 없었다. 직원과 가족을 책임지며 가진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정확히 2년이었다. 그는 이 시간을 ‘광야’로 기억한다. 우앤파트너스의 첫 성과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다닌 영업이 아니라 무산된 거래 뒤에도 남아 있던 관계에서 나왔다.
우준호 우앤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15건, 누적 약 13억달러 규모의 인수·매각 프로젝트를 이끈 M&A 전문가다.
과거의 태도가 새로운 기회로 돌아오다
우앤파트너스를 시작한 뒤 먼저 손을 내민 사람들은 과거 거래 현장에서 만났던 회계법인과 증권사, 외부 자문사 관계자들이었다. 이랜드 재직 당시에는 이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고객이었지만, 조직을 떠난 뒤에는 거래와 정보를 소개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한 선배는 퇴사한 그에게 자신이 아는 M&A 정보를 모두 알려주겠다며 도움을 제안했다. 시간이 지나 그 이유를 묻자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선배가 ‘너는 갑인데 갑질하지 않았어’라고 하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있고 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거래에서는 결국 파트너로 만나게 됩니다. 제가 갑의 위치에 있을 때도 상대를 파트너로 대했고, 지금 을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을처럼 행동하지도 않습니다. 제 태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대기업 재직 시절 외부 전문가들을 대했던 태도는 독립 후 우앤파트너스의 자산이 됐다. 관계의 지속성을 중시하는 성향은 고객사를 선택하는 기준에도 반영된다. 거래 가능성과 수수료만 보기보다 창업자가 회사를 왜 시작했고 어디까지 성장시키려는지를 살피며, 기업가치를 높여 단기간에 매각하려는 경우보다 해결하려는 문제를 오래 붙들고 갈 수 있는 기업과 함께 일하려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도 화려한 언변보다 일관된 태도에서 나온다. 왜 이 일을 하려는지에 대한 신념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행동으로 지킬 때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거래 이후의 관계를 만든다.
M&A를 넘어 기업의 다음을 설계하다
우앤파트너스가 집중하는 영역은 크로스보더 M&A와 자금조달, 스타트업 성장전략이다. 거래 조건을 조율하고 계약을 마무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가 M&A를 추진하는 이유부터 거래 이후 어떤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설계한다.
“M&A와 투자유치, 전략 컨설팅은 모두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수단입니다. 저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투자유치를 돕고 M&A를 설계하며, 제가 확신하는 기업에는 직접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스타트업이 M&A를 엑시트(EXIT)의 도구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장과 기술, 인력을 확보하거나 더 큰 기업과 결합해 성장 속도를 높이고, 창업자가 만든 사업을 장기적으로 키워줄 파트너를 찾는 전략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는 M&A를 지원하는 자금·법무·재무 조직이 있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거래 경험과 내부 인력이 부족해 기회가 와도 판단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우앤파트너스는 거래 초기의 전략 수립부터 상대 기업 발굴, 협상과 계약, 거래 이후의 성장 방향까지 연결하며 이 간극을 좁히고 있다.
누적 13억달러 규모의 거래 경험은 우앤파트너스를 시작한 기반이다. 이제 그의 시선은 과거 성사시킨 거래보다 M&A와 자금조달, 성장전략을 통해 고객사의 다음 단계를 만드는 데 향해 있다. 드라마가 그를 ‘협상의 기술’ 현실판 주인공으로 알렸다면,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는 우앤파트너스라는 회사의 성장이다. 13억달러 M&A 딜메이커의 다음 거래보다 그가 이끄는 회사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The post 드라마 ‘협상의 기술’ 현실판 주인공…13억달러 M&A 딜메이커, 우앤파트너스 우준호 대표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