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사노무 현장은 오랫동안 사람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움직였다. 근로계약서는 뒤늦게 작성됐고, 급여와 근로시간 관리는 엑셀 파일과 수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작은 실수 하나가 노동법 위반으로 이어졌고, 문제는 대부분 분쟁이 터진 뒤에야 드러났다.
휴램프로 이선희 대표는 이런 구조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이다. 공인노무사로 일하던 그는 반복되는 노동 분쟁의 상당수가 복잡한 법률 문제 이전에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노동법 리스크를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관리 영역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휴램프로가 처음부터 바라본 방향이었다.

“노무사의 경험을 코드로 바꾸다”
이 대표는 노무사 시절 수많은 중소기업 현장을 경험했다. 계약서 누락과 연장근로 관리 미흡, 임금 계산 오류, 취업규칙 미정비 같은 문제는 업종이 달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인사노무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고, 대표나 실무 담당자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운영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노동 분쟁의 상당수가 거대한 법률 해석 문제보다, 기본적인 관리 부재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법을 몰라서라기보다 관리할 수 있는 도구와 시스템이 없었고, 결국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구조였다.
이 대표는 “많은 기업이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며 “사후 자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안정적인 전문직 경력을 내려놓고 2016년 휴램프로를 창업했다. 핵심은 단순했다. 반복되는 문제를 사람의 경험과 감각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 과정을 두고 “노무사의 경험을 코드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현장에서 자주 발생했던 노동법 위반 사례와 리스크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제품 구조 안에 녹여냈다. 계약서 누락과 임금 계산 오류, 근로시간 관리 문제 등 실제 분쟁으로 이어졌던 사례들이 제품 설계의 기반이 됐다.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반복되던 문제 자체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접근이었다.
휴램프로 역시 일반적인 SaaS처럼 개발 중심으로 출발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법률 해석, 실제 노무 관리 흐름을 먼저 정리한 뒤 이를 기술로 구현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법률 전문가가 처음부터 설계에 참여한 시스템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단순 자동화보다 실제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HR 관리가 아니라 노동분쟁 예방 시스템
휴램프로의 핵심은 단순 인사관리 자동화가 아니다. 회사는 스스로를 ‘HR 솔루션’보다 ‘노동분쟁 예방 솔루션’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AI가 관련 법규를 기준으로 위반 가능성을 자동 점검한다.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즉시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자문까지 연결된다.
즉 단순한 서류 작성 도구가 아니라, 법률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 대응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에 더 가깝다.
현재는 기업별 취업규칙과 내부 규정을 학습해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AI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AI는 판단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범용 AI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노동법에 특화된 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휴램프로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시장에 집중한 이유도 명확하다. 그는 “대기업은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표가 직접 노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 휴램프로는 약 3,000개 기업과 90개 노무법인이 사용 중이다. 주요 고객은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별도 인사 담당자가 없거나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이 중심이다. 실제로 법 개정이나 행정 대응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중소사업장일수록 시스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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