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 준비생 한 명이 국내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이력서도 준비됐고 의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망설임이 남는다. 단순히 언어 문제만이 아니다.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조직 문화와 맞는지,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부족하다.
반대편도 비슷하다. 외국인 유학생과 글로벌 인재들 역시 한국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디서 첫 경험을 쌓아야 하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야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김남구 플리퍼스 대표는 이 간극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와 한국 기업 모두 서로를 원하고 있었지만, 채용 전에 서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플리퍼스는 바로 그 ‘중간 과정’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단순히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일해보고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김남구 플리퍼스 대표
채용 플랫폼이 아니라 진입 프로그램
플리퍼스가 운영하는 서비스 ‘aply’는 일반적인 구인·구직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다. 선발과 진단, 사전 교육, 일경험, 정착까지 이어지는 5단계 구조의 커리어 진입 프로그램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서비스 초기 예상하지 못했던 핵심 고객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바로 대학이다. 초기에는 개인 구직자와 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데 집중했지만, 실제 현장을 만나보니 대학들이 글로벌 취업 프로그램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 대표는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해외 취업과 글로벌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만, 기업 발굴과 학생 선발, 현장 관리, 결과 보고까지 직접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역할을 분리하자 구조는 빠르게 맞아떨어졌다. 대학은 학생 풀을 제공하고, 플리퍼스는 선발과 운영 시스템을 맡는 구조다.
서비스명 aply에도 이런 방향성이 담겨 있다. 기존 서비스명은 ‘Career Bridge’였지만 리브랜딩을 거치며 보다 간결한 이름인 aply로 변경했다. 영어 단어 apply에서 출발했지만 p를 하나 줄여 보다 직관적이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재정비했다.
김 대표는 “학생과 기업은 더 쉽게 지원하고 연결되고, 복잡한 선발과 검증, 매칭과 운영은 우리가 맡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aply는 개인에게는 한국 직장의 첫 경험을, 기업에는 채용 전 검증 기회를, 대학에는 실질적인 취업 성과를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기업·대학 세 주체가 각자의 필요에 의해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연결되는 셈이다.
플리퍼스는 글로벌 인재와 국내 기업 사이의 채용 불확실성을 줄이는 커리어 진입 프로그램 ‘aply’를 운영하고 있다.
AI와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매칭 구조
플리퍼스의 또 다른 특징은 AI와 사람이 함께 작동하는 매칭 구조다.
현재 aply는 AI 인터뷰와 사전 진단 기능을 활용해 지원자의 언어 능력과 기본 업무 역량을 분석하고 있다. 이후 기업 직무 설명서와 지원자 프로필을 다섯 가지 기준으로 비교해 적합도를 계산한다. 하지만 최종 추천 단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개입한다. aply 운영 담당자가 실제 데이터를 검토하고 기업 특성과 조직 분위기까지 고려해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력서 한 장만 보고 연결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적합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실제 업무 역량과 태도, 참여 과정까지 함께 검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설득하는 방식 역시 명확했다. 외국인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언어와 조직 적응, 비자 행정, 실무 적합성 같은 변수들이다.
플리퍼스는 채용 전 일경험과 밀착 운영을 통해 이 부담을 낮추는 방향에 집중했다.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는 정식 채용 전에 지원자와 함께 일해보며 서로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누적 매칭 350건 이상, 기업 파트너 150곳 이상이 연결됐다. 평균 매칭 소요 시간 역시 48시간 이내 수준이다.
최근에는 LLM 기반 매칭 기능도 내부 테스트 중이다. 기업이나 지원자가 복잡한 조건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자연어 기반 요청만으로 적합한 후보와 기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베트남어 가능하고 콘텐츠 마케팅 경험이 있는 인재”라고 입력하면 시스템이 언어와 직무 역량, 비자 상태, 참여 가능 기간, 기존 평가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 후보군을 추천한다. 반대로 지원자가 “한국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고 싶다”고 입력하면 적합한 기업과 역할을 연결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좋은 인재와 기업이 우연히 만나기를 기다리는 플랫폼이 아니라, 데이터와 AI가 가능성 있는 연결을 먼저 찾아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플리퍼스는 대학·학생·기업을 연결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글로벌 인재 채용 시장의 새로운 표준 구축에 나서고 있다.
‘aply를 거친 인재’가 하나의 신뢰 기준 되길
플리퍼스는 현재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등 총 6개 언어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순 번역 서비스 수준이 아니다. 국가별 학생 모집과 상담, 교육, 현장 운영까지 실제로 돌아가는 다국적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동남아 대학들과 협력해 K-뷰티와 전자, 콘텐츠 산업 중심의 한국 기업과 현지 인재를 연결하는 산업별 진입 경로도 만들고 있다.
향후 목표 역시 구체적이다. 누적 일경험 매칭 건수와 기업 재참여율, 대학 파트너 수, 실제 채용 전환율 같은 지표들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목표는 숫자 이상의 개념에 가깝다.
그는 “언젠가는 ‘aply를 거친 인재’라는 사실 자체가 한국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하나의 신뢰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플리퍼스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 채용 플랫폼이 아니다. 대학과 학생, 기업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커리어 진입 경로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플랫폼이 아니라 ‘첫 관문(First Gate)’이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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