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줄고, 대출 연체까지 다시 증가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매출 감소라는 분석도 있지만, 여가·여행 소비 위축과 금융 부담 확대가 겹치며 구조적인 어려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신용평가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주요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특히 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매출 감소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비중도 늘어나는 등 재무 건전성 악화 역시 뚜렷하다.
소상공인 매출·이익 모두 줄고, 대출 연체는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 (자료 제공: 한국신용데이터)
이처럼 현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정책의 방향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최근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로 요약된다.
“소상공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성장 산업이다.”
과거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금융 지원과 생계 안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지역 기반 브랜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고 민간 투자와 연구개발(R&D), 수출까지 연결하는 성장 전략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소상공인 육성, 혁신 소상공인 통합 오디션, 지역신용보증제도 개편 역시 각각 별개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창업부터 성장, 금융, 글로벌 진출, 민간 투자까지 연결되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25일 경기도 성남시 기업지원허브 판교창업촌에서 열린 ‘Local to Global, 소상공인 오디션’ 선정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지역 브랜드를 세계 시장으로…’Local to Global’ 본격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 기반 소상공인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중기부는 지난 25일, 판교 기업지원허브에서 ‘Local to Global, 소상공인 오디션’ 선정식을 열고 수출 유망 소상공인 100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모두의 지역상권 전략’의 후속 사업으로, 지역 고유의 자원과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소상공인을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단순한 수출 지원 사업은 아니다. 역량 진단부터 제품 고도화, 해외 인증, 현지화, 글로벌 판로 개척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한다. 기업별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도 지원된다.
선정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전문가 평가에 국민과 외국인이 참여하는 국민참여평가를 더하고, 오디션 전 과정을 공개 생중계하며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성을 함께 검증했다. 푸드 분야에서는 ‘정남미그룹’이, 패션에서는 ‘심미’, 뷰티에서는 ‘비엘비엔터테인먼트’, 생활용품에서는 ‘스튜디오 올’ 등이 대표 사례로 선정됐다.
같은 흐름은 ‘혁신 소상공인 통합 오디션’에서도 이어진다.
올해 처음 열린 통합 오디션에는 총 1만220개사가 지원해 약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기부는 로컬창업 도약지원사업과 창업성장R&D(소상공인 트랙), 글로벌 소상공인 육성사업을 하나의 성장 체계 안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후 기술개발(R&D)을 지원하며, 마지막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참가 기업의 42.5%가 20~30대 대표라는 점은 지역 기반 창업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소상공인을 단순한 자영업이 아니라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정책 변화로도 읽힌다.
금융부터 투자까지…성장 사다리를 다시 잇다
금융 정책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지속가능한 보증지원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하며 20여 년 만에 지역신용보증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대표적으로 2030년까지 회수불능 채권 2조2천억원을 정리하고, 2조원 규모의 지역특화보증을 신설한다. 상권 성장지원 특례보증과 인구감소지역 특례보증도 확대해 성장형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보증심사체계를 재무정보 중심에서 상권 데이터와 비금융 정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성장 가능성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증도 확대한다.
기존 금융지원이 위기 대응과 생계 유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성장성과 지역성을 함께 고려하는 금융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지역신용보증의 비수도권 비중도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성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IPS 홈페이지 캡처
TIPS에서 LIPS까지…소상공인도 ‘스케일업’ 시대
최근 중기부가 추진하는 LIPS(Local Innovation Program for Small Business)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이 유망 기술기업을 먼저 발굴하면 정부가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연계 지원하는 TIPS가 대표적인 성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왔다.
LIPS는 이러한 민간 주도 성장 모델을 소상공인 분야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민간 전문기관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로컬기업과 소상공인을 발굴하면 정부가 사업화와 제품 고도화, 글로벌 진출 등을 연계 지원한다. 기술 중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TIPS와 달리 LIPS는 지역 브랜드와 소비재, 콘텐츠 등 로컬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TIPS가 기술창업 기업의 스케일업 플랫폼이라면 LIPS는 지역 기반 소상공인의 스케일업 플랫폼을 지향하는 셈이다. 이는 최근 발표된 글로벌 소상공인 육성 사업과 혁신 소상공인 통합 오디션, 지역신용보증 개편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글로벌 소상공인 사업이 해외 진출을, 혁신 소상공인 통합 오디션이 성장 기업 발굴을, 지역신용보증 개편이 금융 기반을 담당한다면 LIPS는 민간의 선별 역량과 정부 지원을 연결하는 성장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최근 중기부 정책을 종합하면 하나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지역에서 창업하고, 기술과 브랜드를 만들고, 금융을 지원받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연결해 성장시키는 구조다. 과거 소상공인 정책이 생계 안정과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지역에서 시작해 세계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스케일업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소상공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투자, 글로벌 진출의 주체로 육성하는 것이다. 정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소상공인 정책의 방향은 창업 지원을 넘어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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