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외형의 개성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교회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기심 많고 엉뚱한 꼬마 ‘쭈니’, 아이들을 따뜻하게 이끄는 주일학교 교사 ‘우호쌤’,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예수님’. 수백 명에 이르는 성경 속 인물까지. 히즈쇼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성경 이야기를 딱딱한 교리가 아니라 친근한 서사로 풀어낸다.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말씀을 전하고 때로는 랩에 맞춰 찬양을 하기도 한다.
‘히즈쇼 주일학교’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예배·공과·활동·찬양 등 성경학교 진행에 필요한 강습을 영상으로 제공하고, PPT 템플릿과 찬양·말씀 자료도 함께 지원한다. 창업 후 15년이 흐른 현재, 히즈쇼 콘텐츠를 사용하는 교회는 2,500곳을 넘어섰다.
히즈쇼가 창업한 2011년만 해도 기독교 교육 콘텐츠 시장은 각 교단이 직접 교재를 제작해 일선 교회에 공급하는 구조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 외부 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남기 어려웠던 시절, 그것도 기독교라는 좁은 영역에 한정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히즈쇼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히즈쇼가 어떻게 탄생했고 기독교 교육 시장에서 어떻게 입지를 다져왔는지 듣기 위해 주식회사 히즈쇼(HisShow)의 백종호 대표를 만났다.
히즈쇼 캐릭터와 함께하는 성경 이야기
한 편의 성경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창업
히즈쇼의 출발점은 약 20년 전인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백종호 대표는 신앙을 갖게 되면서 전공을 살려 ‘성경 애니메이션을 한 편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만 해도 이 생각이 20년에 걸친 여정이 될 줄은 몰랐다.
백종호 대표는 친구와 제작비를 절반씩 나눠 마련하고, 교회 후배들과 팀을 꾸려 30분 분량의 기독교 애니메이션 ‘스토리박스’를 완성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DVD로 약 2만 장 가까이 판매됐고 아이들이 열광했다. 후속편 요청도 이어졌다. 당초 한 편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작품은 4편까지 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DVD 판매만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콘텐츠에 대한 호응은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은 아니었다. 결국 백 대표는 회사를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됐다.
그 시기 정부 지원 과제에 도전하며 새롭게 기획한 것이 바로 ‘히즈쇼’였다. 백종호 대표는 “스토리박스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구조였다”며 “새롭게 기획한 애니메이션은 시장 환경에 맞게 저예산이면서도 경영이 어려워지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형태가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실사와 2D·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쇼 형식의 콘텐츠 기획이 시작됐다.
사업 형태를 두고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일의 특성상 일반 회사로 갈지, 선교단체로 갈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멘토로 여기던 목사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영업과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반 회사 형태를 택했다.
백종호 대표는 “그 조언이 갈림길이었다”며 “만약 선교단체를 선택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됐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한 히즈쇼는 2010년 정부 지원 과제에 선정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주식회사 히즈쇼 백종호 대표
애니메이션을 넘어 교회 교육 플랫폼으로
창업 후 몇 년간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했다. 선보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친근한 캐릭터와 재미있는 성경 이야기는 어린이들을 몰입시켰고, 랩에 맞춰 따라 부르는 찬양과 말씀 또한 좋은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수익 구조에 있었다. 당시 시장은 DVD 시장이 저물고 유튜브가 막 등장하던 시기였다. 일반 국산 애니메이션조차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에서 기독교 애니메이션의 수익성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백종호 대표는 이 시기에 과감한 결심을 한다. 애니메이션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 사업을 융합하기로 한 것이다.
히즈쇼 애니메이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기에 교회학교 교육과 연결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달 새로운 찬양과 노래로 하는 성경 암송, 재미있는 설교 자료와 활동 자료를 제공하고 여기에 교역자를 위한 매뉴얼까지 더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주일학교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어린이를 위한 ‘히즈쇼 주일학교’ 프로그램이다.
본격적인 교육 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여름성경학교 콘텐츠를 제작해 세미나를 열었고 약 20개 교회가 이를 도입하면서 교육 사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
이후 2015년에는 주일학교에서 매주 사용할 수 있는 교재를 책과 DVD 형태로 출시했다. 일회성 행사인 여름성경학교와 달리 연간 단위로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계약이 성사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도 마련할 수 있었다.
백 대표는 “결과적으로 교육 사업으로의 전환이 지금까지 히즈쇼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2,500여 교회가 선택한 기독교 교육 콘텐츠
신뢰를 쌓으며 기독교 교육 시장에 안착하다
‘히즈쇼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선보였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신학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백종호 대표는 “평신도인 내가 목사님들을 상대로 교육 서비스를 하겠다고 하니 설득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2015년경 목사 한 명이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구성원의 절반가량이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로 구성돼 있다. 영상·디자인 전문가들이 콘텐츠 제작을 맡고, 기획과 교회 서비스 영역은 목회자들이 담당하는 구조다.
교단마다 추구하는 신앙의 결이 다른 만큼 교단에 속하지 않은 외부 기업으로서 오류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해야 했다. 콘텐츠 하나를 제작할 때도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하며 크로스체크를 반복하고 있다.
외부 민간 기업이 주일학교 교재를 공급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당시 시장은 각 기독교 교단이 비영리로 교재를 제작해 공급하는 구조가 표준이었다. 백종호 대표는 “교단은 비영리라 원가 수준에 판매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며 “결국 퀄리티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전국 2,500여 교회가 히즈쇼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기독교 교육 시장에서 거둔 성과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애니메이션과 찬양, 공과를 결합한 ‘히즈쇼 주일학교’는 새로운 교회교육 모델로 자리잡았다.
‘콘텐츠 IP 확장과 글로벌 시장 도전
시간이 흐르면서 히즈쇼는 다양한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히즈쇼 뮤지컬’이다. 히즈쇼가 직접 추진했다기보다 애니메이션을 본 뮤지컬 창작자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현재 400회 이상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콘텐츠 IP로 확장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또한 ‘살아나는 성경박물관’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성경 메타버스를 구현했고 VR·AR 전시도 선보였다. 히즈쇼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차세대 성경 테마랜드의 모습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백종호 대표는 “꼭 모두가 디즈니나 픽사 같은 대자본 콘텐츠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성경 애니메이션은 미국에서도 대규모 자본으로 제작되기 어려운 영역이고, 한국은 가성비 높은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진출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히즈쇼는 3년 전부터 영어 버전 콘텐츠를 제작해 왔으며 일부 시리즈는 미국 메이저 방송국 방영을 시작했다. 미국 진출이 사업적 목적이라면, 힌디어·베트남어·몽골어 등으로의 확장은 선교적 목적에 가깝다. 최근 몽골에서는 현지 청년들의 모금을 통해 공과 교재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이를 번역·인쇄해 현지 교회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백종호 대표는 “아직도 너무 많은 선교지가 남아 있다”며 “그곳에 콘텐츠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적 후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히즈쇼는 성경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뮤지컬·메타버스·교육 콘텐츠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500개 교회를 넘어 세계로
히즈쇼의 올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다.
그동안 히즈쇼는 별도의 외부 투자 없이 정부 지원 과제와 사업 수익만으로 성장해 왔다. 백종호 대표는 “그동안은 기독교 사업에 투자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최근에는 투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기독교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사업성과 성장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만큼 이제는 외부 자본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싶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목표는 전 연령 대상으로의 확장이다.
국내 기독교 인구 감소와 출산율 하락으로 어린이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히즈쇼는 올해부터 노년층을 위한 ‘히즈라이프(HisLife)’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어린이를 넘어 전 연령 교육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백종호 대표는 기독교 교육 시장에 진입하려는 후발 주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전했다.
“교육 사업 자체가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보수적인 시장인데, 기독교는 거기에 종교까지 더해진 폐쇄적인 시장입니다. 일회성으로 접근하면 살아남기 어렵고 몇 년을 내다보며 자금과 조직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입이 어려운 만큼 자리를 잡으면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경 애니메이션을 한 편쯤 만들어보고 싶다’던 한 청년의 소망은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한국 기독교 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DVD 2만 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전국 2,500개 교회와 400회 이상의 뮤지컬 공연, 미국 방송 진출, 그리고 몽골과 베트남, 인도 등 선교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종호 대표는 “아이들이 히즈쇼를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은 바뀌고, 교회학교를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게 말씀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싶다는 히즈쇼의 고민은 변하지 않았다. 2,500개 교회가 선택한 콘텐츠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향하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를 통해 세상을 배웠던 것처럼, 앞으로는 히즈쇼를 통해 성경을 처음 만나는 글로벌 다음 세대가 더욱 많아질지도 모른다.
국내를 넘어 미국과 몽골,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 중인 히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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