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IR 발표 현장을 지켜보며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매출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은 물론, 회사가 예상한 매출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까지 확인한다.
최근 투자 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투자금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투자 유치 자체보다 투자 이후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30년 넘게 글로벌 기업과 성장 기업의 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하며 깨달은 사실도 같다. 기업 성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시장이나 경쟁사 때문만이 아니다. 사업 전략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투자를 받고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일수록 매출 목표와 투자자 기대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매출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를 놓치기 쉽다.
투자 유치를 준비하거나 투자 이후 다음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고객이 바꿀 이유가 있는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기술력과 성능을 강조한다. 물론 기술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기술의 우수성이 곧 시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은 제품을 선택할 때 기술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바꿔야 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비용까지 함께 고려한다. 개발자가 생각하는 가치와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다를 수 있다.
필자가 함께 일했던 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실제 사용자의 치료 효과와 만족도를 꾸준히 확인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제품 메시지, 가격 정책, 후속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더 나아가 치료 현장에서 함께 사용되는 제품군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며 관련 제품까지 빠르게 확장했다.
결국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기술은 출발점이다. 매출은 고객이 바꿀 이유를 발견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전망은 미래를 설명한다. 매출은 실행이 만든다. 투자 이후 CEO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세 가지를 정리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둘째,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경로를 알고 있는가
대형 고객사 계약이나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은 분명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계약과 입점은 매출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이 시점부터 회사의 진짜 실력이 검증된다. 헬스케어 산업을 예로 들면 계약 이후에도 유통, 납품, 병원 등록, 실제 처방, 반복 처방이라는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매출이 발생한다.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바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 절차와 보험 수가, 환자 부담, 병원 내부 승인 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계약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매출이 발생하는지, 현재 어느 단계에 있으며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 역시 기업의 매출 전망이 단순한 시장 규모 추정인지, 실제 영업 프로세스에 기반한 전망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숫자가 반복적으로 빗나가기 시작하면 실적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셋째, 문제를 발견했을 때 바꿀 권한이 있는가
투자 이후 기업은 더 많은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 규모도 확대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만 늘린다고 성과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원인을 파악하고도 조직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다. 문제는 영업에 있을 수도 있고 가격 정책, 제품 전략,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판단하고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실제로 한 국내 스타트업은 여러 외부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매출 목표와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수개월 동안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 결국 투자사 역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많은 기업이 KPI는 관리한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CEO는 매출 결과만 관리해서는 안 된다. 매출이 어느 단계에서 정체되는지, 해당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는 투자자 발표 자료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결국 현장에서 얼마나 실행되고 실현되는지로 결정된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이 정리되어 있는지.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어떤 성장 전망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망은 미래를 설명한다. 매출은 실행이 만든다.
김지현 대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서 30년 이상 영업·마케팅·사업개발·아시아 전략을 이끌어온 비즈니스 전문가다. 현재 JiHyun & Company 대표로서 성장 단계 스타트업과 투자사를 대상으로 매출 성장, 시장 진출, 조직 운영, 커머셜 전략 자문을 제공하며 기업의 성장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The post [김지현의 Scale-Up Note] 투자 이후 CEO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3가지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